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배봉산 새해 해맞이엔 해가 없구나!

새해 첫날 해맞이

by 정석진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밝아온다.

새해 첫날에도 매양 같은 해가 떠오르지만 1월 1일의 처음 맞는 태양은 의미가 남다르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이를 기리는 일은 하나의 경건한 의식이자 의례다.

속초 일출(함성 독서 회원 초마님 사진)

많은 이들이 전국 각지에서 새해 일출을 맞는다. 멀리 제주도 성산 일출봉에서부터 강원도 정동진 바닷가까지 전국이 들썩인다. 서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자체마다 해맞이 행사를 연다. 산이 있는 곳 어디나 행사장이 된다. 집 가까운 곳에서도 행사가 열린다. 천장산과 배봉산이다. 올해엔 나도 배봉산에 간다.


그간 해맞이 행사가 나와는 무관한 이벤트였다. 올해는 딸이 참여하고 싶다고 해서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간 새해맞이는 조용한 분위기로 맞이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그런 면에서 해맞이가 내게는 번거롭고 요란한 분위기로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일이란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는가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진다. 경건한 마음으로 한 해를 맞아 새로운 삶과 방향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일은 분명 의미가 있다.


첫날을 근신하는 마음으로 일찍 일어나 산을 오르는 일은 한 해를 시작하는 삶의 자세를 새롭게 다지는 태도다. 간절함은 마음을 모으는 일이다. 마음이 모아져야 일이 진행이 된다.

깜깜한 미명을 뚫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참사로 연말행사가 대부분 취소되었고 해맞이 행사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산 정상을 오르는 인파가 상당하다. 강아지까지 동반하여 온 가족이 함께 오른다.


밤그림자만 가득한 길을 걷는다. 어둠에 잠긴 나무는 잠들고 발자국 소리가 아침을 깨운다. 낮은 산이라도 정상까지는 꽤 걸어야 한다. 오를수록 사람이 많아진다. 부지런한 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부끄럽다. 태어나서 새해 해맞이는 처음 해보니 말이다.

일출예정 시각은 7시 47분, 아직도 30분이 남은 시각에 산마루에 올랐다. 앞자리는 이미 사람들이 차지했고 시야가 괜찮은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지평선에 붉은 기운이 깃들어 있다. 해가 떠오르는 중이다. 하지만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었다.

하늘은 점차 밝아지는데 해의 자취는 감감무소식이다. 붉은 자취는 자리를 넓혀가지만 도무지 변화가 없다. 성마른 이들은 벌써 자리를 뜬다. 빨리 나가지 못하는 늙은이가 나잇값을 못하며 짜증을 부린다. 모두 다 좋은 마음으로 산을 찾았는데 분위기를 흐리는 저 태도는 참으로 볼썽사납다. 나조차 부끄러워진다.

결국 해는 구름 뒤에 숨어서 나오질 않는다. 주위에서 오늘은 해가 뜨지 않을 거란 말이 들린다. 표현은 중요하다. 해는 보이지 않을 뿐 이미 떠있다. 사고를 명민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실망했을까 걱정했는데 괜찮다고 한다. 해맞이 행사를 참여했다는 데서 의의가 크단다. 나름 즐거워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에 기분이 좋다. 몸도 마음도 장성한 아이들이 믿음직스럽고 더 사랑스럽다.

산을 내려오다 돌아보니 구름 사이를 뚫고 금빛 찬란한 해가 얼굴을 선 보인다. 반갑고 기쁘다. 지레 포기로 기대하지 않았던 보기 힘든 장면에 감동이 인다. 톡으로 동해 일출 사진이 뜬다. 선명한 해가 당당히 하늘에 떴다.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책을 냈으면 좋겠다. 사회도 안정이 되고 성숙한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이제 하루하루를 알차게 채워나가면 된다. 해맞이로 건강한 출발을 해서 한 해가 기대가 된다.


#새해 #해맞이 #배봉산 #일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