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수정 Sep 09. 2021

늦여름의 어느 날

- 북한산 국립공원에 가다


2021년 9월 초, 남편과 함께 길을 나섰다. 7~8월은 더위로 인해 아침 일찍 30분 정도 동네 산책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며칠간 계속 내린 장마가 지나간 후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져서 북한산 국립공원에 가기로 했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주중을 택했다.


산성 계곡 무장애 탐방로 입구에 들어서니 벌써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소리가 크고 깊고 웅장하게 들렸다. 비 온 뒤라 물의 양이 많아져서 물 흐르는 소리는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하게 해 주었고, 오랜만에 하는 산행이라 양손에 스틱을 꼭 잡고 조심스럽게 걸었다. 탐방로를 걷다 보면 왼쪽은 계곡물, 오른쪽은 나무숲이 우거져 있다. 진한 녹색을 띤 나뭇잎들의 터널을 지나면서 녹색의 다양함에 새삼 감탄하며 걸음을 옮겼다.


<북한산성 계곡에서>


봄에 왔을 때의 느낌과 사뭇 다르다. 한 종류의 녹색이 아닌 300여 개의 초록을 지닌 자연의 신비함과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돌길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며 내려가며 걸었다. 뒤에서 오는 젊은이들을 먼저 보내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었다. 앞서 가는 젊은이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잠깐 동안 훈훈한 인간미를 느끼며 나도 젊었을 때는 저렇게 빨리 걸었는데... 잠시 추억에 잠긴다. 스틱을 양손에 쥐고 주위 경치를 보면서, 바위에서 내려오는 폭포를 보면서, 사진을 찍으면서 늦여름을 감상한다.


계곡의 물소리가 없다면 산행은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물소리를 들으면서 물소리의 리듬에 맞춰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여름을 보내기 싫은 지 매미는 힘껏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계곡물은 무엇이 급한 지 빠른 속도로 힘차게 달리고 우리는 가는 여름이 아쉬워 열심히 주위를 감상하며 걸었다.


마스크를 쓰고 걸은 산행이 많이 힘들었나 보다. 봄에 산행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힘듦이 몇 달 지난 뒤에 걸으니 많이 힘들었다. 과유불급이었을까? 1시간가량이 적정 시간인데 짙은 녹색의 자연을 만끽하느라 욕심을 부려 2시간 넘게 한 산행이었다. 남편은 오랜만에 걸으니 기분이 상쾌하고 몸도 개운하다고 하는데, 나는 집에 도착한 후 한쪽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다. 그냥 산책할 때의 걸음과 산행할 때의 걸음이 다름을 느끼며 무엇이든지 꾸준해야 함을 다시 배운다.


오늘 몸은 힘들었어도 마음이 상쾌하고 살아있음을 느끼는 하루였다.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편안하게 산행할 날은 언제일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 지 2년이 되어 가지만, 여전히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백신이 개발되면 끝날 줄 알았는데, 백신 개발에 발맞춰 코로나도 스스로 변이해 그 세력을 더욱 강고(强固)하게 하고 있다.


이제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라고 하며 코로나와 함께 생활하기, 일상에 가까운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불편함과 두려움이 있다. 지구촌의 모든 나라들은, 우리 인간들은 반성하며 푸른 녹색의 숲을 많이 가꾸어 늘려서 주위를 깨끗하게 하고 지구의 공기를 맑게 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면서 살아가면 좋겠다.


<북한산성 계곡에서> 2021년 9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