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 야생화 트레킹

야생화 여행

by 정석진

아는 형님들과 매주 산행할 때마다 서울 주변을 다니다 마석에 있는 천마산을 가게 되었다.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결과는 한 마디로 경이로움이었다. 진달래도 좋았지만 미처 생각지도 못한 진귀한 야생화를 많이 만났다. 해발 812미터인 천마산은 야생화의 보고였다. 날씨도 화창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산자락에는 신록이 진해져 벌써 여름 분위기가 났다.

경춘선 평내호평역에서 내려 아침을 든든히 먹고 산행을 시작했다. 벌써 한여름 날씨다. 반팔 옷을 입었는데도 더웠다. 천마산 초입에는 아직도 벚꽃이 있었다. 나무들도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어 싱그러움이 넘쳤다.

복사꽃과 자두꽃도 피어나 산자락은 온통 꽃으로 가득하다. 봄바람도 분다. 사월의 바람은 귀한 바람이다. 온갖 꽃향기를 담고 어린잎들의 숨결도 담고 있다. 오늘 산행은 봄날의 중심에 서서 봄을 만끽하는 날이다.

계곡에는 물이 졸졸졸 흘러 청량감을 더한다. 수면 위에 떨어진 꽃잎들이 무릉도원 전설을 들려주는 듯하다.

길가에는 개별꽃이 무더기로 피어있다. 고운 자태를 지녔지만 너무 흔하다 보니 귀한 대접을 못 받는다.

개별꽃

천마산에는 특별한 현호색이 핀다. 점현호색이다. 잎에 흰 무늬가 있다. 천마산을 대표하는 야생화로 꽃빛깔이 신비롭다. 산을 오르는 길에 많이 자란다.


야생화를 탐사하러 온 등산객을 만났다. 연세가 지긋하신 여성분들 세 분인데 야생화 전문가들로 귀한 정보를 많이 주셨다. 서울 주변 산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야생화가 천마산에 자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행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데 귀한 야생화까지 볼 수 있어서 마음이 부풀었다.

점 현호색
현호색
산괴불주머니

다른 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산괴불주머니와 제비꽃도 많았다. 제비꽃은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그중 노랑제비꽃은 지천이었다. 잎이 알록달록한 알록제비꽃과 흔한 오랑캐꽃도 많았다.


노랑제비꽃
고깔제비꽃
알록제비꽃
오랑캐꽃
흰 제비꽃

산기슭에는 무성하게 자란 식물들이 많이 보이는데 대부분 미치광이 풀이었다. 나물처럼 보여 먹게 되면 환각 작용과 구토를 불러오는 독초로 꽃 빛깔도 섬찟하다. 사약의 재료인 천남성도 꽃대를 올렸다. 특이한 꽃모양이 눈길을 끈다.

미치광이풀
천남성

또 다른 독초인 족두리풀도 있다. 잎자루 밑에 꼭꼭 숨어 꽃이 피어서 자세히 찾아보지 않으면 보기 어렵다. 독초들은 꽃빛깔도 닮는 것 같다. 미치광이 풀과 꽃 색깔이 비슷하다.

족두리풀

귀한 야생화 노루귀를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연꽃 같은 남보랏빛 꽃잎이 신비롭고 하얗고 긴 꽃술은 우아하다. 한 송이는 청초하고 두 세 송이는 애틋하다. 고귀한 기품이 풍기는 아름다운 꽃이다. 귀한 자태를 사진에 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노루귀

순백의 꿩의바람꽃도 보인다. 흰색 노루귀와 아주 비슷하다.

꿩의바람꽃
노루귀
꿩의바람꽃

산을 좀 더 오르면 진객인 얼레지의 모습이 보인다. 성장한 성숙한 여인의 자태로 아주 고혹적이다. 나리꽃을 닮았지만 훨씬 화려하다. 이곳저곳 피어있는 모습이 다 매력적이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얼레지

산꼭대기에는 처녀치마가 자란다. 늘어진 잎이 마치 치마 같다. 수줍고 고고해서 높은 곳에만 자라는 걸까. 순진하면서도 미모는 감출 수 없다. 꽃을 자세히 보면 한 송이가 아니라 여러 송이다. 연달아 귀한 야생화를 만나 보니 즐거움이 넘친다.


처녀치마
구슬이끼

바위에 붙어 자라는 이끼도 아름답다. 귀여운 공이 달린 구슬이끼다.


천마산 정상 아래에는 돌핀샘이 있다. 시원한 약수가 갈증을 단번에 날린다. 샘물 주변에는 괭이밥이 자란다. 노란 물감을 칠한 듯 그러데이션이 경이롭다.

괭이밥

드물게 붓꽃도 피었다. 보라색 각시붓꽃과 황금빛 금붓꽃이 간간이 보인다. 꼼꼼히 찾아보는 자에게 자연이 베푸는 선물이다.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깊이 젖는 행복한 순간이다.

각시붓꽃
금붓꽃
매화말발도리

낮은 곳에는 관목인 매화말발도리가 피어있다. 처음에는 미선나무로 오해를 했다. 내려오는 곳에 여기저기 피어 있어 귀여움이 넘치는 꽃이다.

산벚꽃

잎과 함께 피는 산벚꽃도 한창이다. 진달래와 어우러져 봄산을 아름답게 단장하는 중이다.

중간에 쉬다 곤줄박이를 만나는 놀라운 순간이 있었다. 땅콩을 들고 있는 손에 앉아 물고 가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야생의 여린 발톱이 손에 닿는 촉감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곤줄박이와의 만남

천마산 정상을 앞둔 길에 엉덩이 나무가 있다. 굴곡진 둔부가 너무나 흡사해서 당혹감 마저 든다. 자연의 신비가 참으로 놀랍다.

엉덩이 나무

천마산 정상은 암벽이다. 고사한 소나무 사이마다 진달래 꽃이 무더기로 피었다.

주변 봉우리에도 진달래가 한창이다. 기암과 함께 멋진 풍광이 펼쳐졌다.

봄빛이 진한 산자락이 곱다.

생강나무순
단풍나무 순 / 생강나무 순

꽃도 아름답지만 새순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생강나무의 어린잎들은 은빛을 머금어 신비롭기까지 하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멀리 보이는 산의 자취가 참으로 곱다. 봄철에 만날 수 있는 멋진 풍경이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은 축복이다. 진기한 야생화를 실컷 보고 즐기는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자연을 찾아 갔기에 이런 행운을 만난 것이다.

봄은 진실로 아름다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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