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들과 즐기는 아름다운 봄
주말을 맞아 모처럼 아내와 시간을 보낼 여유가 났다. 어디를 갈까 생각 중이었는데, 마침 마음이 통했는지 교회 형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석촌호수에서 만나자는 반가운 소식이 온 것이다. 그렇게 벚꽃이 지고 있는 석촌호수를 찾았다. 때가 지난 시기라 큰 기대 없이 그저 산책을 즐기자는 마음이었다. 벚꽃은 떨어지고 있었지만 호수 산책길은 또 다른 매력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을 가졌다.
전철을 타고 잠실에서 형님 내외를 만났다. 호수를 돌기 전에 먼저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인근 두부집을 갔는데 음식이 맛깔나고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불러 주시고 식사도 사주셔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석촌호수로 향했다.
서쪽 호수 입구에 갤러리가 있었다. 딱히 바쁜 일정이 아니었기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들어갔다. 실내를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아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그만인 장소였다. 작가들의 그림도 전시 중이어서 사랑스러운 고양이와 고운 꽃 그림을 감상했다.
호수의 벚꽃은 거의 졌지만 산책로에는 인파들이 가득했다. 꽃이 없어서 서운할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초록 잎들이 가지를 물들이고 있어서 만개할 때 흰색의 단조로움과 다르게 다채로운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색감이 싱그러운 풍경을 빚어 놓았다. 오히려 성숙한 봄기운이 물씬 풍겼다.
꽃이 절정의 시기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인파가 넘쳤을 텐데 지금은 한가한 편이라 산책은 여유로웠다. 흐렸던 하늘도 점차 개여서 화창한 기운이 감돌아 봄나들이 기분이 났다. 기온도 춥지도 덥지도 않아 산보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이었다.
롯데 타워는 확실히 눈길을 끈다. 햇빛을 받아 자태가 더욱 빛난다. 호수에 비친 타워가 서울의 시그니처답게 멋지다.
산책로 중간에 또 다른 갤러리가 있었다. 그림에 관심이 크기에 앞장서서 일행을 갤러리로 이끌었다. 전시실에는 대왕참나무 가지를 정성스럽게 다듬은 설치 작품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자연을 그대로 살리고 거기에 작가의 세심한 노고를 더해 정성 들여 빚은 작품이다. 옆에는 나무를 거꾸로 세워놓은 작품인데 각지게 다듬고 검게 칠해 나무의 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삶이 단순한 듯해도 들여다보면 복잡하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이층에는 화려한 추상의 설치물이 꿈속의 한 장면을 그려 놓은 듯하다. 신선들이 사는 이상향이 저렇게 신비롭지 않을까.
호수의 푸른 물빛과 줄 지어선 나무들이 빚어내는 풍광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바람을 따라 호숫가에 늘어진 벚나무에 여전히 달린 꽃잎이 눈송이처럼 날린다. 한쪽은 꽃이 지고 다른 쪽은 꽃이 핀다. 벚나무 아래에는 철쭉꽃이 벙글었다. 벚꽃이 가고 철쭉의 시대가 오는 중이다. 철쭉이 활짝 피면 호수는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철쭉이 만발할 때 꼭 다시 오고 싶다.
산책로 카페에 들어가 휴식하며 커피와 빵을 즐겼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연인들, 가족들, 친구들, 걷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미소가 감돈다. 아름다운 자연의 품에 안긴 사람들의 즐거운 모습이다. 사람들은 자연을 떠나 행복할 수 없다.
이 마음을 시조에 담았다.
석촌 호수에서 / 정석진
벚꽃은 떠나가도
연초록 잎 고운 거리
산보하는 얼굴마다
웃음꽃 활짝 핀다
잘 살려 아무리 애쓴들
오늘만큼 같을까
돌아오는 길에는 한양대역에서 내려 따릉이를 탔다. 중랑천에는 고운 꽃들이 우리를 반겼다. 정열의 만첩홍도가 피었고 튤립이 형형색색의 수를 놓았다. 아름다운 계절이다.
봄이 무르익고 있다.
지금은 봄나들이하기에 그만인 때다. 부지런히 나서지 않으면 누리기 어렵다. 나날이 봄은 짧아지고 있어서 봄인가 느끼면 금방 여름이다. 이렇게 좋은 계절에 좋은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행복하고 싶은가?
친구들과 봄을 찾아 즐겨라.
하나도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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