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으면 결국 이긴다
이 싸움은 100년 넘게 이어져 왔어요. 미국 탄산음료 시장은 사실상 이 두 브랜드의 게임이었고, 3위는 늘 먼 거리에서 구경하는 자리였어요. 그런데 2024년, 처음으로 그 구도가 깨졌어요.
닥터페퍼가 펩시를 밀어내고 미국 2위 탄산음료 브랜드가 된거예요.
닥터페퍼는 사실 코카콜라보다 먼저 태어난 브랜드예요. 1885년 텍사스의 한 약사가 약국에서 풍기는 냄새를 재현하고 싶어서 23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시럽에서 출발했어요. 콜라도 아니고, 사이다도 아닌 묘한 맛이에요. 한국에서도 "이게 무슨 맛이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에요.
수십 년간 닥터페퍼는 늘 3~6위 사이를 맴돌았어요. 20년 전만 해도 스프라이트와 함께 공동 6위였어요.
그 누구도 2위를 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닥터페퍼가 오른 게 아니라, 사실 펩시가 내려온 측면이 커요.
두 브랜드는 같은 시기에 정반대의 선택을 했거든요.
펩시는 2010년대부터 "건강한 음료"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옮기기 시작했어요. 탄산음료 시장이 줄어드는 걸 보면서, 게토레이·트로피카나·생수 같은 건강 음료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어요. 합리적인 판단이었어요. 근데 그 과정에서 정작 펩시 콜라 자체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줄었어요.
닥터페퍼는 반대였어요. 2018년 큐리그 그린 마운틴과 합병하면서 오히려 닥터페퍼에 마케팅 투자를 크게 늘렸어요. 그리고 딱 하나만 밀었어요. "우리는 이상한 맛이고, 그게 자랑이다."
닥터페퍼는 미국 대학 풋볼 리그(College Football Playoff)의 공식 스폰서가 됐어요. 2014년부터 시작한 이 파트너십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데, 미국 남부 지역에서 풋볼 문화와 닥터페퍼가 완전히 엮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틱톡에서 "더티 닥터페퍼(Dirty Dr Pepper)" 트렌드가 터졌어요. 코코넛 시럽, 라임, 크림을 섞어 마시는 방식이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됐는데, 닥터페퍼는 이걸 브랜드가 직접 올라타서 공식 캠페인으로 만들었어요. 소비자들이 만들어준 트렌드를 브랜드가 흡수한 거예요.
딸기크림, 바닐라 플로트 같은 독특한 신제품들도 계속 냈어요. "이상한 맛"이라는 정체성 위에서 더 이상하게, 더 다양하게 확장했어요.
닥터페퍼의 2위 등극은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 아니에요.
20년에 걸친 조용한 역전이에요.
닥터페퍼가 한 건 단순해요. "우리는 콜라가 아니다"라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았어요.
코카콜라나 펩시처럼 되려 하지 않았고, "이상한 맛"을 브랜드의 핵심으로 계속 밀었어요.
펩시는 탄산음료 시장이 줄어드는 걸 보고 다른 곳을 봤어요. 닥터페퍼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어요.
결국 시장이 흔들릴 때, 자기 자리를 지킨 브랜드가 이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