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HR, 이게 최선일까?
이직 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자 한다. 각 기업별로 살펴보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특정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좋을지 고민했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 하기엔 면접까지 진행했던 모든 기업을 각각 자세히 쓰기에는 너무 오래걸릴 것 같아 짧게 기억에 남는 부분만 리뷰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는 스타트업 정보가 부족하기도 하고, 특히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면접이나 기업 문화에 대해 알 수 있는 길이 없어 면접을 토대로 느낀 바를 남겨 보고자 한다. 아마 검색 중에... 관련 기업 궁금한 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미래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고 있는 사람의 관점으로 좋았던 경험과 아쉬웠던 부분을 남겨보도록 하겠다.
스타트업은 참 매력있는 기업 형태이다. 기존 시장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도전하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창업가 정신으로 도전을 해간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기업가의 꿈이 명확하고, 확신이 있는 모습을 보면, 더욱 빠져들어간다.
물론, 이런 환경에서는 보통 사내 목표가 뚜렷하게 정해져있기 때문에 빠른 업무와 성과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압박감을 즐기고 성과 창출에 즐거움을 느낀다면, 굉장히 메리트있는 근무 형태라고 생각한다. 특정 체계에 의한 페이퍼워크나 보고보다 빠른 의사결정과 결과가 중요하고, 보통 개인 스스로가 프로젝트에 책임을 갖고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로운 업무 형태가 가능한 것이다. 자신의 일을 최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무 형태가 자유로운 것과 업무 강도는 별개의 문제이니, 이도 알아두자.
관심있는 분야의 스타트업을 지원했었고, 운좋게 대표 면접까지 몇번 볼 수 있었다. 면접자의 입장에서 간 것이긴 하지만 대표님들을 보며 배울점과 아니다 싶은 점도 분명 존재했었다. 많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좋은 인력 채용이 중요한 스타트업 입장에서 과연 이것이 최선인가 하는 채용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① 피플펀드 컴파니(www.peoplefund.co.kr/)
국내 1위 규모를 자랑하는 P2P 업체이다. 이제 규모가 커져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기에는 덩치가 좀 있지만, 기업 문화는 흔히 이야기하는 스타트업의 문화와 비슷했고, 특히 대표님 면접이 인상깊어 한번 따로 다루고 싶었다.
Good
면접은 총 3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마케팅팀장, 마케팅 본부장, 대표 각각 별도의 면접이 진행되었으며, 면접 질문은 팀장과 본부장 면접은 거의 유사했고, 대표 면접의 경우 인성 위주로 질문이 이어졌다.
세 차례 긴 면접이 진행되는 대신 2차 면접까지는 비대면 화상 면접으로 진행되었다. 진행 상의 문제는 없었으며 경력상 해왔던 일 그리고 와서 해보고 싶은 일, 자신있는 일, 어려웠던 일 등 주로 경력상의 경험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다. 난이도 어렵다고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고, 기업에 관심이 있다면, 해왔던 일에 자신이 있다면 충분히 누구나 답변했으리라 생각한다.
가장 좋았던 점은 대표님과 시간이었다.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 향후 계획, 회사 문화를 공유하는 방식 등에 대해 뚜렷한 소신과 비젼을 들을 수 있었다.
이 부분이 가장 입사를 고민하게 만들었던 부분이었다. 다시 말해, 기업의 가장 메리트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되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내부 팀원들이 상호 신뢰도가 높으며, 목표 공유를 통해 기업의 방향성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면접을 마친 후에도 정석대로 진행되었다.
면접 후 1~3일 내에 바로 결과를 통보 받았으며, 최종 결과가 나온 후에도 별도의 연락을 통해 회사의 비젼으로 설득하고, 최종 결정까지 문의 채널로 열어 두었다.
굉장히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연봉 처우와 관계없이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인상을 받았다.
Bad
아무래도 세 차례의 면접을 진행한다는 것은 지원자에게 피로감을 준다.
각각 다른 면접관과 진행을 하다보니,
특히, 앞의 2차 면접까지는 동일한 질문이 많았으며 서로 면접자에 대한 공유가 잘 안된 느낌을 받았다.
또한 면접 시간 동안 각 1시간에 육박했다.
즉, 해당 면접 시간에 대해 3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쓴 것이다.
지원자도 지원자 나름대로 회사를 알아가고, 회사도 회사나름대로 지원자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면접은 중요한 과정임은 당연하지만, 세 차례의 면접, 긴 면접 시간, 전형별 유사한 질문의 반복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② 빌리오 (www.billyo.co.kr/)
연습 공간 매칭-예약 플랫폼이다. 대표님의 면접 제안을 받았고, 종종 연습실을 이용하기에 비즈니스 모델에 흥미를 느껴 지원하게 되었다. 자세한 매력적인 수익 모델은 비공개여서 나중에 지켜봐달라는 말이 인상깊다.
Good
대표님과 일대일 면접 한 번만 이루어졌다. 경력직 면접에 대해 대우해주신다는 느낌이 들었고, 상대방을 테스트 한다기보다 회사의 비젼을 공유하고 서로 함께할 수 있는 핏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무엇을 할 줄 아냐고 묻는다기보다 현재 회사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는 점이 좋았다.
뚜렷한 비젼과 방향성이 인상깊었고, 자신감에 매력을 느꼈다.
Bad
특별히 나쁜 기억은 없었다. 작은 규모일 수록 쉽게 건너가기 쉬운 면접 후 결과 안내까지 체계적으로 진행되어 좋았다.
③ 오아시스 비즈니스 (www.oasisbusiness.co.kr/)
창업에 필요한 정보를 매칭시켜주는 서비스이다. 주변 지인의 입사로 알게되어 지원하게 되었다.
Good
입사 지원 후 면접장 안내까지는 좋았다. 인사 관리 부서가 상세히 살펴보는 것으로 보였으며, 미팅 일정 등도 서로 미스 커뮤니케이션 없이 진행되었다.
Bad
면접 과정에서 많은 실망을 느꼈다.
처음 들어가자마자 대표에게 들은 이야기가 이력서상 희망연봉은 줄 수 없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물론, 사전에 밑밥도 깔긴 하셨다.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이유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들고 지치고 돈은 적지만 그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했고, 지금 이력서상 희망연봉은 솔직히 말해 대표인 내 연봉과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해하기 힘든 포인트였다.
나는 사전에 분명 희망연봉을 적었고, 나를 부른것도 그쪽이다.
만약, 연봉이 맞지 않는다면, 나에게 제시해야할 이야기는 회사의 비젼이지 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 것이다.
회사의 비젼과 좋은 사람들이야 말로 스타트업을 가는 이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상,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난 면접이었다.
마지막은 연봉 기본급 얼마에 연말까지 목표 달성하면 보너스 천만원 더 주겠다는 계약이 더 자기에겐 편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야 돈도 돈이지만, 사람에 대한 손해도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여서.
사람은 핑계고 돈 문제가 아닐까 싶지만, 마찬가지라면 나 또한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모르니 다녀보고 높은 연봉 받다가 맘에 들면 다음해 연봉 깎겠다라고 이야기하면 받아들였을까?
또한, 사내 연봉 테이블 역시 연차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나이에 기반한 연봉 지급이라는 점이 의아스러운 부분이다.
가장 실망스러운 회사가 아니였나 싶다.
⑤ 키뮤스튜디오
발달장애인과 협업을 통해 여러 작업물을 만드는 회사이다. 사회적인 미션을 갖고 움직인다는 점이 좋았으며, 회사의 방향성이 옳다고 생각되어 지원하게 되었다. 실제 작업물도 매우 인상적이다.
Good
회사가 가진 비젼, 방향성이 인상 깊었다. 결과적으로는 발달장애인이라는 용어를 없애는 것이 목표인 회사라니,
이것이야 말로 정말 멋진 비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님 밑 실무자 분들과 면접을 진행하였으며,
현재 회사의 상황을 공유해주고, 와서 어떤 점을 할 수 있는 지 현실적인 이야기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또한, 사내 분위기, 문화 등도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부분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게 되었다.
Bad
별도의 불만은 없었으나, 면접 후 결과 통보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탈락이라도 탈락까지 전하는 것까지가 채용 과정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⑥ 그 밖의...
몇 군데 더 있었지만, 뚜렷하게 인상에 남지는 않아 뭉뜽그려서 정리해보겠다.
패스트캠퍼스 랭귀지 - 인사부와 면접이 진행되었으며, 아쉬운 점은 질문이 매우 빠르고 사무적인 형탰다. 또한 질문의 퀄리티도 충분한 대답을 이끌어내기 힘든 형태였다고 생각된다. 질문이 겉도는 느낌을 받았다.
데이터블 - 유일하게 면접 킷을 제공한 회사이다. 그리고 면접 과정에 대해 안내가 있었고, 상대방의 일정을 충분히 고려해준 점이 인상깊다. 결과 통보 일정까지 깔끔하게 지켰다.
보고플레이 - 삼성 출신임을 강조한 점이 기억에 남아서 그런지, 면접도 젠틀하게 진행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얼마나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인지, 면접 시작 시간이 지켜지지 않았으며, 내가 상대방이 누구냐고 묻기전까지 면접관이 누군지도 말해주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급하게 진행되었다.
마무리하며
좋은 인재 채용이 어렵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할 것 같았다.
스타트업의 경우 연봉 처우 수준에서 일반 기업에 비해 부족하고,
업무 강도에 있어서도 다양하게 소화해야하는 경우가 많아,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HR 과정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된다.
위에 서술한 회사에서 합격한 회사, 불합격한 회사도 있지만,
기본적인 면접 일정 안내, 면접 시간 준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으며
제일 중요한 결과 통보도 흐지부지 넘어간 회사도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이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불합격 통지까지 전달하는 것이 기업 이미지가 전달되는 것이라고본다.
지원자 입장에서 이 한 곳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기에, 결과 통보가 예의인 것이다.
면접관 각자 업무상의 역량은 뛰어날지 모르나, 면접관의 질문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드는 경우도 있었다.
JD상 직무 소개 외에 다른 역량을 요구한다거나, 무엇을 할 줄 아는 지에 대한 질문도 가벼운 수준에 가까워 오히려 어떤 수준으로 답변을 해야하는 지 헷갈리른 경우도 있었다.
채용 공고상의 연봉에 맞춰 희망연봉을 제시하고도, 해당 희망 연봉에 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혹은 처음 본다는 리액션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그럼 애초에 부르지 않는 편이 서로 편했을 텐데, 굳이 왜 불편하게 만든 것인지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