동대문아버지합창단 정기연주회에 붙여

합창단이라는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

잘 만들어진 드라마에는 주인공들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빼어난 연기로 찬사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드라마 한 편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세상은 보이는 것만 보고 그 점만을 믿고 따르지 숨겨진 것들은 보지 못한다.

어제 내가 활동하는 동대문아버지합창단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올해로 6회째 공연이다. 한 해 동안 부지런히 갈고닦은 노래 10곡을 청중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연주회를 별 탈 없이 마쳐 뿌듯했고 공연을 마치고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감동이었다. 화음이 너무 아름답고 수준 높은 공연이었다는 것이다. 주로 합창단원들의 가족이나 이웃으로 구성된 관객들의 평이어서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듣는 우리들에게는 기쁨이었다. 노래하는 우리가 행복했고 듣는 이들도 행복했다면 성공한 공연이 분명하다.

우리 합창단도 그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런 지난한 과정을 지나 40명의 단원을 갖춘 어엿한 남성합창단이 되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헌신과 수고가 있었다.

그 구심점에는 지휘자를 맨 먼저 꼽을 수 있다. 그녀는 자신 보다 연배가 많은 남성들을 카리스마 있게 아이들 다루듯 지도하는 용량을 가졌다. 지휘자 앞에서는 합창단원 누구나 아이가 된다. 단원들은 한 마음으로 그녀를 따른다. 지휘자는 평생 음악인으로서 음악에 헌신한 외길을 걸어온 내공과 역량을 지닌 분이다.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다정하게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단원 모두에게 불러일으킨다. 한국 최고 수준의 합창단 지휘자임에도 우리 같은 아마추어 남성 합창단의 지휘자로 모시게 된 것은 우리에게 행운이다. 연습할 때마다 최고의 가르침을 받는 우리는 진정 운 좋은 사람들이다. 프로가 추구하는 완벽함에 대한 긴장감 없이 순수하게 음악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우리 합창단을 지휘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부지휘자는 합창단의 유일한 전공자다. 그는 솔로로서 빼어난 노래실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합창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친구다. 부지휘자라는 직책과는 무관하게 합창단의 모든 험한 일들을 자원해서 섬기고 있다. 그는 행정 전반을 아우르고 지휘자를 부족함 없이 보필하는 합창단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바로 그다. 그의 열심과 좋은 성품이 많은 이들이 합창단에 모이는 구심점이다. 그는 이 모든 일을 자원해서 봉사하고 있다.

합창단 단장은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단장은 음악을 사랑하는 분이다. 색소폰 연주 경력이 10여 년이 훌쩍 지났을 뿐 아니라 색소폰 연습실도 운영 중이다. 빼어난 본인의 연주로 많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려울 때 합류해서 물심양면으로 합창단을 이끌었고 폭넓은 인맥으로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베풀고 있다.

테너 파트장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제일 먼저 합창단에 나와 연습에 필요한 준비를 매주 빠짐없이 하고 있다. 사업 은퇴를 한 후, 본인이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하며 살고 있는데 합창이 그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다. 팬플룻, 피아노를 배우는 중이고 서예도 조예가 깊다. 합창단에 일이 생기면 항상 가장 앞장서서 참여하는 참으로 본이 되는 분이다.

합창단 막내인 자재부장은 요즘 보기 드문 젊은이다. 합창단에 합류하여 헌신적으로 맡은 일들을 섬기고 있다. 합창단 일을 마치 자기 일처럼 철저하게 해낼 뿐 아니라 젊은 감각으로 재치 있게 이슈에 필요한 필요들을 세심하게 챙긴다. 매주 연습에 필요한 물품이나 간식을 적절하게 잘 챙기고  때에 맞는 간식을 위해 거추장스러운 많은 일들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많은 이들이 합창단의 보배라고 치켜세우는 일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우리 합창단에는 많은 인재가 있다. 그 중심에 부총무가 있다. 우리 합창단이 틀을 잡고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은 전적으로 그의 덕이다. 합창단 내규를 비롯한 문서 작업은 물론 합창단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운영 중이고 공연에 필요한 영상물 제작은 다 그의 몫이다.

우리에게는 빼어난 사회자도 있다. 공연마다 사회를 맡아 프로 뺨치게 관객들을 웃고 울리며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그는 웃음 치료사로서 사회 봉사 활동도 열심히 수행 중이고 인터넷 방송도 하고 있는 재주꾼이다. 합창단 재정을 담당하며 합창단의 초석을 단단히 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새로운 곡을 연습할 때마다 악보를 만들어 조력하는 단원도 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묵묵히 그 일을 담당해서 합창단 운영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연주회 때마다 셔틀버스를 섭외해서 연주회에 오는 이들을 섬기는 파트장의 역할도 크다.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합창단을 지탱하고 있다. 다 열거하진 못해도 보이지 않는 많은 도움의 손길들이 있음은 물론이다. 사실, 단원 한 분 한 분이 합창단의 가장 큰 힘이다. 우리 합창단에는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합창단원들은 하나같이 좋은 성품을 지녔다. 지금까지 특별한 잡음 하나 없이 물 흐르듯 합창단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다. 단원들 모두 시간을 쪼개어 열심히 참여했다. 때마다 자원하여 간식으로 섬긴 손길들이 합창단을 풍요롭게 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합창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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