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LSD 훈련의 한 가운데서
더 빨리 달리기 위해 더 느리게 달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 역설을 위해 시간을 쏟고 있다. 긴 거리를 느리게 달리면서 지구력과 최대 산소섭취량의 기본 수준을 높인다는 '롱 슬로우 디스턴스', LSD 훈련은 집 짓기와 같다. 기초 공사를 잘 이뤄야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일 텐데, 뻔한 말로 치부했던 지난날의 값을 치르는 기분도 든다.
기초 공사가 끝나면 본격적인 시공으로 이어지는 집 짓기와는 달리 마라톤의 LSD는 끝나지 않는다. 마일리지를 쌓는 것에 목적을 두는 이 훈련은, 강도가 낮기에 몸이 더는 달리기의 존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점이 될 때까지 계속될 수 있고, 계속되어야 한다.
LSD가 기초 공사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다시 역설이 일어났다. 그것은 "더 빨리 달리기 위해 더 느리게 달린다"라는 애초의 문장에서 많은 단어를 괄호 치고 남은, "달리기 위해 달린다"는 역설이었다. 언제까지 여정을 지속해야 할지 모르는 두려움,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의 뒤로 밀려나 버릴 것 같은 두려움, 그 효과에 대한 끝없는 의심을 맞닥뜨려야 하는 부담이었다.
LSD가 과연 효과가 있는지 학자들은 말이 많은 듯하지만, 돌고 돌아 이 역설에 의지해 계속 달리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충동을 붙잡으려 애쓰는 일은 나름대로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