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철학

by 어수정
전원생활.jpg <전원생활>, 수채, 어수정 作, 2019.10.23




요즘 수채화를 그리면서 비움의 철학을 배우게 된다.

명암을 넣어 그리지만 여전히 색깔이 진하게 나온다.

선생님은 더 흐리게 칠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시지만, 습관적으로 자꾸 진하게 칠해진다.

머리로는 흐리게 칠해야지 하면서도 손은 진하게 칠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젊은 시절에는 좀 더 가지려고, 좀 더 채우려고 노력을 한다.

적당한 채움은 인생에 활력을 주지만,

더 채우려고 하면 욕심이 생기고 욕심이 생기면 몸이든 마음이든 병이 나게 마련이다.

몸도 비워야 하고 마음도 비워야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듯이,

도(道)가 지나치면 화(禍)를 불러들인다는 말이 있듯이 열심히 비워야 한다.

그러면 몸도 편안해지고 마음도 너그러워진다.

또 비워야 채울 수가 있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채움의 철학에서 비움의 철학으로 바뀌어야 한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휴식의 장>에서

"몸이든 마음이든 비우면 시원하고 편안해집니다.

반대로 안에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으면 몸이든 마음이든 병이 납니다.

뭐든 비워야 좋습니다."


나도 수채화를 오래 그리다 보면 좀 더 많이 비우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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