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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삼동까만콩 Oct 29. 2018

[북리뷰]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북리뷰를 가장한 채용 홍보 글

얼마 전 팀원 중 한 분이 내게 본인이 읽고 있던 책을 한 권 추천했다. 책 제목은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팀원: "쥰(내 닉네임), 이거 한번 읽어봐요. 완전 재밌어요." 


나: "그.. 그래요..? 제목 보니 재밌긴 하겠네요. 하하ㅏ하하하"


가끔 내가 아닌 다른 팀원들이 어떤 책이나 링크 등을 함께 살펴보았으면 하는 취지에서 팀 메신저에 공유를 해주시는 경우가 있는데, 간혹 아무 생각 없이 메신저를 살펴보다 명치를 세게 맞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 참고로 나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대표를 맡고 있다. 

이렇게 가끔 명치를 세게 때려주시는 팀원들 덕분에 대표로서 정신 바짝 차리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어 감사하다.


아니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라니.


이 책을 내게 추천하신 건 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앞으로 열심히 하기 싫으시다는 얘기였을까. 조금 쉬고 싶으시다는 얘기였을까. 일에 흥미를 잃으셨다는 얘기였을까. 이직을 생각하고 계시다는 얘기였을까.


연인의 카톡 프사가 없어졌을 때보다 더 위험하고 난이도 높은 이번 추론을 진행하기 앞서, 해당 발언을 하신 취지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결국 책을 구입했다.


제목은 다시 봐도 역시 강렬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라니.


이처럼 스타트업 대표에게 위험한 책 제목이 또 있을까. 팀원들의 '열심히'를 이끌어내는 것이 대표의 존재 이유이자 정의인 상황에서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라니.


"이거 정말 불온서적으로 지정해야 한다"라는 생각도 잠시, 규탄과 탄압에는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기에 저자가 내세우는 '열심히 살지 않을' 명분을 완벽히 부숴버리기 위해 책을 집어 들었다.


"자, 어디 한번 당신의 그 주장을 내뱉어 보시지."




24시간 안에 한 권의 책을 다 읽은 건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전기 이후 처음인 듯하다. 당시 그 두꺼웠던 전기를 밤을 새 가며 읽었던 이유는 딱히 스티브 잡스의 팬이어서라기보다는 학교 시험기간으로 인해 공부만 빼고 무엇이든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이 책은...


아아.. 이것은 정녕 삶에 대한 바이블이었다.


나 또한 홍대 앞 입시 학원에서 1년 넘게 시간을 보냈고, 2년 넘게 미대 입시를 준비했던 당사자로서 저자가 홍대를 가기 위해 했던 4수 경험과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감수해야했던 미술학원 조교 이야기는 마치 예수의 십자가의 길이나 석가모니의 고행과 같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의 경험담이었다.


그 고통을 감내하신 분이라면 진정 지나치게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에게, 나에게 설교를 하실 자격이 있는 분 아닐까.


열정은 좋은 거다. 나를 위해 쓰기만 한다면 말이다. 내가 어떤 것에 열정을 쏟고 있다면 그 열정이 나를 위한 것인지, 남을 위한 것인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알기론 열정이라는 것은 그렇게 자주 생기는 것도, 오래가는 것도 아니다. 열정을 막 쥐어짜 내서도, 아무 데나 쏟아서도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백번, 천 번 맞는 말. 내가 아는 한 열정이라는 녀석은 한정된 소비재인 것으로 파악된다. 함부로 낭비해서는 안되고, 지속적인 충전이 필요하다.


한동안 회사에서 일이 없던 시기가 있었는데, 나는 그때 매일 의미 없이 컴퓨터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영화도 보고, 인터넷 쇼핑도 하고, 인터넷 유머를 다 훑어보아도 시간은 더럽게 안 갔다. 아, 밖에 나가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면 좋겠다. 그러나 나의 시간은 내 것이 아니고 회사의 것이구나. 마치 책상 앞에 앉아있는 고문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고백컨데, 나 또한 이 삶을 살아본 적이 있다. 아직 많은 사회 경험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단순 비용 대비 효율로만 따져본다면 당시 그 시절은 내 인생에서 가장 효율이 좋았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일을 한건 1도 없었는데, 월급은 꼬박꼬박 잘 나왔다. 다만 당시에 왜 사나 싶었다.


이제 열심히 사는 인생은 끝이다. 견디는 삶은 충분히 살았다. 지금부터의 삶은 결과를 위해 견디는 삶이어서는 안 된다.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다.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다. 앞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뿅 하고 건너뛰고 싶은 시간이 아닌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지.


나도 오늘부로 열심히 사는 건 끝내기로 했다. 과정 자체가 즐거워야 하는데, 한동안 내가 즐겁지 못했다. 즐겁게 일해야 하는데, 나를 포함 많은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해왔다.


1년 넘게 '열심히 일해온' 초기 멤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회사가 만들어졌다면, 이제는 우리가 만들어놓은 터전을 발판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멤버들이 새로이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다. 이 글은 사실 북리뷰를 가장한 채용 글이다(좋아 자연스러웠어...!?)


팀원들이 모두 함께 1년 넘게 고생한 덕분에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고, 30만명의 사용자와 다수의 기업파트너를 바탕으로 나름 규모 있는 회사들에서 지원과 투자를 받으며 안정적인 환경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자금뿐만 아니라 우리의 기술력과 제품에 대한 부분도 조금씩 인정받으면서 국내외 큰 회사들과 함께 조금씩 협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 자신이 제품이 성장하는 속도에 맞추어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아직 문화도, 복지도 만들어 나가는 단계이기에 내세울 것은 많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분이라면 문화를 위한 문화, 복지를 위한 복지가 아닌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혹자는 '열심히 살지 말라'는 책 저자 본연의 의도를 호도하는 것 아니냐며 비난할 수 있지만, 최소한 나는 저자가 의도하는 '열심히 살지 말라'가 '대충 살라'로 들리지는 않는다.


한 달에 한번 브런치에 글 남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아는 한 사람으로서, 일단 저자가 대충 살고자 하는 분이었다면 책을 내는 데 성공했을 리가 없다.



아무튼 그래서,  


책이 매우 재밌으니 많은 업계분들이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고,

http://www.yes24.com/24/goods/60208514

 

팀원들이 앞으로도 꼭 내 명치를 세게 때려주셨으면 좋겠고,

2017년 히든트랙 프로젝트 회고

이 두서 없는 글이 앞으로도 좋은 분들을 모시는데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https://www.rocketpunch.com/companies/hiddentrack/jobs

저희가 만들어가는 서비스에 대해 관심있으신분들은 언제든지 june@hiddentrack.co 로 연락주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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