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공팔리터를 만나다.
수술 후 6개월!
의사선생님께서도 이제 5주에 한 번 정도로 병원와도 좋으니, 단순 사무직 업무라면 직장 생활을 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셔서 이력서를 오픈했다.
당장 '급하게 빨리 일을 해야겠다!' 라는 마음보다 워낙 코로나19로 인해 채용의 문이 좁고, 그 와중에 어떤 기업이 채용을 하고 있는 지 궁금했다. 또한, 향후 3년이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시기일 것으로 보고 내가 가진 경력과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 그리고 고용인 입장에서 요구하는 직무 수행 능력의 핏을 알아보고자 했다.
이직 회사를 선택하는 조건은 이러했다.
1. 부서 단위로 팀이 구성되어 업무가 진행되는 곳
2. 현재 시장에 도전하는 곳이 아닌 선두그룹에 속한 곳
3. 오너쉽이 생길정도로 매력적인 서비스를 가진 곳
4. 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동기부여가 되는 뛰어난 동료가 있는 곳
이력서를 오픈하자 몇몇 기업과 헤드헌터를 통해 제안이 들어왔다. 그 중 흥미로운 회사가 있어 공유하고자 한다.
공팔리터라는 회사인데, 면접까지 가게되어 대표님과 면접까지 볼 수 있었다. 합격 여부와는 관계없이 늘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대화는 흥미롭다. 대부분 열정적이고, 회사의 목표가 뚜렷하며 어찌되었건 스타트업이란 당장 돈을 벌어야하는 곳이니 바로 일을 하며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 이런 자리 아니면 독대해서 회사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볼 기회가 없다.
공팔리터를 처음 들어본 자리는 어느 마케팅 서밋이었다. 부스를 만들고 브로셔를 나눠준 기억이 있는 데, 그 당시 기억으로는 어느 대행사와 다를바 없는 중소 대행사 느낌이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으나, 왜 그런 인상이 남아 있는 지 모르겠다. 아마, 관심이 없어서 였겠지만...)
받은 JD를 보니, 경험 공유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었고 이 공팔리터 자체 플랫폼을 통해 판매자와 국내외 인플루언서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몇 년전 블로그 체험단을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한 적 있었다. 그 때는 인플루언서라는 말보다 파워블로거라는 말이 쓰였고, 그들에게 제품과 원고료를 지급하는 대신 그들은 자신의 블로그에 해당 제품 리뷰를 올려주었다. 물론, 하단에 대가성 글이라는 것은 밝혔다.
한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제품을 글 쓰는 대신 준다는 데 싫어할 사람이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생활 소비재의 경우, 광고비를 들여가며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실제 이용자가 리뷰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와닿기에 이들에게 돈을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 단순 파워블로그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SNS 채널을 가진 이용자와 기업을 매칭해주고 그 들 사이에서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를 만든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아직 세상을 더 넓게 보지 못한 한 달 월급 200도 받지 못하는 사회초년생 사원의 생각을 현실화할 배짱은 없었기에 그러고 말았지만, 공팔리터가 그와 비슷한 BM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한번 쯤은 만나서 대표님과 이야기해볼만 하겠다 싶었는 데, 운좋게 면접이 잡혔다. 다행인 지, 오기로 한 함께 면접볼 다른 면접자가 불참했기에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공팔리터는 '경험'이라는 단어를 매우 흥미롭게 사용한다. 보통 제품리뷰 콘텐츠를 이야기할 때, 체험이라는 단어를 더 자주 쓰였던 것에 비해 '경험'이란 단어로 이용자 입장에서 부담없이 이용하고, 가볍게 활용가능하다는 늬앙스가 느껴진다. 실제 의도가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느끼기엔 더 편하고 고급스러운 단어다. 몸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내 감성의 경험 느낌이랄까..
그 고객이 만들어내는 경험이 곧 콘텐츠, 제품 리뷰가 공팔리터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제품 리뷰에 전제하는 점이 있다면, 솔직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이다. 솔직한 제품리뷰를 이용자가 공유하며,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공팔리터는 솔직한 말로 당장 돈을 벌어 먹고 살아야했기 때문에 우선 이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했다고 한다.
처음 계획한 것, 즉 최종 목표는 여기에서 조금 더 진화한 형태라고 했다. 단순, 연결해서 수수료를 버는 구조가 아닌 제품 리뷰 콘텐츠 자체가 돈이 되는 구조라고 했다. 그 콘텐츠 수익은 작성자에게 돌아가는 형태로 말이다. 이제 곧 그런 형태로 진화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했으니, 곧 만나볼 수 있겠다.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혹시 모르니 짤막하게 정리하자면, 지금보다 더욱 제품리뷰의 가치에 집중해 이용자에게 그 수익을 돌려주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에 대한 내 생각은 반반이다. 우선 이미 많은 사용자가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이나, 해당 시스템이 얼마나 쉽게 온보딩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물론, 내부적으로 확신이 있으니 시행하려는 것 같지만...
의문점이 드는 부분은 역시 콘텐츠 리뷰의 질이었다. 사실과 진실은 구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이는 제품리뷰에서도 마찬가지다. A라는 사람이 'ㅅ마스크팩' 제품 리뷰를 "ㅅ 마스크팩을 사용하니, 얼굴이 촉촉해졌다." 라고 남겼다고 가정하자. A라는 사람이 직접 느낀 내용으로 이는 사실에 속한다. 혹은 반대로 부정적으로 썼다해도 이 또한 사실이다.
진실은 사실보다 한 단계 더 이전의 본질이다. A라는 사람이 'ㅅ마스크팩'을 사용하며 실제 결과는 사용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위한 A의 산물이었을 뿐이다. 제 3자의 눈으로는 A의 리뷰는 '사실'일지도 모르나 실제 결과, '진실'은 이와 상반될지도 모른다.
현재도 제품리뷰가 흔한 와중에 해당 모델이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금전적 이익'에 기반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용자 제품리뷰의 선조겪인 블로그를 보자. 초기 블로그는 현재의 공팔리터와 마찬가지로 혹은 좀 더 원초적으로 제품을 구입하고 솔직한 후기를 남기는 차원이었다. 그 다음 방문자가 늘어가자 파워블로그라는 형태로 기업의 후원을 받기 시작했으며, 제품 리뷰에 금전적인 보상도 이루어졌다.
인스타그램, 유튜브의 성장으로 파워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파워블로그 이미지 자체도 일련의 사건들로 신뢰를 잃어가며 힘을 잃었지만, 현재도 제품리뷰는 블로그를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업의 보상이 없는 제품리뷰의 경우, 그들의 보상은 아마 조회수가 될 것이다.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극적일 수 밖에 없다.
'직접산후기', '내돈내산' 후기를 검색하면, 정말 그 제품의 모든 장점을 담은 리뷰가 올라온다. 크게 두 가지의 콘텐츠가 있는 것 같다. 이왕 콘텐츠 쓸 것 본인이 느낀 것 이외에 모든 정보를 담아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거나, 혹은 애매하게 좋은 것보다 정말 추천하거나 정말 비추하거나 식으로 말이다. 그래야 유입이 더 잘 될것이니 말이다.
이를 사실인 리뷰이지만, 진실한 리뷰라고 볼 수 있을까? 특히나, 공팔리터의 리뷰 평가가 금전적인 보상으로 이어진다면, 해당 콘텐츠의 퀄리티는 정말 솔직함으로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을 지 의문이었다.
처음 이런 부분에 대해 콘텐츠의 퀄리티에 대해 고민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자 대답은 직접 이용자가 작성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한편으로는 공감할 수 도 있다.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이미 서비스 내 활성사용자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리뷰로 빅데이터를 만든다면 해당 제품 리뷰의 평균 점수 평가가 가능할 것 같기 때문이다.
공팔리터는 팀별 유연출근제를 실행하고 있었다. 팀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출퇴근 시간을 조절한다. 마케팅팀의 경우, 영업팀과 협업이 있어 9시까지 출근을 하고 있었다.
마케팅팀 규모는 그렇게 거대하지도 작지도 않았다. B2B와 B2C로 팀을 나눠 진행 중이었으며, 20대에서 30대 초반 젋은 팀으로 구성되어 총 5명 정도 운영 중이었다. 재밌는 점은 마케팅 베이스로 시작한 직원이 없으며, 팀에 속한 후 업무를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문득, 궁금해 공팔리터 마케팅팀 직원을 링크드인에 찾아 포트폴리오를 살펴보았는데, 짧은 경력 동안 다양한 시도를 많이한 점이 인상깊었다.
KPI의 경우,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춰 바뀐다고 한다. 때론 유입 방문자, 때론 매출 이런 식으로 필요에 따라 바뀐다고 하는 데, 짧은 호흡으로 생존해야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한 가지 생각해볼 수 있던 점은 대표님의 자신감이었다. 이미 마케팅 팀은 루틴한 업무로 안정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굳이 새로운 것을 하지 않아도 이미 우리 서비스를 알아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이 없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마케터로서 참 쉽지 않은 챌린지다. 매 상황에 따라 바뀌는 KPI 그리고 마케팅에 대해 큰 어려움이 없다고 대표님이 느끼는 상황에서 이 팀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직접 팀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진 않았지만 팀의 존재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점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잘해야 본전인 상황이니까 말이다.
잡플래닛, 블라인드, 크레딧잡 등 여러 기업 리뷰 사이트를 들어가 살펴보면, 공팔리터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찾아볼 수 가 없다. 근데 뭐 .. 사실 퇴사자든 현직자든 왠만하면 본인 회사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굳이 퇴사하고 나서도 좋은 이야기를 남길 만큼 좋은 회사도 적기 때문에, 나쁜 이야기가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몇 가지 이슈가 굉장히 컸기 때문에, 이 부분은 대표님이 아니라 인사 담당자에게 물어봤다.
가장 많이 보이는 글은 역시 연금체납에 관한 이야기다. 작년말 올해초 월급에서 공제된 연금 납부가 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불만을 리뷰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나에게 들려온 인사팀의 답변은 이러했다.
"회사가 급격히 성장하며 많은 인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연금납부가 누락되었다. 현재는 그런 일이 전혀 없다."
이렇다고 하니...여기서 말을 덧붙이기도 빼기도 뭐하니 여튼 그렇다고 한다.
두 번째로 많이 보이는 것은 우왕좌왕하는 목표 설정에 대한 문제였다. 업무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일이 생기는 대로 바로바로 넘어오고 의사결정 번복이 많아 업무처리가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마케터도 다 나가서 없다는 글도 봤다.
이는 위에서 정리한 대표님과의 대화에서 어느정도 답변이 가능할 것 같다. 상황에 따른 기준을 제시하는 대신, 성과에 대한 보상은 철저히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다.
가끔 기업의 체계에 대해 고민이 든다. 체계를 싫어할 사람이 없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업무 그리고 책임, 진행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체계로 본다면 더욱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 체계를 유지하는 방식이 문서화, 보고화로 이루어진다면 어느 누군가는 이에 대해 답답하다고도 느낄 수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문서와 보고를 더 선호한다. 일이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누가 진행되고 있는 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체계 판단 기준으로 업력과 인력 규모를 본다. 오랜 시간 많은 인원으로 돌아가려면 체계는 그 어떤 방식으로는(좋은쪽이든 나쁜쪽이든)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면접이라기 보다 한 기업의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생각으로 다녀왔다. 외부의 눈으로 보기에 어떤 방식으로 회사가 돌아가는 지 궁금했던 회사였기 때문이다. 사업을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는 것이 좋을 지 고민해봤던 것 같다. 비즈니스 모델 특히, 리뷰 콘텐츠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내가 가진 경력의 장점 혹은 업무 방향성, 추구하는 스타일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이야기를 하며 느낀점은 도전적인 업무 추진보다 업무 안정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최근 여러 공고를 보면 도전 추구를 긍정적인 요소로, 안정 추구를 부정적인 요소로 보여진다. 안정 추구를 마치 현실 안주와 동급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듯한 공고도 종종봤다.
내가 추구하는 안정이란, 팀의 안정화이자 업무의 안정화이다. 각자의 R&R과 목표가 명확하고, 이 모든 것이 팀원 간에 명확히 공유되는 상태가 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고, 단순하지 않다. 때에 따라서 어떤 이의 역할이 줄어들기도 하고, 어떤 이의 목소리가 커질 수도 그리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다른 목표가 떠오르거나 일의 흐름이 샛길로 샐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 싸움을 해 나가야 하는 마케팅의 경우, 게릴라 전투만으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전투의 승리가 아닌 전쟁의 슬이가 되기 위해서는 내부 훈련부터 착실히 해야하지 않을까? 계획없는 일단 해보자는 목표 없는 행군이 될 뿐이다.
축구 감독이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드시 말이다.
아, 결과적으로는 엊그제 최종면접 탈락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더 적합한 지원자가 있었겠거니 싶다.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한 자리였다. 팀 리더를 뽑는 자리인 데, 아직은 누군가를 이끌기에는 더 많은 경험을 쌓는 편이 좋지 않을까한다. 물론, 자신도 있고 리더의 경험도 흥미롭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그래서 지원했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