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감사로 돌아보는 한 해

지난해를 돌아보며 찾아본 감사

by 정석진

한 해가 저문다.
그 끄트머리에서 지난 시간들을 돌아본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시간은 빨리 흐른다는 것을 절감한다.

어느새 이렇게 멀리 온 것일까?

돌아보면 고마움보다 아쉬움이 먼저 고개를 든다. 사람들의 본성은 남음보다 부족함에 더 마음이 가는 까닭이다. 그래서 감사하는 일은 의지가 필요하다. 의식적으로 찾아내고 의미를 더해야 한다. 감사는 찾을수록 찾아지는 신비로움을 지닌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예배시간에 감사히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는 무난한 한 해를 보낸 감사다. 굴곡이 없는 삶은 보기에 별 것 아닌 듯해도 결코 가볍게 치부해서는 안될 일이다. 평범한 일상은 대단히 행복한 삶이라는 방증이다. 사람들은 고난과 상실을 맛보아야 비로소 일상의 귀중함을 알게 된다. 특별함이 없는 한 해는 무탈하게 살았다는 표징이다. 참사가 일어난 비극적인 연말을 맞아서 아픈 가슴을 안고 가족의 얼굴을 볼 수 있고 함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격을 느꼈다. 살아있음이 가장 큰 축복인 셈이다.

좋아하는 여행도 통 크게 다녀왔다. 멀고 먼 미국이라는 큰 나라에 3주 동안이나 머물렀다. 누이들과 동행하여 혈육의 끈끈한 정을 온몸으로 느꼈고 광활하고 웅대한 자연의 경이를 만났다. 여정 모두를 사진과 글로 30여 편을 넘게 남긴 일도 단한 것이다. 아들과 다녀온 일본 여행도 기억에 남을 추억이다.


국내 여러 곳을 발로 밟으며 눈에 담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 혼자는 갈 수 없었던 산과 명승을 둘러보는 특별한 기회를 누렸다.리 산하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더할 수 있었고 글의 지평도 넓히는 기회였다.


독서 모임을 통해 폭넓은 독서를 할 수 있었다. 벽돌책인 고전을 꽤 많이 읽었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했. 함께 읽었기에 가능했다. 홀로 읽었다면 미처 깨달을 수 없었던 통찰을 토론을 통해 만날 수 있었고 다양한 사고의 스펙트럼을 경험했다. 지금도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를 같이 읽는 중이다. 20권을 마치면 하동 평사리에서 오프 모임을 갖는다. 올봄으로 기대가 크다.


영어 원서도 다섯 권이나 읽었다. 내게는 대단한 일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도전할 예정이다. 지금도 해리포터를 읽고 있다. 성북구 한 책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며 토론을 이끈 경험도 유익했다.

숲해설 동기들과 숲을 주기적으로 찾아 나선 것도 좋은 추억이다. 주로 따라가는 시간이어서 학습의 깊이가 뒤따르지 못한 점이 아쉽다. 올해는 식물에 대해 공부를 꾸준히 해서 넓이와 깊이를 아우르는 주도적인 학습자가 되어야겠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숲에서 놀기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 숲해설 경험을 쌓을 요량이다.


작년까지 브런치에 400편의 글을 썼다. 함성 글쓰기 모임 리더로 꾸준히 참여한 덕이다. 매 기수마다 20편의 글을 쓰는 모임으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10기를 참여했다. 쓴 글들을 잘 정리하여 올해는 책을 낼 계획이다.


꾸준한 합창단 활동을 통해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좋은 인연을 맺었다. 정기 연주회로 보람도 맛보았다. 만남을 소중히 하고 우정을 정성 들여 가꾸어 나갈 것이다. 사람들과 깊은 유대가 행복의 원천이다.

자녀들과 좀 더 친밀하게 지내고 싶다. "자녀를 노엽게 말고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하라"는 성경 말씀에 순종하여 아이들의 화를 돋우지 않는 태도를 견지할 것이다. 귀를 열어 먼저 듣고 말로 상처를 주진 않을 것이다.


돌아보니 감사할 일이 많다. 모든 것이 은혜다.

백지인 한 해가 내 앞에 놓였다. 글자 한 글자 꼭꼭 눌러써서 알찬 시간을 담아내야겠다. 오늘부터 시작이다. 새벽 독서 모임이 마중물이 되어 물 흐르듯 한 해가 순적하게 흘러가기를 소망한다.


#감사 #한해돌아보기 #독서 #글쓰기 #친구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