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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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뚝이


자주 꾸는 꿈이 있다.

중학생 시절 좋아했던 애가 나오는 꿈.

꿈속에서 그 아이는 여전히 중학생이고 교복을 입은 모습이다.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이.


그 애는 얼굴이 하얗고 키가 컸다.

(내가 지금까지 태어나서 본 사람 중에 제일 잘생겼다. 잘생겨서 좋아했나 보다…)

영화광이어서 파일에 영화 포스터를 수집했다.

해외 영화감독들의 이름을 줄줄 읊었다.

그 아이와 처음 함께 본 영화는 ‘기쿠지로의 여름’이었다.

방과 후 활동으로 나는 중국어 수업을 들었고 그 애는 일본어 수업을 들었다. 일본어 반 선생님은 항상 아이들에게 요구르트와 빵을 주곤 했는데 그 아이는 빵은 자기가 먹고 요구르트를 항상 내게 주었다. 나는 다 먹은 빈 요구르트 병을 모았다. 그 아이에게 받은 소중한 선물이니까.

같은 반이었으니까 학교에서 말하면 되는데 굳이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당시 유행하던 팝송을 배경음악으로 깐 이메일. (Backstreet boys를 좋아했음..)

중학교 2학년이 되고 반이 달라진 이후로 여전히 그 아이를 학교에서 보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았고 만나면 그냥 스쳐 지나갔다.



고등학교도 같은 곳을 갔다.

내가 미국에 가는 바람에 일 년 학년을 유예해서 그 아이가 나보다 먼저 졸업을 했다. 졸업식 날. 그 아이를 본 것이 마지막이다.


지금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그 아이는 꽤나 자주 내 꿈에 찾아온다. 희한하지. 이름이 특이해서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지만 나오지 않는다. 어디서 뭐 하고 살까. 여전히 영화를 좋아할까.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그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던 적이 많다. 되돌아갈 수 없음에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그 아이일까 아니면 그때의 나일까. 누가 그러더라.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거라고.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게 뭐가 좋아 마음이 아프기만 한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그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 시절엔 모든 게 다 의미 있었는데 지금은 의미가 무슨 소용인가 싶긴 하다. 요즘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굳이…’이다. 그런 거 치고는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일기를 쓰는 너무도 열심인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생각하는 것보다 더 살아있다는 걸 좋아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자주 꿈속에 중학생 시절 친구들이 나온다.

수학여행에 간 꿈. 어지럽다. 사람이 너무 많다.

아는 얼굴이 있고 모르는 얼굴도 있다.

모르는 사람이 내게 말을 걸기까지 한다.

우울하고 답답하다.


꿈.

꿈은 없는데 꿈은 너무 자주, 너무 상세하게, 너무 임팩트 있게 꿔서 탈이다..


다시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된 건

많이 말랑말랑해졌다는 걸까?

날이 따뜻해져서일까?


담배를 피우고 싶다.



히사이시 조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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