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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오시 May 25. 2024

도파민: 지속 가능한 동기 부여의 비결

좋아하는 것이 결국 족쇄가 된다면?

어떤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 쉽게 질려버리는 성격이라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 시작해도 곧 내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고 만다. 내가 원하는 성취를 이루기 위해선 반드시 인내가 필요하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이 길고 지루한 과정을 견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노력 없는 노력하기

박문호 박사는 도파민 중독을 공부에 활용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자세보다 나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도를 하라고 했다. 그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력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오랫동안 한 분야를 연구해 온 사람의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영상이었다. (자세한 내용 보기: https://youtu.be/nscROp4kRd8?feature=shared)


이는 내가 가진 고민에 대한 정확한 대답이라 귀가 솔깃했다. 사는 것이 단순히 계획 Plan과 실행 Action의 반복이라는 나만의 공식을 깨닫고 나서 이전에 복잡하고 힘들게 여겨졌던 많은 일들이 훨씬 더 견딜 만해졌다. 그러나 단순한 공식이 그 대상의 단순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삶은 나의 공식보다 훨씬 복잡하다. 실행에는 에너지(동력)가 필요한데 나는 언제나 이 동력부족에 고질적으로 시달렸다. 다행인 것은 계획을 세우는 것만은 비교적 쉬운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게 들어가자면 그마저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지만, 가볍게 생각하면 원하는 것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영을 하고 싶다면 수영을 배우기 위해 수강 신청을 하고 일주일에 몇 시간 정도 할애할지를 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계획이다. 계획을 세운 후에는 실행에 옮겨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실행을 지속하지 못한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계획일수록 그렇다. 지속을 하려면 꾸준히 동력을 주입해야 하는데 이 동력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력이 고갈되면 결국 계획도 흐지부지된다.


도파민(동력)과 초기 마찰력

실행에 필요한 동력을 꾸준히 오랜 기간 충전하는 법을 안다면 결국 원하는 계획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 방법에 무엇이 있을까? 내게는 이미 아주 좋은 예가 있다. 바로 게임이다. 나는 게임을 그렇게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언제나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금연을 하는 사람들이 담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피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래서 내게는 게임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이미 나의 뇌는 게임을 할 때 나오는 도파민이 얼마나 달콤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게임을 시작하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게임이 주는 도파민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순간은 즐겁지만, 그 도파민을 다시 얻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시간은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게임을 하는 데에도 만만치 않은 인내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도파민을 얻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게임을 하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지 않은데도 계속 생각나는 이유는 그것의 진입장벽이 아주 낮기 때문이다. 게임은 내리막길과 같아서 브레이크를 잡지 않으면 저절로 굴러간다. 멈추는 것이 노력이다. 반면 자기 계발 활동인 달리기나 공부는 오르막길과 같아 시작이 어렵다. 액셀을 밟는 것이 노력인 셈이다. 이처럼 첫출발에 드는 힘이 다르기 때문에 나는 게임을 하는 방향으로 쉽게 빠졌던 것이다. 그것이 종내에는 후회라는 감정을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최근 몇 주간은 쉬운 길로 빠지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했다. 쉬운 길로 시작해 얻은 탄성으로 오르막길로 다시 진입하는 상황을 기대했으나, 이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인스타그램 10분만 보고 나서 두 시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고 앱을 실행했다가 결국 내리 인스타그램만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독이다. 한 번 진입한 길은 중도에 경로를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이 쉬운 내리막일수록 관성이 커서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 그래서 중독을 막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중독을 일으키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즉, 처음부터 내리막길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즉각적인 도파민을 얻고자 하는 충동이 너무 강렬해서 거의 2년 동안 끊었던 게임을 하기 위해 Steam을 다시 설치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설치를 하는 로딩바를 보며 정신이 번뜩 들었다. 도파민에 절여진 뇌가 이 짧은 시간도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이 지루함 덕분에 정신을 차리고 설치를 중단할 수 있었다. 이후 무엇도 할 의욕이 들지 않아 가만히 앉아만 있었는데 이것조차 힘이 들었다. 하지만 30분 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결국 내가 원래 하려고 했던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시작하게 되었다'는 수동태이다. 능동적으로 내가 선택한 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보니 글쓰기를 하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첫 문장을 쓰고 나자 다른 문장들이 술술 따라 나왔다. 마치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것처럼.


내리막길을 먼저 걷고 나중에 오르막길을 오를 것인가, 오르막길을 먼저 걷고 나중에 내리막길을 즐길 것인가. 나는 이 날 태어나 거의 처음으로 의식적인 선택을 했다. 나는 언제나 별 고민 없이 쉬운 길을 선택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는 또 무엇인가.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면 늘 해왔던 행동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말도 있잖은가.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미래를 원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상이라고.


내리막길을 굴러 내려오듯 글쓰기를 마치고선 처음 시작이 왜 이리도 어려운지를 고민해 보았다. 공부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글을 쓰는 것은 게임을 하는 것 다음으로 쉬운 일이어서 이 길로 흘러들어왔지만 글쓰기보다 더 가파른 진입점을 가진 공부는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나는 이제 이 가파른 진입점을 조금 더 직관적으로 '초기 마찰력'이라고 부르겠다. 내게 공부를 하는 것은 초기 마찰력이 무지막지해서 시작이 어려운 활동이다.


꾸준한 도파민 주입으로 초기마찰력 줄이기

생각을 하다 보니 공부처럼 초기 마찰력이 크지만 비교적 쉽게 하고 있는 다른 예가 떠올랐다. 바로 달리기이다. 달리기 역시 초기 마찰력이 큰 활동이었다. 하지만 이 달리기는 게으름을 부릴 때에도 꾸준히 해왔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달리기가 내 뇌에 주는 즉각적인 도파민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초기 마찰력이 큰 활동도 즉각적인 보상을 꾸준히 준다면 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달리기를 통해 배웠다. 1-2km 구간만 지나면 괴롭긴 하지만 그 후에는 '무아지경'인 상태에 다다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달리고 찬물 샤워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 찬물 샤워 역시 초기 마찰력이 컸지만 즉각적인 도파민을 얻을 수 있으므로 이제는 찬물로 마무리를 하지 않으면 개운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렇게 보상으로 받는 도파민은 어떤 행동을 지속하게 하는 큰 동력이 될뿐더러 그것을 시작하는 초기 마찰력을 줄여준다.


그렇다면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와,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 보니 성공했던 공부가 하나 떠올랐다. 바로 노마드코더의 강좌이다. (https://nomadcoders.co/) 노마드코더의 강좌가 내게 잘 맞았던 이유는 강사 니꼴라스의 진행 방식이 실습 위주였기 때문이다. 이 강의는 클론 코딩과 과제가 메인 흐름이어서 지식을 습득하기보다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보상에 해당하는 도파민을 얻을 수 있었고 덕분에 내가 원하는 강좌를 즐겁게 끝내고 수준 높은 포트폴리오까지 얻을 수 있었다. 한 클립이 5분에서 10분 정도인 길지 않은 강좌 동영상 역시 집중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 보다 길어졌다면 금세 질렸을 것이다.


그에 반해 내가 현재 하고 있는 다른 사이트의 강좌는 너무 재미가 없다. 이것은 내가 혐오해 마지않는 기존의 수동적 학교 공부와 다를 바가 없다. 기껏 실습 위주인 강좌를 골랐지만 결국 실습을 하는 것은 강사이지 내가 아니다. 데이터를 분석한다는데 졸려서 끝까지 볼 수가 없다. 이 학습에는 배우는 입장에서 리워드(도파민)를 얻을 수 있는 요소가 전혀 없기에 초기 마찰력이 줄어들지 않는다.


꾸준한 도파민 주입을 위한 시스템 고민

하지만 이 공부는 나의 미래를 위해 필요해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고, 노력할 필요가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박문호 박사님의 말을 듣고 나니 리워드(도파민)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능동적으로 구축하여 초기 마찰력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시스템을 구축해 지루한 공부에서 즉각적인 도파민을 얻을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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