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경수)손상 회원님과 체스트프레스를 하며 나눈 대화에서
주동근을 수축할 때 숨을 내쉬세요,라는 큐잉을 드렸다.
왜 복싱선수가 주먹을 날릴 때 숨을 내뱉는지를 생각하면서 드린 말이었다.
근데 그 순간 회원님의 질문 하나에 뇌가 멈췄다.
경수 손상 회원님과의 수업 중이었다.
“저는 배에 힘을 주려면 숨을 들이마셔서
몸통에 기둥을 세워놔야 힘을 쓰기가 편한데,
왜 수축할 때 숨을 내쉬어야 하나요?”
내가 드린 답변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숨을 참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건 어떤 회원님을 만나든
첫 수업 때 무조건 말씀드리는 우리만의 규칙 중 하나다.
두 번째,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이야기.
숨을 내쉴 때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목과 어깨의 불필요한 긴장이 빠지기 때문에,
날숨이 이점이 많다고 했다.
그리고 복압을 유지하면서 말을 하는 걸 직접 보여드리며, 이런 식으로 해도 된다고 했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그 회원님이 실제로 수행하기엔 어려운 이야기들이었다.
집에 와서도 계속 그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게, 척수손상 회원님께는 오히려 들이마시면서 하는 게 맞는 방법일 수도 있지 않을까?
숨을 참지만 않으면 된다는 게 1순위긴 한데,
굳이 들숨과 날숨을 나눠야 하는 상황이라면
왜 나는 날숨을 우선순위로 뒀을까.
그러다 내 PT 선생님께 여쭤봤다.
선생님은 왜 수축 시에 숨을 내뱉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선생님의 답도 비슷했다.
일단 그 사람이 운동을 수행할 때 편한 호흡으로 먼저 하고, 힘이 길러지고 나면 그때 날숨 큐잉을 얹어도 늦지 않다고.
그 말을 들은 후 내 고민들을 다 버무려서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나 너무 고정관념에 멈춰 있었구나.
사실 그 회원님은 본인이 움직임을 순행하기 좋은 호흡 방식으로 운동을 하면 됐던 거다.
굳이 수축 시 날숨일 필요가 없었고,
오히려 들이마셔서 복압을 채워놓은 상태에서 내가 제시한 과제를 수행하는 게 그분에게는 맞는 방법이었던 거다.
관절 중심화가 잘 이루어지고, 주동근이 힘을 잘 쓰는 상황일 때 숨길은 트인다. 경수 손상의 경우, 호흡 보조근의 기능 자체가 제한되어 있다. 들숨을 통해 복압을 먼저 확보하는 게 오히려 안정성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날 회원님의 질문 하나로 다시 배웠다.
4년 차 트레이너로 일하다 보면 가끔 이런 순간이 온다.
어렵고 복잡한 내용에서 막히는 게 아니라,
기초라고 생각했던 것들에서 막히는 순간.
그게 오히려 더 오래 머릿속에 남는다.
답을 몰라서 막히는 게 아니라,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이라서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