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걸, 러블리즈가 좋아, 서지음 작사가님을 알게된 책
한 가수의 노래를 접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다. 이동 상황에 듣거나 공부할 때 듣거나 혹은 작업할 때 듣기도 한다. 노래 자체를 음미하며 보내는 시간은 비교적 많치 않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더더욱 멜로디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다. 가사보다는 멜로디가 만드는 감정이 우선 나에게 다가올 것이니 말이다.
아이돌 음악은 이런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특히, 아이돌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도 보는 경우가 많다. 좋은 멜로디와 가사로 만들어진 노래뿐아니라 화려한 조명, 잘 짜여진 안무, 예쁘고 잘생긴 아이돌 가수들까지 이 모든 것이 합해져야 하나의 아이돌 노래가 완성된다.
요근래, 아이돌 가수인 오마이걸 노래를 자주 듣고 있다. 과거 아이돌 노래를 굳이 찾아듣지 않았던 모습에 비해 최근 팬이라고 자부하고, 자주 듣는 이유는 노래 가사를 듣게 되면서다. 가사가 들리고 이해하며 노래를 듣기 시작하니, 멜로디에 집중했던 것에 비해 더욱 관심이 가고, 가수를 이해하게 되었다.
많은 가수의 노래가 있지만, 굳이 아이돌 노래의 가사가 특별한 이유는 그 나이대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가수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아이돌 노래는 10대, 20대의 이야기가 많이 있다. 다시는 그 시절의 그 감정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오마이걸 노래를 들으면서 추억여행도 하게 되고, 잠시라도 그 때의 감정과 감성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자연스럽게 오마이걸 노래의 작사자를 찾아보게 되었다. 이런 말랑말랑한 감성으로 글을 쓰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졌다. 대부분 좋아하는 노래의 작사가가 서지음 작사가라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조금 더 찾다보니, 본인의 가사를 바탕으로 책을 출판 출판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당장 구입했고, 서서히 읽어 봤다.
오늘은 서지음 작사가의 좋은 글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잠시, 그 때 그 시절 한번 쯤은 겪어봤던, 그 시기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고민, 걱정, 사랑,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느껴보자.
감성에 젖어 쓴글이지만, 때론 오글거리기도 느낀 과거 싸이월드의 감성을 대신 아름답게 풀어주는 느낌이다.
서지음 작사가의 책 <낭만이 나를 죽일 거예요> 를 통해 함께 시간을 여행을 떠나보자.
더욱 시간 여행에 빠져들 수 있도록 노래도 함께 첨부하도록 하겠다.
어딘가 달라보였던
화창했던 오후였을까
아마 나의 맘에
뭔가 툭 떨어진 것 같은데
이상하게 설레던 내 맘
얼굴에 뭐가 묻은 건 아닌데
뚫어져라 빤히 날 보는데
아무 말도 못하고 눈만 깜박였지
그때 갑자기 비 냄새가 났던 것 같아
혹시 넌 기억하니
한 방물 두 방울 떨어질 때에
그곳에 서 있던 너와 나
잔뜩 몰려온 구름 색깔도
어딘가 오묘한 느낌이었지
기억해 서로를 눈에 담고서
느리게, 느리게 흘러가던 순간을
나의 맘속에 예쁜 파스텔 빛 비가
처음 내리던 그 날을
* 오마이걸 - 소나기
진짜 놀란게 뭔지 아니
알람이 다정한 거 설레는 거
유난히 무겁던 눈꺼풀이
번쩍 떠지는 거 가벼운 거
어딘가 전부 다 낯선 이 기분
침대와 벽지
창밖도 다
어딘가 멀리 떠나온 기분
딱 그 느낌이야
네가 내게 온 그날 후로
부쩍 친절한 이 도시가 날 반겨주는 걸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참 걷고 싶은 날이야 다 손을 흔들며
사랑이란 한순간
나를 낯선 곳에 데려와
정말 사랑이란 한순간
나를 낯선 곳에 데려와
* 윤하 - Parade
가수 윤하 님이 아이돌 가수는 아니지만, 서지음 님의 글이 예뻐서 넣었다.
아직 열어보지 말아요
호기심이 생겨도
떨어트리지도 말아요
그럼 나는 깨져버릴테니
여기 내 마음이 있어요.
좀 더 조심해줘요.
유리같이 섬세한 거니까
너를 바라봤었어
담벼락 저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까치발을 들고서
받는 사람 자리에
너의 이름을 쓰고
나 이제 너에게 전할래
꼬깃고깃 접은 고객들과
아직 사랑에 서투른 내 맘
조심조심 여기 모두 담아
보내요 보내 드려요
그대에게
*러블리즈 - 마음(*취급주의)
많이 기다렸죠
고갤 들어 똑바로 날 보기를
1년을 오늘만 기다리며
얼어있던 느낌
오늘은 용기 내어 다가갈 테니
셀 수 없이 많은 우연 중에
바람은 나를 네 곁에
신기한 일이죠
하늘에서 떨어진 무수한 점들과
오직 한 사람
기적일 거예요
네 옷깃 위로 떨어진 난
'우연히 만들어진 장면은 아니야
이건 철저히 내가 계획했던 그림이야
먼 곳에서부터 널 조준하고
기가 막힌 타이밍에 몸을 던져'
신기한 일이죠
하늘에서 떨어진 무수한 점들과
오직 한 사람
기적일 거예요
네 옷깃 위로 떨어진 난
* 엑소(EXO) - Falling For You
너인 듯해
내 맘에 새하얀 꽃잎을 마구 흩날리는 건
너인 듯해
발끝에 소복하게 쌓여가
그리고 넌 작은 싹을 틔워
금세 자라난 아름드리
짙은 초록의 색깔로 넌 내 하늘을 채우고
작은 나의 맘의 자각변동은 너로부터
저기 멀리 나무 뒤로
다섯 번째 계절이 보여
처음 느낀 설렘이야
네 이름이 날 가슴 뛰게 만들어
사랑이란 느낌이 뭔지 궁금했는데
'헷갈리진 않을까, 혹시?'
그런 그때 누군가 내게 다정하게 말했지
있잖아 사랑이면 단번에 바로 알 수가 있대
헷갈리지 않고 반드시 알아볼 수가 있대
이제 난 그 사람이 누군지 확신했어
네가 내게 피어나
아지랑이처럼 어지럽게
네가 내게 밀려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꾸는 꿈
*오마이걸 - 다섯번째 계절
처음 서지음 작사가님에 대해 관심을 갖게 시작한 곳이다.
하나의 서사시를 읽는 것만 같다. 오아미걸과 정말 잘 어울리는 가사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노래는 부르는 사람 입장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멜로디와 함께 말을 하는 것이지만, 차츰 노래를 듣다보면 나의 입장에서 노래를 읽게 된다. 3분 남짓의 노래지만, 그 순간 만큼은 내 머리 속 어느 곳에 저장된 과거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마법과 같은 작동을 한다.
그래서 이런 아이돌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닌 가 싶다.
서지음 작사가님에 대해 이야기를 좀 더 덧붙이고자 한다.
글을 읽다보면, 문득 싸이월드가 떠 오른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 시절엔 누구나 다 자기 감정을 감성의 시선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던 경험이 있던 것 같다.
물론, 시간이 흘러 아마 대부분 그 시절의 글을 '오글거린다', '흑역사다'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 만큼 솔직하고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글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서지음 작사가님의 가사를 읽다보면,
과거에 많은 사람들이 적었던 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은유와 비유로 이야기를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과거에 싸이월드에 적었던 감성돋는 글을 가장 예쁘고, 아름답게 적어주시는 것 같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고,
10살이 훌쩍 어린 친구들의 노래를 들으면서도 추억여행을 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다시 그런 글을 쓰고 싶어졌다.
남들이 보기엔 좀 오글거려보이고, 감성적이다라고 생각되는 글을 내 생각을 담아 정리하고 싶다.
여전히 나도 젊기에,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이 민망하지만
한살 한살 더 먹으면서 최대한 낭만과 오글거림을 삶에서 빼 나가는 것 같다.
조금 더 이야기를 보태면, 감성적인 측면을 삶에서 더 배제하려고 노력한다.
더욱 현실적으로 오늘을 판단하고, 낭만을 느낄 시간에 당장을 조금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조금씩 사려자가는 감성을 다시 조금은 채워놓을 수 있던 책이라 생각된다.
읽은 책 - 낭만이 나를 죽일 거예요
서지음 지음/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