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보니 주제는 오스나씨의 짐싸는 방법
일단 목적지는 튀니지와 몰타. 인근 국가에 갈 때마다 항상 가고싶었으나 시간관계상 다음을 기약하고 접어야만 했었던.
항공권 예매부터 해야지. 입사 이후부터 지금까지 온갖 카드사들의 할인혜택들은 죄다 개소리라며 다 무시하고 댄항공마일리지에 몰빵했던 내 노력의 열매를 이번에도 한 번 더 맛보기로 하자. 준비물은 주력인 댄항공 몇만 마일리지, 그리고 정말 순수 항공권 실적만으로 쌓인 아샤나 몇만 마일리지. 루트와 보너스항공권 좌석을 고려하다보니 날짜는 9월은 되어야 겠다. 허허..근데 이번년도는 9월에 추석이 있네.. 어쩔 수 없다. 지금 처리하는 굵직굵직한 일들은 그때 쯤 되면 다 끝나겠지? 일단 여름휴가와 추석연휴를 붙이기로 나 자신과 협의 완료. 헌데 또 추석때 가려니 성수기 마일리지가 공제되네ㅠ 너무 아깝다. 그냥 항공사 홈피는 접고 스카이스캐너 가서 최저가 검색해야 하나요? 하던 차에 그냥 에라모르겠다. 휴가날짜를 더 붙이기로 한다. 항공사 추석성수기 전날 출발해서 추석성수기 끝나는 다음날 돌아오는 걸로.
그래서 결정된 날짜는 9월 5일 부터 16일까지. 호기롭다. 깡 늘었다 오스나씨. 직장생활 12년차. 일단 6일휴가가 처음이고 추석에 붙여 장기간 가는것도 처음이다. 뭐 될대로 되라지. 한번 마음 먹고 나니까 누가 욕을 하던지 말던지. 그냥 욕한번 먹고 말자는 깡이 생겨버렸다.
결론적으로 이용한(이용할) 항공권은 이러하다.
1. 인천-파리(에어프랑스, 댄마일리지)
2. 파리-수스(transavia, 프랑스 LCC)
3. 튀니스-몰타(몰타항공)
4. 몰타-이스탄불-인천(터키항공, 아샤나마일리지)
중간 항공편은 넋놓고 있다가 세부루트 확정하고 떠나기 진적이 되어서야 겨우 구입했다.
어김없이 마지막날 이것저것 뻥뻥 터지는 바람에 마음이 좀 불편하긴 했지만, 그리고 '추석전까지 제출'이라는 문구가 선명한 문서들이 내 몫으로 전달되어 왔지만 어쩔수 없다. 문서 기안자들에게 다녀와서 하겠노라고 부탁하는 것이 최선. 그래도 다 먹혀서 다행이다. 팀장님께 휴가 복귀 다음날로 연기했노라고 민폐는 끼치지 않겠다고 말씀드리니 "다녀와서 날밤까겠지?! 나는 몰랑ㅋㅋ 알아서 해ㅋㅋㅋ" 하시며 얄밉게 웃으신다. 팀장님 제 시차적응은...아...아닙니다.
회사에서의 이슈들은 일단 뒤로하고 남친찬스를 동원하여 환전했던 200유로를 회사인근 환전소에서 편하게 찾는다. 그리고는 추석때 자리를 (또) 비워서 죄송스럽다며 어무이에게로 간다. 챙겨왔던 용돈도 드리고 늘 그랬듯이 아직 며느리 신분을 획득하지 않은 명절 행사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처녀의 발악인 것이라고 이해해달라고, 이번이 진짜 마지막일 것 같다고 또 거짓말을 하게된다. 사실 이 핑계 이집트 갈때도..러시아 갈때도 썼었는데 말입니다...저도 저를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집에왔다. 저녁은 아까 엄마집에서 남친이랑 먹었다. 짐을 싼다. 비행기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왕복 2일+알파를 제외하면 약 10일을 타국에서 버티게 될 것이다.
#가방
캐리어? 그런거 나랑 어울리지 않는다. 그냥 책가방정도의 배낭, 그리고 현지에서 들고다닐 크로스백하나면 된다. 늘 그랬듯이.
본인이 주로 가는 여행지의 특성상 여자+혼자+외국어 잘 못함+현지인 아님+동양인꼬꼬마=눈탱이 대상 완전 호구
글서 왠만하면 대중교통타거나 무식하게 무자비하게 무대뽀로 개깡부리면서 걸어다니는 편. '캐리어를 가져감=택시탐' 아님? 또한 사정이 여의치 않아 관광지로 바로 가는 경우 맡길 곳을 찾는데에 시간을 소비하게 되는 등 뭔가 이동에 기동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음.
그리고 수하물 기다리는 시간도 귀찮고 내 짧은 생을 사는 동안 벌써 수하물이 3번이나 안 왔던 귀찮은 경험이 있는터라....큰 것도 아니고 그냥 배낭이었는데.... 하... 그 이후부터는 그냥 그 배낭도 그냥 들고탑니다. 뭐 이미 파리에서 튀니지로 넘어가는 티켓은 수하물 미포함 초특가로 사놨던지라. 마음의 결심은 진즉 끝났었지.
#옷
튀니지는 건조하고 더운, 국토의 상당부분이 사막인 나라다. 두꺼운 옷은 필요없지 싶다. 일단 입고가는 후드티+반바지를 제외하면 아래위 2~3벌, 이슬람국가 방문을 대비하여 몇달전 진즉부터 중국직구로 사놨던-얇지만 모자가 달려 히잡대용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은-발목까지 오는 긴 가디건, 잠옷으로 입을 나시하나와 잠옷용 반바지, 양말 3일치, 그리고 속옷 5일치가 다이다. 땀을 엄청흘려서 1일 1세트 이상이 필요할테지만 필요하면 대충 현지 조달할 생각이다. 또 굉장히 건조한 나라일테니까 그때그때 빨아 입으면 된다. 바로 마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세면도구
세면도구는 자주 애용하는, 1회용 파우치들. 샴푸, 바디샤워, 클렌징폼을 챙긴다. 샴푸와 바디샤워는 각각 10개씩, 클렌징폼은 한번에 쓰기에는 양이 많으니 연박이 가능한 경우 나눠쓰면 되니까 다섯개만 챙긴다. 칫솔치약 역시 몇년전 중국호텔 등에서 수집한 1회용제품을 담는다. 대단한 호텔에 묵는다면야 세면도구가 구비되어 있을테지만 내 여행스타일과 그것은 어울리지 않으므로, 쓰는 족족 버려서 돌아오는 배낭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이런 형태가 좋다.
#화장품
화장품역시 마찬가지. 나는 항상 여행을 대비해서 어디선가 받은 1회용 샘플들을 쓰지 않고 모아둔다. 어차피 무슨 3종세트 어쩌고 하는거 다 챙겨바르지도 않는 처자다. 스킨은 대충 생략. 크림하나면 혹은 엣센스하나면 충분. 쓰는 족족 버리면서 이동하면 짐이 가벼워질 수 있다. 마스크팩도 10장 챙긴다. 귀찮아서 매일밤마다 내 얼굴에 두르고 있을 것이라는 것은 장담 못하고 사실 그냥 선물용이다. 외국 여성분들께 도움을 받는 경우 무언가를 선물할때 아직 나는 이만한 감동을 선사할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추가로 비비크림도 하나 던져넣는다. 그래도 커버는 하고 다녀야 하지 않겠니? 그리고 쓰다가 버리고 올, 산지 적어도 3년은 지났을법한 싸인펜처럼 생긴 틴트도 하나 챙긴다. 너무 생기없어보이면 곤란하잖아. 거울때문에 겸사겸사 가져가야하는 쿠션도 챙겨야 하는데, 이건 내일 아침에 바르고 크로스백에 바로 던져넣기로 하자.
#돈
혹시 전에 쓰던 동전이 남았나 싶어 꽤 무거운, 온갖나라들의 동전을 모아둔 비닐봉지를 바닥에 쏟아본다. 유로는 이제 없나보다. 다시 집어넣자. 작은 서랍에 넣어두었던 봉투도 열어본다. 가득한 위안화 사이에 유로는 없다. 다만 20달러 지폐가 하나 있길래 비상금으로 챙기기로 한다.
원래 본인은 현지 ATM에서 출근하는 것을 선호하지 현금은 왠만하면 안들고 다니는 편이다. 사실 업무시간 중간에 환전하러 은행에 가고 하는게 쉽지도 않고, 요새 온라인 환전은 자꾸 앱을 깔라해서 극혐. 일반 인터넷뱅킹환전으로 신청하고 인천공항가서 찾는 방법도 있긴한데 너무 이른 출발 탓에 창구가 안 열렸던 관계로 땡전한푼 없이 모로코 갈뻔 했던 적도 있고해서 잘 안한다.
사실 무엇보다 고액을 들고다니면서 잃어버리거나 도둑맞을까봐 걱정하는게 넘나 싫다. 그냥 그때그때 현지에서 뽑아쓰고 신용카드가 가능한 경우 항공마일리지 2배적립을 위해 카드도 적절히 활용한다. 추가수수료 << (넘사벽) <<편의성
이번에도 큰 틀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튀니지 디나르는 어차피 우리나에서 환전도 안되니까 생각도 안했고 다만 도착비자 발급비가 걱정이되서 아까 과거에는 잘 하지도 않던 환전도 했던거다. 이전에 이집트에서 도착비자 받을 때 수수료를 내야했을때의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 입국심사대 근처에 ATM이 있어서 바로 뽑으니 이집션머니가 튀어나왔지. 그거 들고 당당하게 입국심사 창구로 가서 내미니까 이집션머니는 사용이 불가하다고 거절당함ㅋㅋ 단호하게 달러나 유로를 요구하심. 그때 비상금 달러 없었으면 입국도 못하고 강제귀환할뻔. 튀니지도 옆옆 나라이다보니 유사한 시스템일 것이라 추측한다. 그리고 스치듯 지나쳤던 정보에 의하면 재환전할때 애초에 환전시 받은 영수증까지 챙기라고 하는 것을 보니 뭔가 자국화폐가치보다 훨씬 쳐주는 국제화폐가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 하는 김에 어차피 파리 반일 초치기도 해야하니 시간절약을 위해 파리에서 쓸 돈까지 환전해가기로 했던거임.
#비상약 등
감기도 약 안먹고 버티는 나지만 설사는 무섭다. 특히나 화장실 시스템이 좋지 않으리라 예상되는 나라이므로 더더욱 무섭다. 인도에서 설사병 나는 바람에 델리에서는 호텔에만 있다가 철수한 흑역사가 있는 오스나씨는 어제 약국가는 김에 갑자기 생각나서 구입해둔 지사제 이틀분을 넣는다. 챙기는 김에 혹시 몰라 타이레놀도 넣는다. 챙기는 김에 이제 내 나이를 생각하고 비타민 영양제와 홍삼 10일분도 챙겨 넣는다.
#신발
샌들VS운동화로 진짜 짐싸는 동안까지도 고민하다 운동화로 결정. 혹시 해변에 가거나 숙소에서 필요할수 있을 슬리퍼를 끝까지 고민하다가 불편하더라도 그냥 운동화+맨발로 지내기로함
#전자기기
3단 접이식 블루투스 키보드, 당초 LG V20을 선택한 바로 그 이유, 탈착식 배터리. 풀충전해서 가져가야지. 충전기는 내일 아침에 챙기고. 남친이 전에 사줬는데 많이 안 써서 미안한 미니저주파 치료기도 챙긴다. 짐이 생기는 것은 귀찮지만 왠지 가져가서 쓰면 좋아할 것 같다. 많이 걸어다닐 것 같기도 하니 챙기도록 하자. 파리에서 쓸일이 있을까 싶지만 혹시 몰라 전기코드 꼬다리 변환해주는 그 머시깽이도 챙긴다. 튀니지는 꼬다리 어케생겼지? 찾을 시간 생략. 어차피 멀티변환기니까 그 안에서 해결되겠지. 따로 신경안쓰기로 함. (근데 막상 와보니 우리나라랑 같더라...)
#혼자놀거리
혼자하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건 뭐다? ㅋㅋ 혼자있는 시간. 장거리비행기 안에서, 기차/버스기다리면서, 밤에 혼자 숙소에서 그냥 멍때릴 수는 없지 않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드라마, 영화를 다운받아 핸드폰에 넣어둔다. 핸드폰에 있던 음악을 정리한다. 안듣는거 지우고 새로운거 넣고. 이어폰도 챙겨야지. 근데 항상 가지고 다니던 연두색 그 이어폰은 어디갔는지 모르겠네. 케이스와 함께 사라졌는데ㅠ 마지막 여행에서 비행기에 두고 내렸나? 알 수가 없다.
카르타고나 관련 다큐를 찾고 싶었으나 실패했다. 회사 전자도서관에도 관련 책이 있었으면 했으나 별거 없더라. 뭔가 의미있는 것을 보거나 읽고 싶었지만. 그냥 누군가의 친절한 블로그를 보는 수밖에.
#기타
자.. 이제 또 뭐가 남았지? 그 언젠가 에띠하드에서 받아온 세계각국의 언어로 "기내식나오면 깨워주세요"와 "기내식 나와도 깨우지마세요"가 양면으로 인쇄되어 있는 안대, 그리고 수동으로 입냄새...아니 바람 넣어 부풀리는, 겉으로 보면 목베개(X) 실상은 안고자는 베개(O)는 보조 크로스백으로 간다.
볼펜도 하나 던져넣는다. 신고서 쓸때 빌려달라하기 귀찮. 여권도 크로스백으로. 이탈리아 어디에선가 'OSNA'를 새겼던 연두색 동전지갑에 신용카드 2개와 피같은 국제현금카드를 넣어 역시 크로스백으로.
결과적으로 짐싸고 뭐하다보니 훌쩍 새벽 2시가 넘어서 잠깐 눈을 붙인다는게 늦잠을 자버렸다. 아침 9시 출발이라 6시에는 출발해야했는데 6시반에 기상해버렸다ㅜㅜ
덕분에 황급히 나온다고 두가지를 놓고 왔다. 핸드폰 여분배터리와 생얼로 튀어나오느라 까먹은 쿠션. 지금 넘나 불편하다. 정말 불편하다. 쿠션이야 뭐 대충 비비크림으로 때우고 만다지만 배터리는 치명적이다. 따로 보조배터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그런다고 또 사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다운받아온 드라마 등은 숙소에서만 보고있다.
그러하다. 나는 현재 튀니스다. 여행시작한지 벌써 4일째. 그간 안쓰고 미뤄두다가 시작은 했는데 쓰다보니 여행준비편이 되버리고 아직 출발도 못했다.
사실 사진 업로드 문제가 있어 아마 한국에 돌아가고 나서야 여행기는 발행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와이파이의 한계. 지나가다 심카드 충전이 가능하면 올릴수 있을것이고 불가능하면 진짜 나중을 기약해야지ㅜㅜ 여기는 대도시가 아니라 모든게 불편하다.
우야된동 이번편은 여기서 급하게 마무리 하자. 지금 심각하게 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