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11 화 : 인간, 그리고 나무
앨리스의 보라색 밴은 부드럽게 고속도로를 타고 미끄러져 올라갔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세상의 빛은 옅어지는 것만 같았다. 나무들은 덜 푸르렀고, 바다는 덜 파랬다. 하늘은 회색빛이 되어가고 있었고, 꽃들마저도 화려한 알록달록함이 아닌 차분한 색조로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바위와 평원이 가득한 그 끝없는 해안가 길에서 우리는 단조로운 졸음과 자장가 같은 잡념들을 쫓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마음에선 점차 여러 가지 감정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상념도, 불안도, 희망도, 기대도, 공허도, 두려움도 차례차례 희미해지고 흩어져갔다. 들뜨지도 않고 부정적이지도 않은 채로, 우리는 그렇게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앨리스는 우리를 공원 앞에 내려주곤, 이곳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말해놨으니 해가 지기 전 까지는 공원 안을 마음껏 돌아다녀보아도 괜찮을 거라고 이야기해주며 사라졌다. 앨리스가 말한 친구라는 사람은 불곰만큼이나 덩치가 큰 덥수룩한 아저씨였는데, 우리에게 비상용 무전기를 한 대씩 주곤 아무 설명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끝없는 해안의 절벽과 나무들 사이에서 평화와 나는 그렇게 홀로 헤매도록 남겨져 있었고, 그렇기에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할 수 있었다.
그곳은 참 기묘한 곳이었다. 누군지 모를 창조주가 세상에 색을 칠할 때 이곳에서만큼은 약간 우울증을 앓았던 모양인지, 해안가 곳곳에는 회색과 갈색의 색조가 강하게 묻어 나오고 있었다. 회색의 천국 위로는 외로운 갈매기들이 거센 바람을 타고 날아다녔고, 멀리서 바다는 조용한 슬픔으로 끓어대었다. 사방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은 어찌 된 모양인지 기괴하고 복잡한 곡선으로 서로에게 얽혀 들고 있었다. 가지의 모양 중에는 직선인 것이 단 하나도 없었고, 잎사귀가 달려있는 것조차도 거의 없었다. 뱀이 가득 들어있는 단지처럼 엉켜있는 그 미끈한 줄기들을 보며 나는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티폰이나 키메라를 떠올리고 말았다. 죽은 것인지 살아있는 것인지 구분이 안 가는 그 괴상한 자연 앞을 거닐며 우리는 말 못 할 생경함을 느꼈다.
해변가에서는 거대한 해양 포유류들의 외침 소리가 들끓었다. 바다코끼리들은 황량한 백사장 위에 누워서 뱃고동 소리보다 더 큰 고함소리를 질러댔다. 같은 종의 암컷에게는 구애의 세레나데일 그것은, 보다 예민한 종에게는 돼지 멱따는 소리에 더 가까운 소음이 되고 말았다. 작은 동산을 연상시키는 다 자란 수컷 바다코끼리가 해변가를 질주할 때면 암컷과 새끼들은 사력을 다해 도망치기 바빴다. 2톤이 넘는 비계와 뼈, 그리고 근육이 한 군데 뭉쳐서 달려오는 모습은 지켜보는 모든 생명체에게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바다코끼리들은 침입자인 우리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빤히 쳐다보기만 했고, 우리 역시 바다코끼리들을 경계 어린 눈으로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바다코끼리들은 뒹굴 거리며 모래를 묻히는 것마저도 귀찮아하는 것이 일상인 듯했고, 그 모습에 약간의 평온을 느낀 평화와 나는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탐색을 계속할 수 있었다.
바다는 끊임없는 발걸음으로 해변을 쓰다듬었고, 하늘은 비가 되고 안개가 되어 해안가를 향한 끊임없는 입맞춤으로 다가섰다. 바다가 불어대는 소금기 어린 입김은 어린 식물들에게는 사신의 입맞춤과도 같은 것이었고, 짙게 끼는 안개는 이끼와 곰팡이 말고는 무엇도 제대로 살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 갈색으로 부스러져가는 고목들의 가지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끼들이 길게 늘어져 매달려 있었고, 거미들만이 그 가지 위를 느릿하게 기어 다녔다. 그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장면들에는 묘한 외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절벽에 보호받고 있는 분지는 유일하게 생명으로 움트고 있는 곳이었다. 하늘이 내려오고 바다가 다가오는 그 해안에서 땅의 뼈들은 비죽이 튀어나온 높은 절벽이 되어 그 모든 것으로부터 생명을 오롯하니 보호해주었다. 절벽 안쪽은 해무로부터도, 짙은 습기로부터도 안전했다. 색이 온통 바랜 희끄무레한 그 세상에서도 분지의 새싹들은 눈이 시릴 만큼 초록빛이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꽃이 군데군데 찬란하게 피어서 생경한 아름다움으로 빛났다. 작은 개울이 곳곳에서 모여들며 흐르고 있는 그 분지에는 작은 수달들이나 다람쥐들만이 간간히 보였다. 온통 죽어있는 나무들과 이끼 사이에서 이토록 찬란한 생명의 숲이 펼쳐져 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워 보였다.
평화와 나는 그 마법 같은 숲 속을 끊임없이 걷고 또 걸었다. 작은 새소리와 개울물의 또랑 거리는 속삭임만이 우리의 발걸음을 멈칫거리게 만들었고, 안개를 꿰뚫는 햇살이 우리는 마지막 희망, 최후의 진리를 찾는 실타래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모든 조건이 완벽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황금빛 아름다운 나무는 씨앗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곧고 아름답게 자라는 다른 모든 종류의 나무들 사이에, 우리가 찾는 바로 그것, 바로 그 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평화와 나는 끝이 없는 침묵의 숲 속을 한없는 발걸음으로 거닐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었다. 그 무엇도 없었다. 오로지 짙은, 썩어가는 듯 짙은 녹음뿐이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우리의 여정은 마지막 순간에 어딘가 잘못되어 있었다. 마침내 절벽을 찾고, 바다를 찾고, 하늘을 찾고 땅을 찾았음에도, 우리는 그 나무를 찾을 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별다른 말을 나누지 않았다. 사실 그렇게 나눌 말이 없었다. 침묵으로 우리는 많은 순간들, 긴 여정들을 더듬을 수 있었다.
비록 나무는 찾지 못했지만 나는 여행이 실패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늘, 바다, 그리고 땅 속 지하에서 얻은 경험들만으로도 우리는 함께 중요한 순간들을 겪었고, 많은 깨달음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내겐 바꿀 수 없는 값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로선 그렇게 느껴졌다고 한들, 그 순간들에 평화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쉽사리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돌아오는 내내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는 시간이 많았다.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물어보아도 다만 부드럽게 웃어줄 뿐 대답해주지는 않았고, 나 역시 특별히 더 추궁하지 않았다. 실망이 컷을 수도 있고, 어쩌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되짚어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대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위로를 해주는 것은 옳지 않았고, 사과를 하는 것은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위로도 사과도 행복했던 여행의 모든 순간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었고, 우리가 얻은 소중한 깨달음들을 무가치한 것으로 바꾸어놓는 일이었다. 목적하는 바가 없어도, 도달할 곳이 없어도, 인간의 여정은 그대로 아름답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알고 있었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 행복해지고 싶었기에, 나는 평화의 사색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그 순간에 만큼은 더없이 옳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순간의 선택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평화는 이제 내 곁에 없었다. 그녀는 그 순간을 후회하며, 내 곁을 떠나갔던 것은 아닐까. 그녀 없는 궤도 열차에 홀로 앉아 지상으로 하강하는 내내 내 마음 곳에는 수많은 상념들이 깃들었다 그때 그 순간들에 그녀를 위로하고 방해했더라면 어땠을까. 조금 더 걱정하고 조금 더 다가섰더라면, 조금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나무는 찾지 못했더라도, 우리는 사람의 의미와 행복의 의미에 닿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랬더라면 평화는 지금처럼 홀로 떠나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덧없는 공상과 후회가 지상으로 향하는 나의 추락을 감싸 안고 있었다.
2년 전, 황금의 다리 건너편에서 일렁이는 저 너머의 세계를 바라보며 평화는 이렇게 말했었다.
“다리 건너편에는 다음번에 가자.”
“왜? 저 너머에 있는 소살리토라는 작은 도시는 지중해 풍의 정말 아름다운 도시라는데.”
“지금은 세상의 너머로 여정을 하고 돌아올 여력도, 깨달음도 없어. 다음번에 여행을 하게 된다면 그땐 나를 찾으러 세상의 너머로 와줘도 좋아. 유리디체를 찾듯, 노래를 부르며 와야 해.”
그때에는 잘 몰랐지만, 어쩌면 그녀는 이미 그때부터도 이렇게 떠나가 버릴 것을 예고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유리디체를 찾듯 노래하면서 다가오라니, 참으로 의미심장한 표현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고 말았다.
다시금 잠의 도시에 도착하고, 다시금 황금의 다리 그 앞에 섰을 때, 그 장대한 건축물은 보다 의미심장한 상징이 되어 내 앞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다리 건너편은 여전히 안개로 흐리게 가려져 있었고, 2개의 첨탑은 여느 때보다도 웅장하게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거대한 문지기 같은 서로 다른 바다를 좌우에 둔 채로, 나는 마침내 세상을 건너는 발걸음을 내딛어야만 했다. 한걸음, 한걸음, 안개를 뚫고 노래를 부르며, 나는 마지막 세상의 저편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여정은 유리디체를 찾는 오르페우스의 것이었다. 베아트리체를 찾는 단테의 여정이었고, 마찬가지로 데미안과 싱클레어와 모든 인간다움의 방황이었다. 2년 전 그 날 끝내 찾지 못한 것을 찾아 나는 그 안개 낀 다리 위를 긴 발걸음으로 옮겼다. 안개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해양의 바람을 안타까움 짙은 허파로 불어 내쉬며 그렇게 사람의 길과 사람이 아닐 길을 걸었다.
억겁과 같은 시간이 지난 뒤에, 나는 마침내 다리 건너편으로 넘어와 있었다. 안개는 언제 꼈었냐는 듯이 흩어져 있었고, 세상은 투명한 빛으로 맑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여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착해보니 내가 건너온 반대편은 손에 닿을 듯 가깝게만 느껴졌다. 돌아보는 일은 늘 그렇다. 지나온 길에 다시 한번 눈길을 줄 때는 가벼운 찰나 같아 보이는 것이다. 그 찰나 사이의 나는 죽을 듯 외로워서 말없이 흐르고, 또 흘러야만 했다.
세상은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 흐름의 결 사이에 내 평화가 녹아 있었다. 인간은 자유롭지도, 구속되지도 않은 채 그렇게 세상을 걸었다. 바람이 하늘을 향해, 태양을 위해 불어 내리고 있었다. 그 바람은 실처럼 하늘에 내 마음을 엮어대었다. 천천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이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마지막 뿌리이자 잎새였다. 잔잔한 바다 결 위로 뼈 없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
나를 위해
한 번만, 노래를 해다오
나나, 나나나나
쓰라린 가슴 안고,
오늘 밤도 이렇게,
울다 잠이 든다.
외로움이 비수처럼 심장을 찔렀다. 절망은 억새처럼 짙었다. 삶은 언제나 그랬다. 늘 상실이었다. 왜 그걸 몰랐을까, 모든 게 끝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었는데. 모든 생은 끝나기 위해 그곳에 있었다. 마침표가 있기에 문장은 완성된다. 그 단순한 사실이 망치가 정을 때리듯 내 마음을 때려 비극을 새겼다. 처음부터 그런 결말이었던 걸까. 이 단순한 것이 우리가 찾던 진리였던 걸까. 우리가 찾던 인간다움도, 생도, 평화도 결국엔 해저의 적막이었을 뿐이었던 걸까. 햇살은 뱃고동처럼 낡은 이마를 때렸다. 그리고 그때 지혜가 찾아왔다.
바다를 향하는, 그렇게 죽음을 향하는, 그래서 찬란하게 아름다운, 그 나무.
깨달음은 그렇듯 순간적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2년 전 그 여행에서 마지막 순간에 잘못된 선택을 했었다. 바다사자가 우렁차게 울던 그 갈림길에서, 우리는 절벽 아래의 생명이 아닌, 해저의 적막이 아닌, 노래하는 파도 끝을 향했어야 했다. 우리는 잘못된 정원을 헤매고 있었다. 삶은 전쟁은 아닐지언정 전투일진대, 우리는 잘못된 평야 위에서 들리지 않을 노래를 불러대고 말았다. 희열과 비탄이 뒤섞인 상태로 마침내, 방향을 찾아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인간의 길은 행복을 향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화: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바다사자의 울음소리는 여전히 우렁찼고, 나는 긴 고민 끝에 발끝부터 천천히 돌계단을 올랐다. 천상으로 향하는 그 돌계단 위에는 참 작은 이끼와 이름 모를 노란 꽃들이 강인한 생명력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바닷바람은 숨 막히게 불어왔다. 생명을 앗아가는 그 소금기 어린 바람에는 묘한 자유가 묻어 나왔다. 세상의 등뼈를 타고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는 그 여정 속에는 한없는 생명과 죽음이 웃음처럼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발걸음의 맛은 말 못 하게 시린 것이었다.
저 멀리 절벽의 꼭대기 위에선 외로움과 햇살이 노래처럼 터져 나왔다. 하늘 위에서 석양이 불꽃처럼 일렁거렸고, 고운 빛의 우주에서 이름 모를 별이 쳇바퀴를 돌았다. 바위의 뼈를 움켜쥐며 위를 향해, 저 넘어와 이 세상을 향해 힘 있는 몸짓을 그치지 않았다.
너울지며, 땅에 몸 비비며, 하늘에 웃음 짓고 바람에 몸 내던지며, 그렇게 인간. 그렇게 또 인간. 그렇게 다시 인간이었다. 자유는 사형집행인처럼 목을 내리쳤고, 그 외로움으로 나는 탄성이랄지 비명이랄지 모를 가쁜 한숨을 내쉬었다. 아프게, 그렇게 환희에 가득 찬 채로 세상의 꼭대기에 도달했다. 그리고 과연 그녀는 그곳에 있었다.
온몸에 황금빛 석양을 두른 채로, 평화는 비로소 그곳에 있었다. 나무는 너른 팔을 벌려 그녀를 포옹하고 있었다. 외로운 채, 그곳은 황홀하게 빛났다. 바다의 눈물 어린 소금기를 향해 자라며, 하늘의 황홀함에 비탄 어린 미소 짓고, 거친 땅에 부드러운 뿌리를 한껏 비비고 비집고 상처 입으며, 나무는 그렇게 황금빛 잎새를 풍요롭게 뽐냈다. 주변에는 그 무엇도 없었다. 닮은 나무도, 무거운 바위도, 옅은 수풀조차 없이 그대로 외로움이었다. 그 누구도 없는 그 가슴 벅찬 공간 속에서 나무는 오롯하니 완전하며, 오롯하니 세상이었다. 아무런 교감도 없기에, 나무는 세상이었다. 생명의 의지는 그곳에서 맺어지고 있었다. 거친 바다를 향해 박동하는 그 모습 의외의 그 무엇이 진정코 생명일까. 죽음의 마지막 의미가 그곳에서 싹트고 있었다. 마지막 적막과 썩지 않는 소금기 속의 외로움 의외의 그 무엇이 진정코 죽음일까. 그것만이 영원이었고 그것만이 영원불멸할 진리였다. 함께 있지도, 홀로 있지도 않는 그 완벽한 아름다움 속에, 평화는 세상을 아찔하게 만드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나무에 기대어 황금빛 마법 같은 광채로 빛나는 그 소녀에게 나는 말없이 말을 걸었다.
너야말로 진정코 사람이었구나. 네가 나의 사람이구나. 나는 오래도록 너를 찾아왔는데.
평화는 노래 같은 말들로 내게 웃음 지어주었다.
사람은, 사람은. 사람은! 사람은... 그렇게 사람은.
그렇게 우리는 온통 반항이었다. 삶을 거부하고 죽음을 등지며 그렇게 인간은 숨 막히게 아름다웠다. 하늘을 잎새 삼고 바다를 등줄기 삼아, 땅을 뿌리 삼고 외로움을 씨앗 삼아, 인간은 그렇게 세상을 하나로 엮어 태어나고 있었다. 그 숨 막히는 의미 앞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만,
더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외로움을 등질 혜성 같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것뿐이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