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범할마 Apr 01. 2020

언제 이 세상 떠나더라도......

친구가 이 세상을 떠나갔다

언제 이 세상 떠나더라도

이 말 한마디

"세상 어지럽게 많은 말들을 뿌렸습니다"

다 잊어 주십시오


언제 이 세상 떠나더라도

이 말 한마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다 잊어 주십시오


언제 이 세상 떠나더라도

이 말 한마디

"당신의 사랑의 은혜 무량했습니다"

보답 못한 거 다 잊어 주십시오


아, 언제 이 세상 떠나더라도

이 말 한마디

다 잊어 주십시오


_조병화_



친구가 삼월 마지막 날 벚꽃 지듯이 허망하게 이 세상을 떠났다

친구는 남편이 죽은 지 얼마 안 되어 자궁암에 걸려 병원 생활을 했다.

재작년 겨울에 부산 친정에 갔을 때 잠깐 만났다.  항암치료도 끝나고 밝은 모습이어서 얼굴이 아프기 전 보다 좋아 말 안 하면 환자인지 모르겠다고 하며 둘이 웃었다.

에코백에 달맞이꽃을 그려서 줬다. 보양식을 사주고 싶다고 하니까 친정 식구들하고 약속이 있다고 마음만 받겠다고 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친구는 수술받기 전에 딸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예쁜 손녀가 태어나서 카톡 프로필에 손녀의 사진과

"행복하게 살 거야"라는 글이 있었다.

그렇게 병을 떨쳐내고 행복하게 살 줄 알았다.

밴드에 천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다른 친구한테 근황을 물으니 많이 아프다고 했다.  먹고사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병문안 한번 가지 못했다.

올해 환갑이다. 아직 젊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벚꽃 지듯이 홀연히 가버렸다.

병실에 있을 때 가서 손잡고 기도 못해준 게 한이 된다.

해마다 봄이 와서 꽃이 피어도 생각나고 져도 생각나고 달맞이꽃을 봐도 생각날 것 같다.

친구야 잘 가라

그리고 미안하다

작가의 이전글 친정 식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