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수스1 : 오우 다~르 바지!즈!

20190907 모나스티르에서 이동, 숙소까지 가는 험난한 길

by 오스나씨

짐을 싸고 나왔다. 체크아웃을 하고 겨우 하루였지만 오고가고 할때 자주 봤던 바로 그 카페에 가보기로 한다. 시디부사이드 카페. 아마 나는 튀니스 바로 옆에 있는 진짜 시디부사이드에는 가지 않을 것이니 여기라도 가보자ㅋㅋ


https://goo.gl/maps/BvjYAaHWLFSzokme9



뭘 시켜야 하나 불어 메뉴판을 보니 멘붕이와서 그냥 내가 먹고 싶은건 달걀과 감자 그리고 오렌지주스라는 의사표현을 하니 대충 알아먹고 메뉴를 추천해준다. 다만 오렌지주스는 없다고 유사한 무언가를 주겠다고 하는데 막상 먹어보니 뭔지는 잘 모르겠다. 뭔가 유자같기도 하고 씁쓸하면서 시고 조금은 단맛이 느껴지는 그런 것.


20190907_101504-1224x918.jpg 좋아좋아 감자도 있고 달걀도 있으니 목표는 달성한것임


맛은 예상했던 맛. 배낭을 짊어지고 꽤 걸을 예정이므로 하나도 남김없이 깔끔하게 비우기로 한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파리들과 심각한 싸움을 하면서.


먹고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웨이터격인 직원하나가 다가와서 말을 시킨다. 영어를 할줄 아냐고 하더니 가지말고 그냥 여기서 본인이랑 얘기를 좀 하잔다. 가게 오너도 와서 거든다. 이 청년이 영어에 익숙하지 않으니 같이 영어공부를 하는게 어떻겠냐며. 너 이 앞에 호텔에 머무르는 거 다 알고 있다고. 이누마들이 날 스토킹을 했나? 어떻게 알지 싶어서 조금은 겁도 나고. 의도를 파악하고 나서는 단칼에 나는 수스에 가야한다고 대답한다.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 출발할거라고 하면서 배낭을 가리킨다. 그들은 포기한다. 나도 돌아선다.




기차역까지는 아주 당연히 걸어서 갈 참이다. 첫날 그다지도 멀게 느꼈던 길인데 그래도 한번 와봐서 그런지 그렇게 멀다는 느낌이 안든다. 쉽게 기차역에 도착해서 표를 끊었다. "왓 플랫폼?!" 하면서 어디서 타는지 묻는 것도 잊지 않는다.


https://goo.gl/maps/iY7VKDw7Q1eeFS9x5



플랫폼으로 나가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타기위해 대기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 모나스티르 공항에서 타고왔던 바로 그 노선이다.

애긔야 거기 그렇게 앉아있으면 안될것 같은데...? ㅠ



얼마 지나고나서 기차가 들어온다. 아직 다 내리지도 않았는데 끼어타려는 아재가 있어 한 아줌마가 짜증을 낸다. 한국과 같은 풍경이다. 뭐 모나스티르가 종점이라 앉을 자리는 많다. 혹시 모를 소매치기를 걱정하며 문 바로 옆을 피해 적당한 곳에 앉았다.


모나스티르-수스 1디나르. 450원.


어제 봤던 것처럼 호수인지 바다인지 물가를 지나 공항을 거쳐 수스시티로 들어선다. 숙소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역인 Sousse Bab Jid역에서 내릴 참이다. 핸드폰을 꺼내는 것은 미련한 짓인것 같아 창밖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다 내렸다.




나와서는 어디로 갈까 잠시 고민할 필요도 없이 사람들이 나가는 곳으로 따라나간다. 사실 지도상으로 보면 정식출구에서는 철로를 건너야 내가 예약해 둔 숙소로 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다시 말해 뭔가 길이 없으면 빙둘러서 갈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 나같은 사람이 많아서 그랬는 모양인지 뭔가 사잇길이 있었다.

20190907_122110-1468x1101.jpg 저 야자수(?)사이에 역사가 아닌 이쪽길로 나올 수 있는 통로가 있다.



나와서 잠시 내 멋대로 감으로 앞으로 걸어나오니 유적틱한 건물이 보인다. 메디나일 것으로 추측한다. 뭔가 수스가 모나스티르보다 큰 도시는 맞는 것 같다. 건물규모가 훨씬 더 크다.


20190907_122621-1468x1101.jpg 워후!! 두근두근하다.



성벽을 구경하며 앞으로 이동하니 드디어 메디나 입구가 보인다. 숙소는 메디나 내부에 있다고 했다. 저 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확실히 맞지 싶다.

20190907_123234-1101x1468.jpg 여길 통과하자. 앞으로 떠나기 전까지 열번은 왔다갔다 하는 바로 이 문


사실 내가 예약한 호텔 주인장은 메디나 안에 있는 숙소라고 한껏 자랑을 해놨던데 뭐 나쁘지 않다. 예전에 우즈베키스탄 히바에 갔을때 이 나라의 메디나와 같은 '칼라'내부에 과거 마드레세(이슬람 기숙학교)를 개조한 호텔에 묵었던 적이 있었기에. 좋은 기억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헌데 막상 메디나 안으로 들어오니 멘붕이다. 구글지도상 길들이 나와있긴한데 이 좁은 골목들 안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해버렸다. 지도보고 다시 방향을 잡고 그렇게 걷다보면 또 방향감각이 없어진다. 나중에 길이 익숙해지고 나서는 별거 아닌 길이 되었지만, 메디나 입구에서 정말 가까운 숙소였지만 그때는 정말 대환장했다. 이게 진짜 답답한게 뭐냐면 항상 그렇듯이 숙소입구는 구글지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잖아. 길의 어느쪽이 입구인지 모르니 간판이 보일때까지 계속 주변을 도는 수밖에 없지.


그렇게 한참을 주변을 뱅뱅돌다가 여기일 것이다 확신을 가진 지점에 도착.


20190907_124139-1468x1957.jpg 저.... 저기인가? 드디어 도착인가?



https://goo.gl/maps/eGWMUYpkBGbAJnnHA


아주 작은 글씨로 'Dar Baaziz' 가 적인 콩알만한 간판이 보이긴 한다. 바로 옆에 공사하는 아재들이 보인다. '다르 바지즈!' 하니까 여기가 맞다는 눈치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던 벨을 눌러주셨고 그래도 안에서 인기척이 없으니 문을 쾅쾅 두드려주기도 한다. 나도 똑같이 두들겨보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는 듯.


결국 공사를 하느라 굵은 땀을 흘리고 있던 아재들이 핸드폰을 꺼낸다. 본인에게는 번호가 없었는지 다른 인부에게 전화번호를 묻는 눈치다. 안에있던 누군가가 나와서 머리에 맺힌 땀을 닦으며 전화번호를 찾기 시작하고 나는 옆에서 혹시나 해서 부킹닷컴에 연결된 '호텔과 전화연결' 버튼을 눌러보지만 국제전화코드가 첨가된 요망한 전화번호가 뜰 뿐이다. 나는 이미 튀니지 심카드를 끼고 있었던 지라 그대로 눌러봤자 전화가 안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 나라 전화번호 형식이 어케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해서 인부들에게 보여줘도 절레절레.


그대로 기다리기는 뭐하고 해서 시험삼아 앞자리 몇 개를 빼고 통화버튼을 눌러본다. 내 심카드 데이터 충전한건 확실히 맞는데 혹시 무료 통화같은거 기본으로 들어있는지는 안 물어봤는데. 따로 전화는 충전안했는데. 그렇게 기대도 안했는데 전화가 된다. 오너인듯한 사람이 받았다. 자기는 오너고 누군가를 보내준다고 했다. 그리고는 문 앞으로 가란다. 보니까 비밀번호로 문을 열 수있는 키패드가가 있다. 숫자 네자리를 불러줬는데 다섯번째에서 막혔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이었지만 당시에는 넘나 혼란스러워서ㅋㅋㅋ 원래 오스나씨 전화영어에 쪼는 경향이 있어서 들릴것도 안들리고 그런다. 여튼 오너도 나도 포기하고 결국 누군가 보내주겠다고 좀 기다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딸기에게 미친듯이 카톡으로 신세한탄을 하게 된다. 여기 3박 해놨는데, 여기를 베이스캠프로 해서 지방도시 카이로우완과 엘젬을 가기로 했던터라 3박이나 잡아놓은건데 진심 다른데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이 순간. 위치가 이렇게 안 좋을줄 몰랐다. 나가면 길 잃어버릴것 같아서 무서워서 못 나가겠다. 그럼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호텔에 쳐박혀있어야되는건 아닐까? 주변 환경이 너무 안좋다. 안에 호텔이 정말 있긴 한 것일까? 하.. 넘나 후회스럽다 어쩌고 저쩌고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안에서 문이 덜컥 열린다. 어? 아까본 인부아저씨네. 옆집에서 넘어와서 문을 열어준것인가. 말이 안 통하니 알수가 없네. 느낌상 거실에서 기다리라고 하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체크인시간이 2시다. 내가 12시이니 조금 빨리 오긴했지. 근데 생각해보니 내가 이 호텔의 유일한 투숙객? 헐.. 뭐가 대체 어떤 호텔이길래ㅠㅠ 걱정이 너무 앞섰다.




헌데 막상 호텔안으로 들어서니 아놔... 너무 러블리 한거 아님? 딱 내 스타일이다. 현대적인 호텔이 아니라 뭔가 전통적 튀니지 스타일의 가옥이다. 먼지투성이 쓰레기투성이 골목 안쪽에 이런 세상이 있을줄이야! 갑자기 딸기에게 투덜거렸던것이 넘나 미안해지고... 3박동안 잘 지내봐야지 하는 굳은 다짐을 하게된다.


20190907_130201_HDR-1468x1101.jpg 식당겸 휴게공간. 전통적인 튀니지 스탈. 천장이 없는 형태.



30여분쯤 지나서 드디어 주인장 아재가 왔다. 사실 관리소장인지 주인인지는 모르겠지만 할튼 그날 이후 계속 호텔을 비우지 않았던, 손수 아침까지 챙겨주시던 아재. 그리고 방을 보여주신다. 와.. 방도 맘에든다.


20190907_134637-1101x1468.jpg 사진보니 그립네.. 3일간 내방 ㅠ_ ㅠ


튀니지 튀니지 한게 좋다. 깨알같은 사진들과 바닥에 깔린 러그들까지.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밖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그리고 추가로 내가 튀니지에서 머무르는 동안 가장 빠르고 많은양의 와이파이를 쓸 수 있었던 숙소. 페이스톡까지 끊김없이 무리없이 돌아갔으니 말 다했지. (혹시 투숙객이 나 혼자 뿐이라 그랬던 것일수도.....??) 그리고 이 숙소를 마지막으로 한국 복귀전까지 드라이어를 쓰지 못했다. 뭐 없어도 잘 살지만 그만큼 되게 세심하게 이것저것 잘 챙겨놓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거다.



아저씨가 옥상도 구경시켜준다. 하늘도 예쁘고 전경도 좋고. 왠지 옥상에 많이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이 뽝!

20190907_134310-1468x1101.jpg 저 멀리 보이는 것은 바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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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위한 쇼파(?)들과 지금은 더러운물만 가득찬(빗물일듯) 수영장이라고 하기엔 많이 작은 탕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놨다. 정말 또 한번 그 추리한 문안에 이런 시설이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저 멀리 높은 곳에 있는 저 건축물은 뭐지? 저게 리바트인가? 잘 모르겠다. 지도상으로 보면 박물관? 모스크? 뭐 언젠가 가겠지. 가보면 알겠지.


다시 내려와서 주방을 보여주시는 아저씨. 여기 맘껏 써도 된다고 얘기하는 것 같은데 내가 요리를 할것 같지는 않고, 냉장고가 보이길래 이거 나 물 보관하는데 써도 되냐고 물으니 영어가 서툰 아저씨는 내가 물이 필요한걸로 착각. 갑자기 아래층에 가서 물을 가져다주신다. 2리터짜리. 돈을 드려야하나 싶었는데 받을 생각을 안하신다. 사실 문 밖에서 더운데 기다리게 해서 굉장히 미안했던 모양인지 조금 눈치를 살피는 것 같기도 하다. 물은 그대로 일단 나중을 위해 냉동실에 넣어두기로 한다. 물을 얼리면 좋은 점: 얼린 그대로 방에 가지고 드러가면 방과 주방을 들락달락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나중에 수스를 또 가게되면 꼭 다시 여기 묵고싶다. 내 배낭여행경력 십여년 중에 이런 느낌이 드는 곳은 그때의 그 우즈벡 히바에서의 호텔이후 처음이다.


여튼 이 숙소 잘 선택한것 같다. 길찾기는 힘들지만 ㅠㅠ 어쩔수 없지.. 적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