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진달래 능선을 가다
예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북한산의 진달래꽃을 원 없이 즐겼다.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소식에 이미 피었다 져버렸으면 어쩌나 하고 마음을 졸이며 갔다. 운 좋게도 진달래꽃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아주 완벽한 시간이고 기회였다. 북한산 진달래 능선에는 눈 가는 곳 어디나 만발한 진달래의 향연이 펼쳐졌다. 눈이 호강한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거기에 더하여 캐나다인 마이크와 산행을 함께 하며 아주 친해지는 복도 누렸다.
한동안 미세먼지로 우중충한 하늘이 봄비가 내린 후 모처럼 맑게 개었다. 바람도 불고 기온이 떨어져 쌀쌀했지만 덕분에 공기는 깨끗해 아주 상쾌한 날이었다. 집을 나서는 데 아침 햇살이 비치는 아파트 주변 풍경이 신선해서 산행 가는 발걸음이 더한층 가벼웠다.
전철을 타고 북한산 우이역에 내려 두 형님을 만나 근처 두부집에서 청국장으로 아침을 먹었다. 가려던 식당이 쉬는 날이어서 아쉬웠는데 아쉬움을 제대로 잊게 만드는 맛집이었다. 출발이 아주 좋았다.
쾌청한 날씨로 오늘 산행에 대한 기대가 컸다. 산초입부터 역시나 선명한 풍경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산자락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단박에 눈길을 끈다. 북한산에는 봄이 한창 익고 있었다.
진달래 능선에 들어서자 진달래꽃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산은 벌써 신록을 입고 있다. 연초록의 어린잎들이 햇살에 재잘대고 연분홍 진달래가 눈부시게 개화 중이다. 제대로 잘 왔다는 만족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절정의 봄을 만나는 순간이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는 했지만 조금 지나서는 흙길이라 산길을 걷기에 그만이었다. 길에서도 봄이 느껴진다. 부드러운 흙의 촉감에 기분이 좋다. 멀리 보이는 백운대와 인수봉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유난히 희고 뚜렷하다.
홀로 산을 찾은 캐나다 사람을 만났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활달한 친구라 금방 친해졌다. 함께 동행하기로 하고 산행 내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오지랖이 넓은 덕에 캐나다 친구가 생긴 것이다. 간식도 같이 먹고 사진도 찍어주며 많은 대화를 했다. 어쩌면 캐나다를 여행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주변이 온통 진달래 꽃이지만 산벚꽃도 보인다. 청초한 자태가 풍성하게 핀 벚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참나무도 겨울잠에서 깨어서 부지런해졌다. 어린잎들이 꽤 자랐다. 방사형으로 펼쳐진 모양이 마치 꽃 같다.
산에 오를수록 진달래가 많아진다. 꽃은 분홍 일색이지만 다 같은 분홍이 아니다. 진한 꽃분홍에서 연한 분홍까지 다양하다. 햇빛에 노출이 된 꽃빛은 투명한 분홍색이다. 산 아래는 목련이 한창이다. 하산해서 보니 멋진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진달래를 배경으로 한 인수봉을 사진에 담았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멋진 풍경이다.
산에 깊이 들어설수록 진달래는 점점 많아진다. 산 허리가 아예 온통 진달래 꽃밭이다. 사진을 찍느라 자꾸 멈춰 선다. 한 컷을 찍고 나면 더 멋진 장소가 연이어져 지체가 된다. 하지만 여유로운 나들이라 바쁠 것도 없다.
평일인데도 등산객들이 꽤 많다. 놀라운 것은 외국인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미국인을 비롯, 스웨덴,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까지 국적도 다양하다. 한국의 아름다운 봄을 알리게 되어 한편으로는 아주 뿌듯하다.
간간이 산개나리도 피었다. 노란 원색의 꽃이 인상적이다. 귀한 야생화도 만났다. 처녀치마를 처음 보았다. 노란 제비꽃은 아주 흔했고 흰 제비꽃은 드물었다. 개별꽃도 정상 가까이 가면서 많아졌고 산괴불주머니도 보였다. 버들강아지도 눈에 들어온다. 기특한 녀석들이 낮은 곳에서 제 할 일을 야무지게 하는 중이다. 반가운 친구들을 많이 만나 더 즐거운 산행이 되었다.
최근에 두 번이나 오른 백운대를 안 가려 했지만 마이크를 위해 다시 올랐다. 맑은 날의 백운대는 역시나 좋았다.
하산길에도 여전히 진달래가 있었지만 질리도록 보아서인지 처음보다 감흥이 많이 줄었다. 무엇이든 지나치게 많은 것은 조금 모자람만 못한 것 같다.
하산길의 백미는 목련이었다. 수많은 목련꽃이 하늘에 은하수가 펼쳐지듯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마이크와 소불고기로 저녁을 맛있게 먹고 디저트로 차도 함께 마시며 마무리를 했다. 오늘 식당은 모두 다 최선의 선택이었고 진달래 구경은 최상이었다. 마이크와 우연한 만남은 인연이 되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행복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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