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몽블랑 트레킹 간다 10

트리코 고개를 넘어 미아지 산장으로

by 정석진

오늘은 몽블랑트레킹의 시작이다. 야영장에서 맞는 알프스의 아침은 날마다 새롭다. 벅찬 감동을 뒤로하고 부지런히 차비를 꾸려 트레킹에 나선다. 불필요한 짐들을 야영장에 맡기고 최대한 가볍게 배낭을 꾸려 샤모니에서 버스를 타고 레우슈로 이동했다.

야영장에서 바라본 아침 풍경

레우슈는 몽블랑트레킹의 시발점이다. 버스에서 내려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다. 출발점에 모여 백패킹을 온전히 갖추고 떨리는 마음으로 함께 파이팅을 외친다. 모든 길을 걷는 것이 원칙이지만 시작은 가볍게 케이블카를 타고 산마루까지 올랐다. 편한 것은 좋지만 대신 어쩔 수 없이 놓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오감으로 느끼는 풍광을 포기해야 하니 말이다.

산마루에 올라 아래를 쳐다보면 계곡에 구불거리며 흐르는 강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야를 위로 향하면 만년설을 이고 있는 알프스 봉우리들이 장엄하다. 어디를 본들 장관이 아니랴!

길에는 온통 야생화 천지다. 갈 길이 멀지만 예쁜 꽃들이 자꾸 발길을 잡는다. 자태도 색감도 유혹적이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매력이 넘치는 길이다.

야생 백합의 고운 맵시도 뛰어나지만 야생 난초도 그에 못지않다. 난초의 잎도 아주 특이하다. 꽃이 핀 곳에는 나비도 날아든다. 나비도 날개빛이 강렬하다.

초원을 한동안 걷고 나면 빙하가 녹아 흘러내리는 물이 세차다. 한바탕 소나기로 계곡에 불어난 물이 급류가 되어 거칠게 흐르는 것 같다. 아담한 흔들다리를 지난다. 히말라야 브릿지라는 별명이 붙은 다리다. 계곡 아래로 굽이치며 물길이 힘차게 흘러간다.

지금은 7월, 알프스에는 알펜로제가 핀다. 진달래과 식물로 철쭉과 흡사하다. 우리에게는 만병초가 같은 종류의 식물이다. 군락을 이루어 다 함께 피어나 산등성이에 붉은 꽃빛이 그득하다. 시절을 제 때 좇아 온 덕을 톡톡히 누린다.

트리코 고개에 올라 고단한 몸을 쉰다. 줄지어 산을 오르는 이들이 끊이질 않는다.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찾는 진정한 명소임에 틀림없다. 고갯마루 넘은 등성이에 돌로 지어진 아치문이 있다. 사람의 손이 닿았지만 자연의 일부분처럼 조화롭다. 돌문을 지나면 신비로운 세상으로 들어설 것 같은 분위기다. 조형미를 갖춘 십자가도 암벽 위에 서있다. 알프스를 찾는 이들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으리라.

고개에서 내려다보면 계곡 저 멀리 산장이 보인다. 가까운 거리 같지만 한 시간 이상을 내려가야 하는 먼 곳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라면 좋겠지만 현실은 늘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신기루가 존재하는 것일까? 미아지 산장을 바로 눈앞에 두고 한참을 영원처럼 걷는 일이 너무 힘들다.


마침내 산장에 도착해서 시원한 음료수와 간단한 요깃거리로 고단한 몸을 쉬는 시간을 갖는다. 빙하와 만년설을 바라보며 취하는 달콤한 휴식은 몸이 곤한 만큼 진짜로 꿀맛이다.

숙소를 찾아가는 길은 처음에는 편했지만 시간이 길어지니 점점 힘이 들었다. 더구나 숲 속이라 시야가 막혀 계속 똑같은 길을 걸으니 단조로워 심리적으로 더 지쳤다. 막상 마을로 내려왔을 때 컨디션은 완전 바닥이었다. 그럼에도 숙소는 한 시간 이상을 걸어야 했기에 눈앞이 캄캄했는데 다행히 무료 셔틀버스가 있었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버스를 타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너무 빨리 내리는 바람에 또 한참을 걸어야 했다. 고생 끝에 낙이라고 숙소는 기대 이상이었다.

#몽블랑트레킹 #트리코고개 #미아지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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