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모나스티르1: 튀니지 입성

20190906 모나스티르 공항에서 기차타고 시티가기

by 오스나씨

프랑스 파리 오를리공항에서 새벽 6시가 조금 지난시간에 출발한지 두시간반.
드디어 오스나씨는 꿈에 그리던 튀니지에 입성한다.


사실 보통의 사람들은 대부분 수도인 튀니스로 들어간다. 본인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으나 당시 다음 목적지였던 몰타에 가기 위해서는 어차피 튀니스로 돌아와야 했기에 다른 옵션을 생각했었다.


튀니지에서의 루트는 간단하다. 큰 틀로 보면 일단 수스와 튀니스. 튀니지에 방문한 많지 않은 사람들이 선택한 토주르와 같은 사막도시들은 포기하기로 했다. 사하라도 마찬가지. 이미 모로코에서 낙타 징하게 타고왔다.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일단 목적은 세계문화유산 클리어니까 거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야된동 튀니지 내에 있는 튀니스가 아닌, 그리고 수스와 가까운 공항을 검색하니 모나스티르가 나온다(스카이스캐너에서는 '모나스터'라고 검색해야 나온다). 시티까지 진입하는 정보를 뒤졌는데 그나마 꽤 오래된 신문기사에서 기차를 이용하면 된다는 말만 듣고 강행하기로 했었다.

굿바이 트랜사비아. 너의 홀대는 잊지 않을게

공항은 예측했던 대로 아주 작은 시골공항이다. 최소한의 시설만을 갖추고 있는 그런. 탑승교따위 있을리가 없지.


입국장 카운터는 처음에는 한군데만 열었다가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나중에는 한군데를 더 열어 주었다. 나는 어차피 거의 끝줄이라 화장실도 다녀오고 하면서 여유를 부렸다. 사실 이때 조금 쫄았다. 그 이유인즉슨 도착비자를 사야할 것 같은데 ATM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물론 수중에 유로와 달러가 있긴 했지만 뭐랄까 수속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느낌. 도착비자라는 개념 자체를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 이래서 사람들이 모나스티르가 아닌 튀니스로 들어가는건가? 하.. 입국 거부되면 어떡하지? 그도 그럴것이 시설이 정말.. 그냥 시골 버스터미널 같았기 때문이다. 드디어 내 차례. 떨리는 마음으로 공무원 앞에 섰다. 왠지 이쪽 아저씨가 사람이 더 좋아보여서 이쪽으로 선거다.


여권을 찬찬히 들여다보던 아저씨는 일단 북쪽이냐 남쪽이냐 묻는다. 웃으면서 앱솔루틀리 사우스지 하니까 같이 웃는다. 옆에 서있던 다른 공무원도 함께 웃는다. 그래 북한 사람이 여기 올리가 없지 하는 말을 하는 것 같다. 튀니지가 처음이냐길래 그렇다고 하니 웰컴웰컴하면서 도장을 힘착 쾅 박아준다. 통과구나. 도착비자는? 응? 그런거 없네 그냥 통과네. 내가 한국에서 잘못 알아왔던 걸까? 모르겠다. 나중에 출국할때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 어쨌든 당신들이 통과시켜 준거니까 뭐.


밖으로 나왔다. 다른 여타 공항들처럼 호객행위가 전혀 없다. 문앞에 총을 찬 군인이 서있어서 접근이 불가능했던 것인지. 일단 유로를 환전한다. 100유로만 임시로. 그리고 ATM도 가본다. 국제현금인출카드. 튀니지에서도 잘 뽑힌다. 오키오키 체크완료.


그냥 나갈까 하다가 어차피 심카드를 살거니까 공항에서 바로 사기로 한다. 튀니지통신(?)이랑 오렌지통신(?) 두 군데가 있다. 잠시 고민하다 오렌지를 선택한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내 애칭이 오렌지거든요.


당연히 말은 잘 통하지 않고 심카드 원 기가바이트 원 기가바이트를 외치니 점원은 이해한 눈치다. 원 기가는 너무 작아하면서 영업을 하시길래 어후 나 한국에서 데이터 1기가 쓰는 사람이야 하려다가 그냥 2기가 충전을 하기로 한다. 탁월한 선택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라고 해야하나. 현재 튀니지 입국 일주일째. 나는 4기가를 이미 소비하고 오늘 4기가를 추가로 충전했기때문. 페이스톡의 위력이 어마어마해서 거의 매일 1시간 이상을 쓰다보니 이렇게 되버리네. 그나마 이전 숙소에서는 와이파이도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야된동 튀니지 심카드 오렌지통신도 그리 나쁘지 않음. 사실 품질과 속도 관련해서는 비교기준이 없다는 게 문제지만 시골동네 돌아다녀도 충전하는데에 그닥 문제는 없는, 대중적인 통신사는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심카드를 바로 샀던 이유중 하나는 그나마 어제 오를리공항 화장실 기저귀교환대 앞에 있는 콘센트에서 충전한 배터리가 엥꼬 직전이었기 때문. 심카드 교환하면서 충전도 조금 부탁할 참이다. 숙소 걸어서 찾아가려면 핸드폰 켜고 구글지도를 봐야한다. 이대로는 못간다.


심카드 교환은 의외로 간단했다. 일전에 러시아나 콜롬비아에서 교환할때는 여권도 복사해가고 전화도 하고 폰 자체 설정도 하는 것 같고 이것저것 개통을 위해 많이 하는것 같더니만 여기서는 그냥 카드만 껴서 숫자 몇 번 누르니까 바로 끝나버렸다. 이후에 충전할때도 마찬가지. 그간 기술이 발전한건지 이 나라라서 그런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응? 여긴어디? 나는 누구?

어쩌다보니 사무실 안쪽까지 들어와버렸다. 원래는 사진의 가방메고 있는 소년 위치에 내가 있어야 한다. 의자에 앉아있는 여자는 점원이다. 그 뒤로 탁자와 의자가 있는데 여기서 얼마간 충전을 한다고 앉아있었다. 한국에서 가져간 충전기 꼬다리를 보여주면서 튀니지와 콘센트 구멍이 같냐고 물으니 같다고 한다. 꽂혀있던 충전기를 빼고 나의 급속충전기로 바꾸고는 조금 더 앉아있었다.


그렇게 더 이상의 민폐는 안될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난다. 호의가 고마워서 마스크팩 조공을 드린다. 진심 좋아한다. 내친김에 기차 어디서 타냐고 물으니 손가락으로 저쪽을 가리킨다. 공항내에 기차타러 어디로 가라는 표지판이 1도 없었어서 택시를 타야되나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기차가 있긴 있나보다. 얼마냐고 물으니 엄청 싼것 같다. 1디나르, 우리돈으로 450원 이하인것 같다.



공항을 빠져나왔다

나오는길에 다시 한번 엄청 큰 총을 메고있는 군인에게 다가가 기차역이 어디냐고 물으니 엄청당황한다. 그냥 그에게 묻고 싶었다. 딱 봐도 순진한 시골청년삘이다. 본인한테 길 물어본사람 아마 제대하기 전까지 또 만나기 힘들거라 생각한다.


들러붙는 택시기사들을 무시하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뭔가 길 한가운데에 기차길이 있긴한데 건물은 안 보이고. 플랫폼같은 곳이 저쪽에 보이긴 하는데 긴가민가하면서 걸어가본다. 그나마도 반대로 걷다가 한번 되돌아 갔다.

에어포트역

설마 이게 기차역이야? 했는데 정말 기차역이다. 표 사는곳? 자판기? 당연히 없다. 뭐 타면 차장이 다가오겠지. 기차역이라 그래도 확신했던 것은 에어포트 역이라는 저 표시. 그리고 희미하게 켜져있던, 도착시간을 알리는 전광판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말 사진빨쩌는데 사실 쓰레기장이다 여기ㅋㅋㅋㅋ 선로도 깨끗해보이지? 가까이에서 보면 쓰레기 천지다.


위의 사진을 기준으로 나는 그늘이 짙은 오른쪽 플랫폼에 서 있었다. 지도를 보니 동쪽방향으로 가야했기에. 모나스티르 공항을 기준으로 동쪽은 모나스티르, 서쪽은 수스다. 자동차 다니는거 마냥 당연히 동쪽으로 가려면 내가 서있던 오른쪽 플랫폼일거라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 내가 타려고 했던 기차가 시야에 보이기 시작할 무렵, 반대편에서도 한대 들어오는게 보인다. 그래서 깨달았다. 뚜쉬. 여기가 아니다. 공항을 등지고 더 바깥쪽에 있는 플랫폼에 서 있는게 맞다. 쏜살같이 선로를 밟고 방향을 바꾼다. 늬들 타이밍 이렇게 좋게 안 들어왔으면 나 수스갈뻔했다잉...


차장이 역시나 다가와서 표를 끊어줍니다

기차타는 건 원체 전쟁이고 시설도 후지다라는 후기들을 듣고와서 걱정했는데 자리도 많고 에어컨도 나온다. 나름 쾌적하다. 무엇보다 개싸다. 딸랑 1디나르인줄 알았더니.. 읭? 왠 거스름돈을 왕창준다. 동전이 1디나르 외에 더 낮은 단위도 있구나. 와 그럼 공항에서 시티까지 얼마인거냐? 100원? 200원? 아아 넘나 싼 물가 사랑합니다. 시티까지 그렇게 멀지도 않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것 같더니 상당히 빨리 도시로 진입했다.


기차역에서 내려서는 일단 당황하지않고 마치 처음온곳이 아닌것마냥 기차역을 빠져나온다. 일단은 모든것에서 경계심을 풀지 않습니다. 핸드폰 꺼내지 않습니다. 어느 도시이건간에 역주변, 터미널 주변은 못된사람들 개 많습니다. 정신줄 잡으십셔 오스나씨.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오바질 제대로 였다는 생각. 모나스티르 사람들 그렇게 나쁘지 않았을 듯. 그러게 나쁜 사람들이 문제야. 호의를 베풀어도 오해하게 만들어버리는..


여튼 그렇게 일단은 걸었다. 숙소는 바다에 붙어있다.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걸으...면 안되는게 아 맞다 이 동네 바다로 둘러쌓인 동네였지. 의미가 없네. 아호 안되겠다. 지도를 봐야겠다.


다행히 큰 건물들이 나와줘서 내 위치를 판단하는데에 도움을 주었다. 큰 성도 보인다. 떠나기 전 찾아두었던 리바트인가보다. 모스크도 보이고 광장도 보인다.


오 여기 뭔가 있는듯? 이따가 올게


그렇게 중간중간 구글지도의 도움으로 호텔 근처에 도착한 것 같은데 당최 어딘지를 모르겠네.


뻐드렁니를 한 현지인이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데 상태가 메롱이다. 왠지 도움을 받고나면 그가 데리고 있는 저 마차를 타야할것 같다.


결국 두번을 더 길묻기를 더 시도한끝에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사실 가는 도중 좀 찜찜했다. 왠지 레지던스, 아파트들이 있는 동네인 것 같은데... 이거 또 주인장이랑 연락해야 하는건 아닐까 싶어서. 그거 엄청 귀찮은데ㅠㅠ


막상 도착해보니 그런 걱정은 바이바이. 다행히 리셉션을 가지고 있는 아파트형 숙소였다.


도착. Marina Cap Monastir - Appart Hôtel


숙소는 왠 휴양단지 안에 있었다. 사실 가격이 너무 싸서(3만원도 안했음) 이런 시설 기대도 안했는데 나름 주방까지 있는 아파트 독채였다. 심지어 에어컨도 2개다. 방에 하나. 거실에 하나.

참고로 나는 주방을 딱히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뭐 쓴다면 쓸수는 있을듯. 도보 5분거리에 슈퍼마켓이 하나 있긴하다. 햄이라도 사와서 구워드시던지. whatever.


사실 1층인게 좀 불안해서 예약을 했다가 취소하고 결국 가격에 승복하고 재예약을 한건데 이 나라 왠지 0층부터 시작하나 봉가. 계단을 한 층 올라오니 1층이 시작된다. 테라스도 있는데 나가면 바다가 바로 보인다. 문 여느라 개힘들었지만.


무엇보다 단지 안에 경찰서가 두군데나 되는 것 같다. 경찰들 대빵만한 총들고 왔다갔다 한다. 호텔 아니 아파트 앞으로 요트들이 정박해있다.

집앞(-_-)풍경


사실 숙소의 청결도라던지 하는 부분은 한국과 비교하면 안된다. 에라이 도둑놈 심보지 그건. 그럴거면 선진국 가세요. 삐걱대는 낡은 가구와 먼지투성이 바닥정도는 당연히 이해해야지. 여긴 튀니지다. 물 수압은 조금 약했던 것은 좀 아쉬웠음. 그래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가성비 완전 쩌는 숙소임에는 분명.


그럼 이제 진정한 여행객모드로 돌입해볼까? 그냥 퍼져있을 수가 없는 것이 내일 바로 수스로 넘어가야하는 관계로. 새벽 비행기로 파리에서 날아왔던 터라 시간은 아직 점심때밖에 안 되었다.


나갑시다. 밖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