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일
그날, 내게 건네진 것은 리젠시 브랜디였다.
리젠시 브랜디. 듣자마자 머릿속에서 뭔가 '딸깍' 하고 맞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빈틈없이 맞춰지는 순간처럼. 누나는 단지 무언가를 사야 했기 때문에 그것을 고른 게 아니었다. 그 여행지 어딘가에서, 수많은 기념품 가게와 분주한 사람들 사이에서, 문득 나를 떠올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의 순간이—기억의 온기가—이 작은 병 안에 담겨 있었다.
나는 종종 집에서 위스키나 브랜디 한 잔을 기울인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조용히, 폼을 있는 힘껏 잡으며. 누나는 그걸 알고 있었던 거다. 단순히 안다고 말하기엔 너무도 조용하고 섬세한 인식이었다. 그건 마치 내가 모르는 새 누나가 내 일상의 한 페이지에 조용히 다녀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위안이 된다.
그 순간, 나는 문득 덕질에 대해 생각했다.
사람들은 종종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뮤지션이든, 소설가든, 심지어는 어떤 낡은 재즈 음반이든. 우리는 좋아하는 대상에게 일방적으로 마음을 쏟는다. 그것이 음악이든 책이든, 혹은 단순히 작은 기념품이든, 그것을 소유하거나 접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위안을 얻는다.
그런데 가끔, 정말 가끔,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좋아하는 대상에게서 무언가를 받는 일. 아니, 어쩌면 단순히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것 자체가 그렇다. 덕질은 대부분 일방향의 흐름이지만, 그 흐름이 잠깐이라도 반대로 흐르는 순간, 세상은 정말 따뜻해진다.
누나가 내게 브랜디를 줬던 순간이 딱 그랬다.
그건 단순한 선물이 아니었다. 거기엔 묵직한 의미가 있었다. 누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무엇으로 나 자신을 위로하는지 알고 있었다. 작은 병 안에 담긴 그 묵직한 이해와 따스한 시선이 내게 전해졌다.
나는 그 순간, 누나와 마주 앉아 조용히 브랜디를 한 모금 마시는 상상을 했다. 말없이, 그러나 모든 것이 이해되는 순간.
좋아하는 사람으로부터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이 아주 잠깐 동안 균형을 찾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좋아해 온 시간과, 그 좋아함이 되돌아오는 순간이 기묘하게 맞닿는 지점.
그런 순간은 생각보다 훨씬 드물다.
그래서, 정말 고맙다. 이 모든 것이 그 작은 병과, 그 안에 담긴 마음과, 나를 기억해준 그 시간까지 모두 다.
나는 오늘 밤, 선물로 받은 것은 아까워서 보물창고에 넣어뒀지만 다른 브랜디 한 잔을 따르기로 했다. 누군가 나를 이해해줬다는 사실에 대한 조용한 감사의 의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