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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시를 짓고 낭송하다

연시조로 쓴 성탄시

by 정석진

성탄절은 연말을 으로 느낄 수 있는 공휴일이다. 크리스천이기에 내게는 좀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성탄절은 산타클로스로 대표 되는 동화 같은 축제다. 축제의 들뜬 분위기는 종교를 믿지 않는 이들이라도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아기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속한 교회는 선교단체다. 그래서 성탄절에 드리는 예배는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일에 드린다. 성탄절 예배는 평소와 다르게 특송과 스킷, 악기연주 그리고 시낭송이 추가된다. 물론 찬양과 성탄메시지가 있다. 평소에 시와 글을 쓰는 나는 성탄 시를 써서 낭송하고 있다.


성탄 시를 써서 낭송을 한지 올해 3년차다. 올해는 그간 쓴 시와 다른 성탄시를 쓰고 싶었다. 자유시가 아닌 시조로 쓰기로 한 것이다. 현재 시조를 공부하고 있는 중이.


시조는 우리의 전통시인 정형시다. 시절가조의 약자로 시조의 시자는 한자로 때 시자를 쓴다. 자구가 45자 이내이고 3-4-4-4, 3-4-4-4, 3-5-4-3의 음보로 구성된다. 중국에도 정형시인 절구가 있고 일본에도 17자 정형시인 하이쿠가 있다. 일본은 하이쿠를 정부 주도로 널리 알려 미국까지 진출했다고 한다. 그런 반면에 우리는 교과서에도 수록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시조는 계승 보존해야 할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우리 것을 우리가 지켜내지 않으면 누가 지키겠는가?


시조는 간결하고 함축성이 있고 상징성을 지녀야 한다. 짧은 문장으로 많은 내용을 담아내야 해서 어렵다. 지금은 겨우 형식에 맞게 쓰는 수준이다. 시작할 때는 글자 수를 맞춰 쓰는 재미에 홀려 어렵지 않았는데 쓸수록 점점 어렵다는 것을 체감하는 중이다.


이번에 지은 시조는 연시조로 예수님의 사랑을 사군자인 매란국죽에 빗대어 썼다.



매란국죽(梅蘭菊竹)의 사랑 / 정석진


매화


동토의 메마른 땅 소망의 움 몸을 풀고

찬바람 압제에도 굴함 없이 꽃을 피워

절망이 뒤덮은 세상 밝은 햇살 되었네.


난초


힘차게 뻗은 잎은 님을 향한 곧은 사랑

휘어진 부드러움 만인 위한 자비로다

언제나 정결한 자태 좇아야 할 길이네.


국화


모두가 외면하는 좁은 길 홀로 걷네

육신을 거슬러서 받아 마신 운명의 잔

고고히 홀로 피어서 만인의 꽃 되었네.


대나무


여린 듯 가녀린 몸 굳센 의지 무장하고

유혹에 물듦 없이 사시사철 푸르구나

깊고도 올곧은 사랑 참 은혜의 샘이네.


사랑


깊고도 그윽하다 변치 않는 지고(至高) 사랑

넓고도 한이 없다 모든 이를 품은 사랑

죽음이 다스리는 땅 생명의 빛 임했네.


내놓기 민망한 수준이지만 용감하게 썼다. 계속 쓰다 보면 좋은 시조를 지을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분명한 흔적과 자취를 남기는 일이다. 시조를 지으며 올해 성탄의 의미를 마음 깊이 새기는 시간이 되었다.


#시조 #성탄시 #성탄절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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