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의 명소 향일암
여수의 명물 중 하나는 돌산갓김치다. 돌산읍에는 일출 명소인 향일암이 있다. 혹자가 일몰도 멋지다고 하여 오동도를 들러 해질 무렵 향일암을 찾았다. 부정확한 정보는 사람들을 어리숙하게 만든다. 향일암은 태양을 향한 암자다. 동쪽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려고 했다니 나도 참 어이가 없다.
향일암에 오르는 길 주변 상가에는 온통 갓김치 간판이 내걸렸다. 저마다 특색 있고 맛있다는 문구가 요란하다. 톡 쏘는 맛이 매력이 넘치는 돌산갓김치를 평소 좋아했기에 토속적인 찐 맛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다 파장이다.
향일암은 신라시대에 창건된 고찰로 금오산 절벽 위에 자리를 잡았다. 경관이 뛰어날 뿐 아니라 암벽 동굴을 지나야 들어갈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의 사찰이다. 겨우 한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절벽사이 좁은 통로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절이 건축되었다는 점도 놀랍다.
일주문을 향해 한참 이어진 계단을 올라서면 한려수도의 수려한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푸른 물빛이 이고 있는 하늘에는 발그레 홍조가 피어났다. 일몰이 시작되었다.
해탈문이라고 이름 지어진 암벽 사이에 들어선다. 기분이 묘하다. 풍광에 취해 속세를 잊고 있는데 해탈이라는 글자를 만나니 없던 걱정도 생겨나는 것 같다. 이 문을 지나면 그 이름처럼 나도 모르게 품고 있는 모든 걱정거리를 다 털어버렸으면 좋겠다.
암자에 들어서니 천연색으로 곱게 물든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잘 그린 그림 한 점이다. 매혹적인 전망에 마음이 뺏겨 한참을 바라본다. 겨울 풍광이지만 나목들과 상록수가 어우러져 쓸쓸한 분위기는 풍기지 않는다.
바위산을 머리에 둔 대웅전의 풍채가 당당하다. 무심하게 서있는 모습이 화재로 소실되었다는 사실을 무색하게 한다. 새 옷을 입어서인지 전각의 단청이 선명하고 금박을 입힌 꽃살문이 화려하다.
처마에 걸린 풍경이 눈길을 끈다. 고목의 자잘한 수많은 가지들이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 같다. 그 너머 노을이 물드는 고요한 하늘은 참 평화롭다. 마음을 비워내면 고스란히 물들 것 같다.
스님의 타종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하루의 수고를 위로하는 청아한 울림이다.
어둠이 내리면서 하늘에 붉은빛이 감돌지만 더 진해지지는 않는다. 일몰의 기막힌 풍경을 기대했지만 맛보기만 볼 수 있을 뿐이다. 뒤늦게 일출 명소라는 사실을 깨닫고 기대를 접는다. 아쉬움은 있지만 불만은 없다. 충분히 멋진 경치를 만났기 때문이다.
올라올 때는 눈에 띄지 않았는데, 어둠이 내린 곳에 조명빛이 밝히는 등용문이 화려하다. 배 한 척이 푸른 바다 위에 하얀 자취를 남긴다. 좋은 구경을 하고 암자를 내려오는 길에 초승달이 떴다. 동양화 화폭 속에 들어선 듯하다.
하산 길에 푸른 밤 풍경을 만난다. 구조물과 조명이 환상이다. 일몰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보상을 받은 기분이다. 바람은 차서 손이 시릴 정도지만 참 아름다운 여수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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