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5 오르세미술관, 바로무슈 유람선
당초 파리에는 머물 생각이 없었다. 소위 잘나가는 유럽들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는 오스나씨. 타협을 통해 겪었던 유럽은 러시아와 그리스. 그리고 대학원시절 과정중에 포함되었던, 주마간산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패키지 여행이 전부다.
싫었다. 세계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했고 그를 통해 현재의 부를 이룬 그 나라들이 싫었다. 많은 보물들을 제자리가 였던 약탈지가 아닌 그들의 곳간에서 보고싶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영국과 프랑스. 우월감에 가득차 동양인들을 비하하는 그들이 싫었다. 보여주듯 해외여행을 다녀왔노라고 얘기하는 그들의 흔한 여행목적지에 나도 가기는 싫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싼 물가는 더더욱 그 곳을 기피하는 큰 촉매제로 작용했다.
떠나기 직전 항공편을 고민하면서 최대한 프랑스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바로 튀니지로 건너가려 했지만 선택의 폭은 그리 많지 않았다. 튀니지로 바로 가기위해서는 에어프랑스가 착륙하는 샤를드골 공항에서 10시간을 대기해서 튀니지에 새벽1시에 도착하거나, 내리자마자 오를리공항으로 30분내에 이동하는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 결국 파리에서 얼마간의 시간을 갖다가 오를리공항에 복귀하여 노숙 이후 다음날 새벽 6시5분에 튀니지 모나스티르공항으로 향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래서 나는 파리에 갔다. 조금은 울며겨자먹기로.
입국도장을 받으며 조금은 긴장했다. 사실 떠나기 직전에 새삼 깨달은 그것. 여권에 남은 페이지가 1장 그리고 조금 남아있었기 때문. 매너없이 입국도장을 받게 되는 경우 남은 여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앞으로 다섯번의 도장을 더 받아야 했으니까. 떠나기 전날 튀니지 대사관에 질문글을 올렸더니 나의 출국시간을 고려하여 답글이 아닌 손수 전화까지 주는 것을 보며, 장관이 바뀌어서 그런것인가 하며 의아해 했었는데.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날치기 당한 바로 그날, 대사관은 내 전화를 거부했었지. 그 이후로 사실 대사관은 믿지 않아왔었다. 여튼 최후의 상황이 닥치면 튀니지 대사관에 가서 귀찮게 여행증명서라도 발급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던지라 예민했던 상황. 특히 튀니지에서는 도착비자 스티커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던지라 당최 얼마만큼의 자리를 차지할지 상상이 안되던 터였다. 다행히 파리의 법무부직원은 남은 1장이 아닌, 빈자리를 용케 찾아 그곳에 도장을 찍어준다.
입국장을 빠져나와 표지판들을 바라본다. 샤를드골 공항에서 시내로 나오는 방법은 대략 서너가지가 된다. 경우의 수에서 일찌감치 빼놨던 택시, 지하철, 버스, 그리고 또 다른 버스. 내가 선택한 것은 Rossy버스. 지하철은 갈아타는 것도 싫고 소매치기 걱정하는 것도 싫고 바깥 구경도 못하니 싫다. 어차피 시간관계상 파리에서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뿐이다. 그나마 최대한 가까운 곳이 Opera역 부근. 그래서 선택한 버스다. 공항에서 Opera역까지 논스톱으로 달린다.
무사히 자동판매기에서 표를 끊고 버스가 거의 바로왔던지라 기다리지 않고 탔다. 그렇게 도심까지는 대략 1시간 남짓 걸렸던가. 잘 달리다가 시티 들어오니 길이 꽤 막혔다. 신기했던 것은 버스 내에 전광판이 있어서 도착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주었다는 거. 뭔가 우리나라에도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
일단 최우선으로 보고 싶었던 것은 룩소르에서 훔쳐왔다는 오벨리스크였다. 이미 있던 자리는 2017년에 방문했다.
룩소르꺼는 위에 저렇게 금딱지가 없었는데 여기꺼는 복원을 한 것인지 아님 그냥 깔맞춤되도록 올려놓은건지 그것이 알고싶다.
이 부근은 콩코르드 광장. 주변의 정원들은 미적감수성이 그닥 풍부하지 못한 오스나씨에게는 아웃오브안중. 콩코르드 광장은 꼬맹이 오스나씨가 먼나라 이웃나라와 베르사이유 장미를 통해 배웠던 바로 그 프랑스혁명의 주요무대이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당시에는 인식하지 못하였는데 오벨리스크 부근의 분수대가 스치듯 접했던 바로 그 정보와 관련이 있는 곳임을 방금 알게되었다. 분수대가 있는 자리가 단두대가 설치되었던 장소랜다; 정말 아는만큼 보이나보다. 지금 내 기억속에 분수대는 없다. 사진보니 뭔가 물줄기가 찍혀있는것 같긴하다.
그리고 내가 걸어오던 방향으로 계속 직진했으면 개선문도 자세히 봤을건데 가야하는 방향과 역방향이라 걸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좌회전을 했다. 사실 이 콩코르드 광장이 당초 계획했던 내 첫 목적지가 아니었다는 것은 함정. 나 원래 오르세미술관 가던 길이었어.. 근데 또 길치모드가 작동을 했던 것이지. 그래서 서둘러 좌회전을 한거임. 동선이 꼬였구나 싶어서. 그리고 여기는 다시 올 것 같았음.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제대로 가자 다짐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길위에 나를 올렸다. 구글지도로 오늘 가야하는 동선들을 조사했을 당시 다리들을 몇번 오가야해서 좀 쫄았었는데 막상 와보니 뭐야??? 뭐 이렇게 작아?? 세느강폭은 한강의 2분의1도 안되는 것 같다. 한강다리 생각하고 다리건너는거 엄청 빡셀줄 알았더니 별거 아니었다. 허무.
그리고 세느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은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더라. 돌로만든 다리들도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혹시 로마가 짓고 간걸까? 그걸 지금까지 쓰고 있는 건 아닐까 했는데 그건 아니랜다. 가장 오래된 다리가 그 유명한 퐁뇌프다리. 1600년대에 만들어졌다.
그렇게 다양한 디자인의 다리 한국수도서울에도 도입이 필요하네 어쩌네 잡생각을 하면서 무사히 오르세미술관에 도착했다. 고등학생때였나 당시 나우누리 역사를 찾는사람들 번개로 '오르세 미술전'에 갔었는데. 사실 그때는 '오르세'가 뭔지도 모르고 대학생 언니오빠들을 따라갔었다. 그냥 누구 이름인가? 하고 말았을 듯. 아주 당연히 그때 본 그림들은 내 기억속에 없다. 여튼 그 오르세의 본토에 입성하는 순간이다. 사실 이 곳에 방문하게 된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내가 도착한 목요일에는 야간개장을 하기 때문이었음ㅋㅋ 원래 미술은 잘 모르는 오스나씨. 그리고 추가로 박물관의 장점은 짐을 맡아준다는데에 있다. 배낭을 맡기고 잠시나마 어깨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데에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꽤 늦은 오후였는데도 오래 기다려서 줄을 섰다. 만약 아침 일찍이나 극성수기에 왔다면 상상못할 인파에 관람을 포기했을 수도.
한국에서 모어플을 통해 오디오가이드를 구매했었는데.. 역시나 작동을 하지 않는다ㅋㅋ내 이럴줄 알았다. 박물관 내에서는 와이파이도 가능함에도 불구 어찌된일인지 로그인 자체가 되지 않는다. 돈 버렸다. 심지어 파일 자체를 다운로드까지 받았는데 이것도 로그인이 되어야 작동이 되는건지ㅋㅋ 이 싸람들이 죄다 관광객들은 심카드 사서 꽂고 다니는줄 아는 모냥임. 뷁뷁. 할 수 없다. 그냥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오디오가이드를 빌리자.
이어폰을 꽂아봤는데 희안하게 볼륨버튼을 누르고 있어야만 소리가 들린다. 아호 내가 하는게 그렇지. 이거 어떡하나 교환해야되나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을 보니 이어폰 없이 전화기처럼 귀에 대고 듣고있는 것을 발견. 아. 나도 따라하자. 오. 편하구만.
원래 이런곳은 늘 그렇듯이 1층에 사람이 많고 위로 갈수록 없어진다는 것을 몸소 깨달은 터라 이번에도 일단 가장 꼭대기로 올라간다. 덕분에 동선이 꼬였다^^ 흔한 팜플렛이라도 챙겼어야 했는데 그냥 마음이 급했다.
가장 처음 만난 유명한 작품 되시겠다. 짬을 내어 한국에서 잠시 검색했던 시간에 이게 유명하다 했다. 뭐 한눈에 알아봤다. 앞에 사람들이 많았거든. 근데 이게 왜 예술적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푸른색이 예쁘긴 하네. 끝.
나는 이런 그림들이 좋다. 뭔가 잘 그린것 같잖아. 그냥 점만 찍었을 뿐인데 그림이 되는 이런 느낌 좋다. 넘나 맘에 들어서 나중에 다시 찾아보려고 이 사람은 이름도 찍어왔다. 카밀 피사로. 내 손수 팬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비교차원에서 도시의 무도회와 시골의 무도회가 나란히 걸려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며 혼자 뻘생각을 하기 시작한 오스나씨. 나 자신은 시골의 무도회쪽이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격식을 차린다거나 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 지도 모르겠고 뭔가 물질적으로도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그런 생각. 다시 말해 뭔가 형식적인 예의범절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저런자리에 어울리는 옷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반면 나란 사람은 시골의 무도회처럼 그냥 뭔가 어설프지만 하고 싶으니까 하는 그런 사람인것 같아서.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처럼 그들은 모자가 떨어지는 것도 괘념치 않고 신나게 춤을 춘다. 카메라를 의식해서 조금은 부끄럽지만 얼굴을 들이미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그냥 그 순간이 행복하고 좋다. 남들은 초라하게 볼지 몰라도 그런 시선 따위 지나고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솔직히 이거 보고 개놀람. 앞의 그림들과는 다르게 진짜 책이나 TV에서 많이 봤던 그림이니까. 뭔가 길가다가 연예인 만난 느낌. 그림을 잘 그렸는지 못 그렸는지는 감히 내가 판단할 사항은 아닌 것 같고. 그냥 혹평을 감수하면서까지 본인의 의지를 내세웠던 그에게 박수를. 뭐 나중에는 악평이 힘들다며 지인에게 하소연했다고는 하지만 덕분에 지금까지 유명한거 아니겠소?
오르세미술관은 예상대로 작가별로 전시된게 아니었고 일정 테마별로 전시되어 있는 듯 했다. 뭐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다. 앞서 말했듯이 팜플렛따위 챙길시간이 없었다구. 우야된동 위의 그림들은 뭔가 아프리카 내지는 아랍문화가 테마였던것 같다. 왼쪽 그림은 좀 유명한 것 같은데 다행이 이름을 찍어와서 누군지 안다. Charles Emile de Tournemine. 어떻게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오른쪽 그림은 같은 작가인줄 알았더니 지금보니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여튼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놔서 한참을 바라봤던 그림이다. 여튼 이쪽 파트는 본인이 곧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튀니지에 가기 직전이었던터라 더 유심히 봤었다. 그냥 가기전에 좀 미리 느껴보고 싶어서.
꼭대기층을 마무리하고 아래로 내려오려는데 뭔가 길을 잘못 든 느낌. 문이 닫혀있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막 돌아다니니까 관계자인듯한 사람이 쫓아내기도 했다. 의자와 같은 가구들이 있는 장소였는데 대충 느낌상 지금 여기는 개방하지 않아.. 뭐 그런 느낌이었음. 그렇게 2층까지 내려온 모양.
근데 생각해보니 중요한 것 하나를 놓친 기분. 그렇다. 밀레를 못봤다. 다른 것은 어차피 봐도 모르겠고 밀레만 보면 미술관을 나가리라 결심한다. 어느순간부터 너무 힘들어지기 시작했던터라 선 사진 후 관람 오디오가이드는 듣는둥 마는둥 모드가 시작되었음.
아 맞다. 놓친것이 고흐도 있었지?ㅋㅋㅋ 못보고 그냥 갈뻔. 다른 사람들은 오르세에 이 아재때문에 온다고 하던데. 별이 빛나는밤에..은 어딘가로 출장갔다고 하더만 돌아왔던 것인지. 유명세 만큼이나 사람이 개떼처럼 몰려있어서 사진찍기 힘들었다. 그밖에 어디서 많이 본(?)그림들이 많았으나 대표적인 이 두 작품만 업로드 하는 것으로 마무리.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줄 알았더니..거의 다 끝난줄 알았더니 1층과 2층 곳곳에 아직도 볼것이 엄청나다. 뭔가 특별전 같은 곳이었던것 같은데 희안하게 앞서 보았던 고흐나 모네와 같은 유명인의 그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 그쪽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동하는 것도 힘들었다. 생각해보니 이미 널리알려진 그림들은 많이 봐오던 현지인 내지는 주변국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그들을 위해 오스나씨는 자리를 피해주기로 한다. 나는 밀레만 보면 되니까.
응? 뭐지? 1층에 마네방이 따로 있네 또. 위에서 다 본 줄 알았는데ㅋㅋ 이렇게 또 명작 2개를 얻어 걸립니다.
드디어 만났구나. 나 이제 고만봐도 되는거지? 어린시절 미술책에서 봤던 이 그림. 드디어 실제로 보게되는구나. 만나서 반가웠어요. 이제 진짜 갈게요.
오르세는 이렇게 안녕하기로 하자. 후에 그림에 대한 조예가 더 깊어지면 또 올 생각이 들런지 모르겠... 현재로서는 죽을때까지 안 오지 싶...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다음 코스는 그래도 온김에 세계문화유산을 한번 클리어하고 싶었기에 선택한 것이 센강 유람선. 유명한 주요 관광지를 멀리서 훑는 것으로 파리여정은 마무리 하는 것으로. 어차피 더 시간도 없다. 그리고 유람선을 타면 또 좋은점. 가방을 안 메고 있어도 된다는 점.
미리 찾아둔 바토무슈 선착장으로 또 미친듯이 걸어간다. 사실 아까 콩코르드 광장에서부터 물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서 살인적인 갈증을 느끼며 걷는 중이다. 주변에 카페들은 참 많은데, 다들 편안히 앉아서 수다에 열중하는 듯 한데 내게는 그런 여유가 없다.
생각해보니 기내식으로 끼니를 해결한지도 벌써 몇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나마도 빵뿐이라서 거의 남기기 까지 했었는데. 그래도 배고픔보다 갈증이 심했던 모양인지 허기는 아직 안 느껴진다.
선착장 도착해서 매표를 하고 드디어 물 파는 곳을 발견. 여기서는 흔한 에비앙을 거의 원샷하고 유람선 탑승. 탑승하는 곳 주변에 뭔가 간식거리와 음료수를 팔던데 수중에 고액권-_-만 있었던 오스나씨는 자동판매기를 이용하지 못하고 그대로 탑승했다고 합니다.
에펠탑 부근에서 출발하여 주요 포인트를 거쳐 에펠탑으로 마무리하는 코스. 해질녘에 타야 야경까지 보고 내릴것 같아서 일부러 오르세보다 일정을 뒤로 뺐었다. 금방 끝나는줄 알았더니 얼추 1시간은 배위에 있었다. 다만 7시30분에 탔음에도 불구 내리는 8시30분 쯤이 되어서도 해가 덜 져서 야경은 못 봤다는게 함정
유람선은 2층으로 되어있었고, 2층에 앉아있던 오스나씨는 얼어죽을뻔했다고 합니다. 앞에 앉아계시던 서양분. 경량패딩 입고 계시던데. 얼마나 부럽던지. 반팔에 얇은 가디건 하나로 버티기엔 9월의 강바람이 너무 차가웠음.
중국인들 개많았음. 겁나 시끄러웠음. 뭐 이제는 이해합니다. 이 유람선이 한국에서 유명하고 티켓도 한국에서 미리 살 수 있어서 승객의 반 이상이 한국사람이라고 하던 후기를 봤었는데 9월의 엄한 날짜라서 그랬는지 한국인은 한커플 정도밖에 못봤음. 혼자 온 여자애 있어서 한국사람인줄 알았더니 일본어 팜플렛 보고 있었다능.
일정 포인트를 지나갈때는 설명방송도 나오는데 제일 마지막에 한국어도 나오긴함. 근데 앞에 영어나 불어는 엄청 길게 얘기하는데... 외국어 몇 문장이 한국어 한 문장으로 변환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음. 설명은 근데 사실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한번 지나치면 잊혀지는, 나중에 봐도 구별 못할것 같은.. 나와 같은 초치기 파리투어객들에게는 그닥 의미가 없지 싶다. 그냥 한국어가 나온다는 데에서 박수를.
유람선 회사는 내가 탔던 바토무슈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는 듯. 이 회사는 뭔가 좀 한국인이랑 관련이 있는 것인지.
이건 뭐 설명 안들어도 딱 보니 알겠다. 사람들 다들 사진찍느라 난리이고. 참고로 뒷부분이 화마에 해를 입었다. 이쪽 면은 말짱하다. 난 어설프게 알고 있었어서 이쪽이 홀랑 탄줄 알았다. 뭐 모를수도 있지.
유람선은 에펠탑까지 갔다가 아까 탔던 선착장으로 유턴해서 다시 되돌아 온다. 다른 구조물들과는 다르게 빨리 사진 찍어야한다고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충분한 시간이 있더라.
유람선에서 내려서는 역시 또 미리 찍어둔 공항버스 타는 곳으로 걷기 시작한다. 사실 정확한 지점은 알지 못했기에 헤맬것을 대비하여 좀 서둘러야 하긴 했다. 유람선에서 내린 시간이 8시30분. 내가 가야하는 오를리공항행 공항버스 막차는 9시40분에 있다.
가는 길은 센강을 따라 에펠탑을 보며 걸었다. 조깅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미세먼지 없어서 참 좋겠다.
뱅기에서 내렸던 시간이 오후 2시. 현재시간은 9시가 되어가고 배가 고프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 안되겠다 싶어서 어딘가 식당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도 안되고 무엇보다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냥 크레페를 파는 가판이 있길래 다가가 보기로 했다. 흠.. 메뉴가 영어로도 적혀있다. 별 어려움 없이 "바나나 누텔라!" 를 외쳤다. 나의 외침에 그 시키(-_-)는 제조를 시작했고 곧이어 내 손에 크레페가 쥐어졌다.
걸으면서 먹기는 그렇고 어차피 마침 앞에 에펠탑이니 저거나 보면서 먹고 가기로 했다. 사실 마음이 급해서 정말 먹는둥 마는둥. 맛은 너무 없었다. 그저 살기 위해 먹은 느낌.
다시 전진모드. 버스정류장까지 한번에 갔...을리가 없지? 중간에 몇번 삽질하고 가는길은 언덕길이라 종아리 터지는줄 알았고 사실 가면서도 여기가 맞나 싶은 마음이 강했지만 뭐 어쩔 수 있나. 여튼 할때까지 해보고 정 안되면 배낭메고는 정말이지 타고 싶지 않았던 지하철을 타거나 정말 최악의 상황에서는 택시를 타면 되는 거겠지. 일단 힘을 내보자 오스나씨. 사실 괜시리 쫄아가지고 핸드폰을 꺼내 지도를 확인하지도 못했었다. 걸어가는 길이 그닥 밝지는 않았어서.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참 오바였던것 같네. 보고타의 그 핸드폰 강탈 후유증.. 꽤 오래가는것 같다.
그렇게 불굴의 의지를 발휘하여 도착했다고 한다.
도착하니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몇 있다. 붙어있는 안내문을 보니 가격도 나와있다. 미리 돈을 준비해놓기로 하자.
아놔 근데 써글ㅋㅋ 크레페 그 시키한테 아까 돈을 거슬러 받았는데 이눔시키가 어둠을 틈타 나에게 찢어진 5유로 지폐를 섞어서 줬음을 알게 되었다.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오고. 돈이 문제가 아니라 만만해보였다는 생각에 더 짜증이 났던 거다. 내가 평범한 서양인이었어도 그랬을까? 이래서 소위 말하는 선진국들이 싫다. 기본적으로 동양인은 아래로 보는 이런 모습.
화딱지가 나서 어케할까 하다가..
그냥 공항버스비로 나도 섞어서 냈다^^
걸리면 그때 바꿔주지 뭐.. 느그 나라 나쁜넘이 나한테 벌인 일이니 느그 나라가 해결해라...라는 차원에서 소심한 복수극을 벌였다.
다행히^^ 무사히 오를리 공항에 도착했다.
출발층에는 상점들이 다 문을 닫았더라. 여유롭게 공항에서 허기를 채울까 했던 계획은 실패. 도착층에 가니 슈퍼가 문을 연 곳이 있어서 과자하나랑 스무디, 그리고 물을 사가지고 올라왔다. 말은 이렇게 쉽게하는데 사실 개멀었다. 오를리공항 나름 크더라. 몸이 천근만근이라 더 멀게 느껴졌을테지만.
그리고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핸드폰 충전을 위한 콘센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의자에 꽂는곳이 붙어있긴한데 전원을 차단시켜놨나보다. 망했다. 공항도착이 대략 11시가 안된 시간. 내일 첫비행기 출발까지 무엇을 하며 버틴단 말인가ㅜㅜ 화장실에 콘센트가 하나 있긴했는데... 기저귀 가는곳 옆에... 근데 멀티변환기가 맛탱이가 간건지 어쩐건지 여튼 결론은 내가 그 콘센트 고장낸것 같다. 첨엔 분명히 되는 것 같았는데... 나중에는 들어가지도 않더라.
별 수 없다. 그냥 자야지.
근데ㅋㅋㅋ 또 의자 좌석 두개마다 쇠로 만든 칸막이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다. 한마디로 일자로 펴기 참으로 힘든 그런 의자. 사진이 없으니 설명을 못하겠네. 그래도 뭐 본인은 아담한 사이즈의 소유자다. 어케어케 구겨넣어서 좀 불편하긴 해도 누울수는 있었다.
주변에 나와 같은 노숙인들이 여럿 보였다. 꼭 나와같은 튀니지행 뿐 아니라 새벽출발 다른 노선도 꽤 많았으니. 한국인은 없는 듯 했다. 우리는 가족이 된 듯한 기분으로, 하지만 최대한 다들 멀리 떨어져서 서로의 공간은 확보해주는 배려심을 발휘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오를리공항은 밤새도록 불을 켜두었다. 차라리 꺼주지. 아니 그 불끄고 핸드폰 충전을 좀 하게 해주덩가. 생각해보니 불을 켜둔것은 왜 인지 모르겠지만 바닥을 까뒤집는 공사를 하고 있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밤새도록 공사하더라. 드드드드.
자는 시간은 길어야 1시간 주기였던 것 같다. 사실 12시가 넘으면서부터는 추워서 계속 깼다. 결국 히잡대용으로 쓰겠다던 얇은 가디건까지 배낭속에서 나왔다. 다른건 모르겠는데 코가 시려워서 잠을 잘 수가 없더라. 글고보니 아까 오는 도중에 AIRPORT HOTEL표지판을 봤다. 거기가면 이 먼지구뎅이를 벗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으며 핸드폰 충전도 할 수 있겠지? 하다가 포기한다. 아마 거기가서 자면 내일 새벽을 지나 아침을 지나 점심을 지나 저녁까지 못 일어나지 싶다. 그냥 버티자.
꼬리뼈도 아프다. 이건 꽤 오래갈 것 같다. 살다살다 꼬리뼈 통증을 느껴볼 줄이야. 그래도 뭐 다 님이 선택한 것이니 받아들이시죠. 그래. 내가 선택한거지 이런 고생. 첫날이니까 버팁니다. 아직은 체력이 남아있으니.
새벽 4시. 사람들이 많아진 느낌을 받으며 눈을 떴다. 카운터가 열렸나보다. 어차피 부칠 짐도 없고 혹시나 해서 어제는 작동하지 않았던 셀프체크인기계로 다가가서 눌러본다. 읭? 바로 티켓이 나온다. 바로 들어간다. 여기는.. 너무 춥거든요.. 안은 좀 따뜻하겠죠?
무사히 보안검색 및 출국수속을 마치고 화장실에 가보니 기저귀가는 곳에 또 콘센트가 있다. 혹시나 해서 꽂아보니 이번에는 충전이 잘 된다. 에라 모르겠다 사람들 있거나 말거나 거기 한참동안 서서 핸드폰 충전을 했다. 아이고 다리야. 어디 앉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다리 아픔따위 충전과 바꾸련다 싶은 마음.
어차피 풀충전은 불가하고 튀니지 도착했을때 왠만큼 버틸수 있을만큼만 충전해서 화장실은 나왔다. 의자에 앉으니 익숙한 무언가가 보인다. 콘센트다. 꽂아본다. 된다. ㅆ...... 나 화장실에서 뭔짓한거임?
아놔. 근데 갑자기 항공사 직원들이 내 여권을 보더니 입장을 안시킨다. 프랑스의 저비용항공사 transavia 항공. 비자 없이 못 간다면서 안된다고 막는다. 야 출국수속까지 다 했는데 뭔 개소리야? 살다살다 항공사가 막는건 첨보네. 성질난 마음에 자연스럽게 생존영어가 튀어나온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너 전화를 하던지 해봐. 튀니지든 아니면 너네 카운터든 웨얼에버. 다른 사람들 다 들어가는데 쪽팔리게 옆에 계속 세워둔다. 꼬라지가 꼬질꼬질했으니 더 초라해 보였겠지? 결국 어딘가로 계속 전화를 하더니 본인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나보다. 최소한 미안하다는 소리를 좀 했어야 하는거 아닌가? 말없이 여권과 티켓을 내밀길래 한껏 성질을 부리며 낚아채고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좌석에 앉았다. 창가도 아니고 복도도 아니고 뙇 가운데자리다. 체크인을 그렇게 빨리했는데 어쩜ㅋㅋㅋ 그냥 카운터에서 할껄 그랬어... 그 니은때문에 대기타다가 늦게타느라 짐칸에 자리도 없다. 배낭은 바닥에 놓는 수밖에. 그리고 오른편에 앉아있던 튀니지 여자애가 좀 짜증을 부리는 느낌이다. 발버둥치다가 내 다리를 발로 차놓고서도 미안하단 말도 없다. 파리 물을 좀 먹었다 이거냐? 왼편에 남자는 배낭을 밑에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발로 밀고 내 자리까지 넘어와서 다리를 집어넣네..
하... 힘들고나... 고단하고나...
제대로 가긴 걸까?
나 잘 온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