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6 하비브 부르기바 영묘, 리바트, 동네구경
몸이 천근만근이라 그냥 쓰러져서 자고 싶었으나 여기에서는 단 하루만 머무르는 관계로 이건 아니다 싶었다. 검색을 통해 이런저런 정보들을 좀 수집한 후 힘을 내어 나가보기로 한다.
일단 너무 배가 고프다. 점심부터 먹고 시작하자. 메뉴는 생각해두었다. 모로코처럼 튀니지도 꾸스꾸스를 먹는다. 근 1년만에 또 한번 먹어보는 걸로.
아까 길을 물었던 카페에 갔다. 먹을 것이 있냐고 하니까 메뉴판을 가져와서 보여주는데 샌드위치류 밖에 없다. 이 나라 카페와 레스토랑의 구분이 철저하다.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도 같지 않나? 이디야 같은 커피전문점 가서 김치찌개 찾는거랑 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던것임.
'꾸스꾸스!!' 하니까 나가서 왼쪽으로 돌아가라고 길을 알려준다. 사실 한번에 찾지는 못하였고 또 엄한 카페가서 꾸스꾸스 하니까 바로 옆에 있는 식당으로 가라고 하면서 식당 주인인 듯한 누군가를 불러준다.
꾸스꾸스 있냐고 하니까 아재가 당황하고 꾸스꾸스도 종류가 많단다 소녀여.. 하는 표정. 메뉴판이 온통 불어인줄 알았더만 왼쪽은 영어 오른쪽은 불어다. 양고기 꾸스꾸스를 시키려다가 거기 있는 메뉴들 중에 가장 비싼것 같아서 생선으로 노선을 갈아탄다. 희안하게 해외나오면 생선을 즐겨 찾게된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국산이라고 해도 이 생선이 일본 어드메를 떠돌다 온 생선인지 장담을 할 수 없는 지라.. 여기서 먹는 물고기는 일본 근처에는 가지도 않은, 지중해에서 나고 자란 생선이겠지 싶어 안심하며 주문한다. 시간이 오래걸려도 괜찮냐고 주인장이 묻는다. 그럼 괜찮지. 꾸스꾸스는 원래 푹 쪄야되는 까닭에 다른 음식들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을 알고 있다. 물과 환타를 시켰기에 먹으면서 기다리면 된다.
물과 환타와 함께 식전빵과 에피타이저들이 나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고양이 무리들과 파리떼가 날아든다.
어째 모로코랑 비슷한 상황이다. 내가 줄 것 같냐? 한번 주면 계속 안 갈거잖아. 파리 늬들은 하아.. 그래 내 빵을 양보하지. 맘껏 먹어라. 사실 오스나씨 빵을 별로 안 좋아하는 건 안 비밀. 여튼 밥먹는 내내 식당 직원들은 쉭쉭 소리를 내며 고양이를 쫓아주느라 고생을 하셨음
30여분이 지나자 드디어 나의 사랑스런 꾸스꾸스가 나왔다.
옆에서 식사를 하던 서양인 부부중 남편이 '저게 꾸스꾸스야.'라고 부인에게 얘기해주는 것 같다. 흘낏보니 그들은 아쥬기냥 해산물 파티를 하고 계신다. 맛나게 드십셔~!
맛은 역시나 지금 배고픈데 뭔들 맛이 없겠냐능. 나 공항노숙하다 온 사람이야. 타고온 비행기는 저비용항공사고. 그리고 희안하게 한국에서는 잘 먹지도 않았을 채소에 손이 먼저 간다. 생선도 맛있었지만 가장 맛있었던 것은 단연 감자님. 그리고 내가 이 요리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외국에서 식사하면 뭔가 밥 없이 반찬만 먹는 느낌인데 ㅜ 꾸스꾸스에는 좁쌀같은 곡물이 같이 들어 있어서 밥이랑 반찬이랑 같이 먹는 느낌이다. 떠나기 전 또 먹고 싶은데 아마 힘들지 싶다. 나는 내일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때문. 그러하다 지금 밀린것 좀 적어보겠다고 마지막날 호텔에 쳐박혀서 발버둥치는 중이다.
진짜 배터지게 먹었다. 뽀나스로 물 1리터와 환타한병까지 다 먹었으니 여한이 없다. 이제는 먹은 값을 할 차례.
아까 숙소를 나올 때 갈 곳은 이미 찍어놨다. 하비브 부르기바의 영묘. 리바트도 가고 싶은데 구글지도님께서 오늘은 문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호텔구역을 벗어나 도보로 도착.
https://goo.gl/maps/TuWrqNNuNz45oN4u9
하비브 부르기바 할배는 튀니지 독립운동가이자 튀니지에 왕정을 없애고 공화정으로 탈바꿈시킨 민주화운동가...가 아닌 독재자였다. 무려 30년을 대통령 자리에 계셨다. 뭐 그래도 안팎으로 개혁과 국가부흥을 위한 여러 정책을 펴오다가 다음 대통령의 권고로 자리에서 물러나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여자라 그런걸 수도 있지만 일부다처제를 폐지했다는 것. 이슬람국가의 비합리성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얘기하는 거잖아. 그나저나 아직도 일부다처제 하는 곳이 있긴 있던가?
이 모나스티르가 할배 고향이라 이렇게 약간은 호들갑스럽게 그를 티나게 기리고 있다. 실제 모나스티르 공항 이름도 '하비브 부르기바 모나스티르 공항'이다. 추가로 현재 내가 있는 수도 튀니스의 거리 이름도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이다. 한마디로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
여담이지만 최근 튀니지는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7월에 튀니지 첫 민선대통령이 서거하면서 현재는 권한대행체제이고 곧 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실제 돌아다니면서 벽보들 많이 봤다. 그리고 엄청 큰 광고판, 고속도로에 서 있는 그 거대 광고판에 왠 양복입은 사내들이 자꾸 나와있길래 은행광고인줄 알았더만 아래 해시태그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대선광고임을 깨달았다. #튀니지 #프레지던트 이렇게 써있더라고.
그리고 또 여담이지만 나 튀니지 올때 한국에서 60일 지정생존자 받아와서 그저께 완결봤다. 되게 신기한 우연이다. 저 드라마랑 뭔 상관이냐고? 대통령 서거로 인해 주인공인 지진희님이 권한대행을 맡고 계시기 때문.
다시 돌아와서, 이 곳의 관람포인트는 크게 3가지이다. 동선 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음. 그냥 앞으로 전진하다보면 됨.
일단 과거 그가 쓰던 유품들이 전시된 방이다. 위의 동상들과 사진들은 다 거기서 얻어찍어 온 곳이다.
그리고 그 양옆으로 그의 친인척들의 무덤들이 있다.우리나라 무덤을 상상하면 곤란. 대리석 바닥 밑에 잠들어있는 것 같다.
그리고 세번째 포인트가 바로 하비브 부르기바 할배의 관이다.
건물 내부에서는 1층, 사진속 윗부분 한 인물이 서있는 곳에서 바라볼 수도 있고, 계단을 올라와서 위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이 사진은 윗층 시점에서 찍은 것.
밖으로 나오면 참배를 할 수 있도록 앞쪽이 뚫려있다. 사진은 안쪽까지는 나오지 않았구만. 선글라스 낀 눈으로 대충 감으로 화면은 안 보고 카메라 셔터를 눌렀더니ㅋㅋ
밖으로 나와서는 안하던 짓거리를 해본다. 딸기에게 페이스톡을 한다. 이후로도 가끔 관광지에 갈 때마다 간혹 카메라를 돌려 구경시켜줬다. 데이터 폭탄 나오는 줄도 모르고. (하지만 귀국을 하루도 남기지 않은 현재 데이터가 3기가 넘게 남았다는 것은 함정)
아직 해가 중천인데 어찌해야하나 하다가 어차피 가는 길이고 바로 근처이고 하니 리바트 근처로 가보기로 한다.
https://goo.gl/maps/ExtGNd8LFrNzVNh6A
검색결과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 문을 닫는다 하여 안에 들어가는 것은 포기했던 참이다. 뭐 겉에라도 보고 인증샷만이라도 남기자 하는 마음이었다.
아니 근데ㅋㅋㅋㅋ와보니까 열려있잖아. 완전 낚일뻔했다. 상당히 유쾌한 말투의 영어를 구사하는 관리인이 있길래 이 사실을 알려주려 했지만 타이밍을 놓쳤다. 갑자기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관광객들이 나타나서 그에게 "여기 화장실 없어?", "아니 근데 왜 저기 엄청 빅 shit이 있는거야? 미친사람이 있나봐!!!" 이러면서 관리인을 독점하고 있길래 나는 그냥 나올때 얘기해주자 하면서 안으로 들어선다.
타블로그 정보에서는 입장권 7디나르+사진촬영료 1디나르였는데 이제 그냥 통합한 모양이다. 하기사 요새 핸드폰 다 가지고 다니는데 사진 안 찍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능. 잘한 정책이다.
리바트는 쉽게 말하면 요새다. 처음 지어진 것은 8세기. 이후 계속 개보수를 거듭해오다가 현재에 이르렀다. 사실 당초 튀니지에 방문했던 목적인 카르타고와는 관련이 없다. 이슬람 건축물이다. 추가로 모나스티르 자체 역시 카르타고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 되려 페니키아인들의 다른 도시국가인 '탑수스'가 있던 곳이다. 근데 여기 왜 왔냐고? 그냥.. 별거 아니고 수스로 바로 가기 싫었기 때문에. 큰도시는 내게 피곤을 선사하는 관계로 이런 작은 도시가 편한 관계로. 처음은 소박하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2층정도(?)에는 박물관 비스무리한.. 전시장이라고 해야하나 할튼 그런 공간도 있다. 그냥 돌아다니다 보면 바로 찾는다.
잠시 그렇게 해를 피하고 밖으로 나와보니 한번 뎀벼보라고 도발하는 탑이 보인다.
이 정도 탑 따위ㅋㅋ 우즈베키스탄에서 히바랑 부하라에서 미나렛 오르던 거에 비하면 껌이다. 이번에도 역시 빙구같이 선글라스 끼고 올라가다가 넘나 어둡길래 아 맞다 나는 바보입니다 속으로 외치고 선글라스를 벗는 짓거리를 했다.
그렇게 꼭대기에 도착하셨습니다. 전망은 역시나! 완전 쩐다. 특히 바다! 와아.. 저렇게 이쁠줄은 몰랐다. 님하 여기 유적보러 온거 아니냐능? 지금 바다에 감탄할때냐능?
물론 다른 시내 전경도 멋지다. 특히 멀리서 보면 쓰레기가 안보이거든요. 굉장히 깨끗한 도시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다.
동서남북 사진 한방씩 재빨리 다 박아주고 딸기에게 페이스톡을 또 걸까 하다가 참았다. 바람이 넘나 거세게 불고 있어서 핸드폰 떨어트릴 각이다. 아니 핸드폰은 고사하고 나도 떨어질 각이다. 가운데 꽂혀있는 튀니지 국기가 펄럭거리는 소리가 굉장히 요란하여 별상상이 다 든다. 여기 완전 좁아터지는데 저 국기가 나를 치면 나는 바닥에 내리꽂혀... 누군가 올라와서 실수로 나를 밀면... 온갖 무서운 놀이기구를 웃으면서 타는 나지만 이건 좀 무섭다. 나 내려갈래ㅠㅠ
여기서는 페이스톡을 해도 되겠지 싶어 이어폰을 꽂는다. 딸기와 함께 남은 리바트를 계속 구경했다.
이제 슬슬 돌아갈 시간. 아까 계획했던 대로 관리인에게 구글지도의 리바트 오픈시간을 보여주며 얘는 미쳤어 해준다. 그도 팔짝 뛰면서 이거 보라고 일주일 내내 운영한다고 진짜 미쳤네 하는 반응이다. 구글에 전화해. 고쳐달라고 하던지라고 던져주고 리바트를 빠져나왔다.
리바트에서 호텔까지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이미 아까 기차역에서 호텔까지 걸었던 글 그대로다. 앗 저것은 아까 찍으려다가 일단 지나친 아이러브 모나스티르ㅋㅋ 한장 찍고 가자.
저녁을 먹어야 하나 싶다가 아까 먹은 꾸스꾸스덕분에 아직 든든하여 패스하기로 한다. 다만 오는 길에 있는 슈퍼마켓에는 들른다. 그냥 크지도 작지도 않다.
들어가자마자 문가에 서 있던 여자가 계속 소리를 지른다. 누구한테 하는 건지 혹시 나한테 하는 건가 싶어서 다가가서 영어로 씨부리니 엄청 당황한다. 못 알아듣는것 같길래 바디랭기지를 섞는다.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고 그녀가 냈던 소리를 따라 낸 뒤, 나를 가리킨다. 그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는다.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 내가 들어가서 그런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인것인가? 혹시 나중에 또 이 곳을 방문해서 유사한 일을 겪는 분 계시면 제보바람. 호텔 거주구역(?)바로 입구에 있는 슈퍼마켓임.
할튼 나는 물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리고 혹시 저녁때 배가고플것을 대비하여 과자도 하나 고른다. 그리고 여행나올때마다 항상 챙겨먹는 요거트도 하나. 딸기가 보고싶으니 딸기맛으로 사야지. 계산하며 비닐봉지를 달라고 하니 추가요금이 있단다. 괜찮다 하며 둘러메고 있던 크로스백에 과자와 요거트는 집어넣고 페트병에 담긴 물 2L는 팔과 몸통사이에 끼고 덜렁덜렁 들고 가기로 한다.
이제는 길이 조금은 익숙해져서 아까왔던 곳과 다른방향으로 걸어가봤다. 숙소 뒤로 해변이 펼쳐져있다. 여기서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조금 가까이 다가가보니 생각만큼 그렇게 맑고 예쁘지는 않다. 얼마전 다녀온 제주 함덕보다는 못한것 같다. 지중해 별거 아니네. 사실 해변에 갈 생각은 1도 안하고 왔던터라 그래서 슬리퍼따위도 챙겨오지 않았던터라 크게 미련은 없다. 앞으로 방문할 수스에서도 마찬가지. 그냥 들어가자.
이렇게 일정은 마무리. 숙소에 돌아와서는 싯고 잠시 밍기적대다가 일찍 잠이 들었던것 같다. 튀니지에서의 첫째날이 지나갔다. 뭐 나름 잘 보낸것 같다. 그나저나 리바트가 열어서 정말 다행. 반쪽짜리 관광만 하고 돌아갈뻔 했네. 각성하라 구글지도! 아니 뭐 그래도 없애지는 말고ㅋㅋ 님들 없으면 내 여행의 효율성이 80%이하로 감소하였을 거임.
튀니지는 이제 좀 적응한것 같으니 내일은 수스로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