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내 돈 가져가 시바
이젠 이걸로 찍어 시바 _ 티머니
치약 짜지마 그냥 눌러써 시바 _ 페리오 치약
이 닦고 잠이나 자라 시바 _ 페리오 칫솔
한입만 시바 _ 롯데 빵
아무 생각이 없다 시바 _ 로이체 마우스
B급 감성의 언어유희가 마케팅으로 들어왔다. 대표적인 것이 ‘시바’ 마케팅이다. 시바 마케팅은 일본의 천연기념물인 시바견이 우리나라 욕설 ‘씨발’과 비슷한 것에서 비롯됐다. 캐릭터 회사 바램은 시바견과 똑 닮은 캐릭터 '시로'와 '마로'를 내세워 '시바' 마케팅을 한다.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캐릭터 제품을 판매하는 한편, 대기업과 콜라보레이션 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큰 재미를 주면 소비자는 안 사고는 못 배긴다. ‘닥치고 내 돈 가져가 시바’라고 외친다.
재미있어 더 맛있는 코카콜라
어떻게 하면 더 재미나게 콜라를 마실 수 있을까? 코카콜라는 2009년부터 느리지만 꾸준히 ‘프리스타일(free style)’ 자판기를 늘리고 있다. 프리스타일은 170여가지 음료를 조합해 내 취향대로 만들어 마시는 자판기이다. 단종된 라임 맛, 단발성으로 출시한 오렌지 맛 등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소비자들은 내가 좋아하는 맛, 특이하지만 재미있는 맛 등을 스스로 만들어 마시며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3만 개 이상의 프리스타일 자판기가 설치돼 있고, 자판기에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됐다. 스마트폰 프리스타일 앱으로 특정 위치 자판기에서 음료를 주문할 수도 있다. 친구가 깜빡하고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목이 탄다고 메시지를 보내오면, 해당 위치의 자판기로 음료수를 주문하고 친구가 꺼내 마실 수 있다.
프리스타일 자판기는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연결된 인공지능 자판기이다. 그 때문에 본사는 자판기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지역별로 시간대별로 어떤 음료가 잘 팔리는지를 파악하고 제품 개발에 반영하며, 어떤 자판기에 어떤 원료를 더 공급해야 하는지를 파악하고 배송 계획을 세운다. 원격으로 상품 가격을 바꾸거나, 특정 자판기에서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기다리는 즐거움, 구닥
2017년 7월 7일에 출시된 구닥다리 카메라 앱 ‘구닥’이 출시 5개월 만에 16개국에서 1위를 하고, 1.09달러 유료 앱을 100만 명이나 다운 받았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너무 구닥다리라 사람들이 “누가 이런 구닥다리를 내놓았다”며 신기함, 불평, 재미를 섞어 친구들에게 입소문을 냈기 때문이다.
구닥은 누가 더 빠른가를 경쟁하는 이 시대에 내놓은 아주 느린 아날로그 카메라이다. 옛 일회용 필름 카메라 기능을 그대로 구현했다. 24장의 사진을 찍고 3일을 기다려야 내가 찍은 사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구닥을 만든 스크루바 팀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3일을 기다리게 만든 이유를 밝혔다.
“3일 후에야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첫 번째로는 과거 사진관에서 필름을 인화하면 딱 3일이 걸렸다. 그런 따뜻한 감성을 상기시키고 싶었다. 또 3일이 망각의 시간이라고 한다. 3일이 지나면 많은 기억이 잊히는데, 그 전에 한 번 더 반복하면 장기 기억으로 저장이 된다.”
제품 안에 가득 들어찬 이야깃거리는 구닥 사용자 입에서 입을 타고 퍼져 나가 큰 성공으로 이어졌다. 더 세련되고, 더 고급스럽고, 더 첨단 기술의 제품만 고객에게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 놓치고 사는 본질적인 것을 일깨워 줄 때 강력한 이야깃거리가 된다. 스마트폰으로 1초 만에 사진을 찍어 확인할 수 있는 세상에서 3일을 기다려야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 성공하는 것처럼 말이다.
출처:
여성동아, "만났다 시바"
ZDNet "코카콜라는 어떻게 3만대 스마트 자판기를 관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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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원 joan0823@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