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화를 보러 갔다
창덕궁에 봄이 내렸다.
정성 들여 꽃단장을 한 창덕궁은 고왔다.
담장 너머 검고 치밀한 가지들이 전율하듯 용틀임하고 있는 회화나무 고목은 여전히 겨울잠에 취해 스산한 풍광이지만 고궁의 내밀한 곳에는 싱그러운 봄이 한창이었다.
입구부터 꽃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진달래가 여기저기 만개를 했다. 거리는 무채색이지만 고궁의 뜨락은 밝은 색감으로 생기가 넘친다.
평일인데도 관람객이 많았다. BTS공연의 여파인지 외국인들이 특히 많았다. 그들에게 아름다운 고궁의 봄을 보여줄 수 있음이 자랑스럽다.
궁에는 우리나라 특산인 미선나무가 자란다. 미선나무마다 순백의 꽃을 일제히 터뜨렸다. 고궁 한편에 흰개나리로도 불리는 미선나무와 노란 개나리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계절의 주인공인 홍매화를 보러 갔지만 절정의 시간이 아쉽게도 지나가고 있는 눈치였다.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하더니 타고난 미모는 저무는 순간에도 고운 자취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홍매화의 고혹적인 매력을 놓친 점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홍매화로 응축된 봄보다는 다양한 식물들이 빚어내는 확장된 고궁의 봄을 만날 수 있었서 충분히 좋았다.
몇 년 전에 만개한 홍매화를 접했을 때는 오로지 홍매화에만 눈길이 갔다. 그때도 흐린 날이어서 빛을 제대로 담지 못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도 봄철이면 심해지는 미세먼지의 여파를 피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럴지라도 오늘은 홍매화 주변에 초록초록한 풀밭이 배경이 되고 꽃분홍의 농염한 진달래도 피어있어 흐린 날인데도 싱그럽고 밝은 분위기를 빚어냈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살구나무꽃으로 온통 뒤덮인 전각은 마치 눈 오는 풍경 같다. 매화와 벚꽃과 꼭 닮은 살구꽃은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난다. 특히 붉은 꽃받침이 매력이다. 전각을 배경으로 휘어서 늘어진 가지에 달린 꽃송이가 고혹적이다.
꽃과 여인은 뗄 수 없는 주제다. 한복으로 꽃단장한 여인들이 꽃과 한 풍경을 이뤘다. 피부로 살아 숨 쉬는 봄의 정경이다. 여인들의 한복이 어찌나 맵시 있고 고운지 마치 선녀들이 강림한 듯하다.
작약의 새순도 담장 앞의 민들레도 봄을 구성하는 주인공이다. 눈을 두는 곳마다 아름다운 봄이다.
궁에는 매화를 위시해서 미선나무, 진달래, 살구나무, 앵두나무, 산수유가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며 다채로운 꽃대궐을 꾸며 놓았다. 고궁의 봄은 강렬한 원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지만 결코 거칠거나 경박해 보이지 않는다. 화려함 속에 질박함이 담겨있다. 그래서 부드럽고 우아하다. 전각과도 잘 어울린다. 궁궐담장도 빼어난 배경이 되고 기와지붕과 단청문양도 격자문살도 저마다의 고유한 미감으로 꽃과 더불어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풍긴다.
봄의 아름다움을 만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창덕궁으로 가야 한다.
가장 한국적인 봄이 창덕궁에서 화려한 날개를 펼치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창덕궁 #봄꽃 #고궁의봄 #봄꽃사진 #사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