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7 메디나, 수스 리바트
짐을 풀고 나서 이미 숙소로 오는길에 헤맸던 터라 조금은 넉다운이어서 그대로 주저앉아버리려다가 힘을 냈다. 정작 수스 자체를 볼수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카이로완과 엘젬을 하루씩 가는데 쓸 것이고 복귀하고나면 오후시간이 남기야 할테지만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다. 좀 부지런해져야 한다. 용기를 내서 나가자! 오스나씨!
수스(Sousse)는 여타 튀니지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페니키아인들이 거주하다가 로마가 점령했다가 반달족이 점령했다가 비잔틴제국이 점령했다가 최후에는 이슬람세력들이 정복했던, 숱한 전쟁이 일어났었던 지역이다. 현재의 도시는 폐허위에 이슬람 아글라브 왕조시기 이후부터 건설된 것이 주를 이룬다.
다른 장소들과 유사하게 메디나가 있는 구시가지 주변으로 유적들이 주로 분포한다. 그리고 북쪽에 신시가지 격인 해변가의 고급호텔구역이 따로 있다. 사실 이 해변구역은 본인은 구경을 하지 않았어서 앞으로도 뭐라 말을 할 기회가 없어서 몇마디 더 하자면 기본으로 수영장을 끼고 있는 높은 성급의 호텔이 있는 구역이다. 사실 수스에는 매력적인 가격에 휴양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헌데 혼자서도 이것저것 잘하는 오스나씨임에도 불구 꺼리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게 바로 물놀이임. 온천은 괜찮다. 하지만 바다에 들어가는 건 좀..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덩그러니 혼자 뭐하고 논다냐.. 사실 나 역시 매력적인 가격에 혹하여 고급 호텔에서 휴양을 즐기며 튀니지를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가 싶은 마음에 수스일정을 마지막으로 뺄까도 했었다. 하지만 인근의 모나스티르 공항에서 몰타까지 가는 직항편은 없었어서.. 몰타로 건너가려면 다시 수도인 투니스로 가서 갈아타야 했기에. 뭔가 비효율적이라 패스하기로 했었다. 그리고 과거 수스 휴양지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폭탄테러가 있었다는 점도 뭔가 가기를 꺼리게 만들었던 사유중의 하나.
일단 호텔이 있는 좁은 골목을 벗어나 수크, 즉 시장통으로 들어간다. 이 시장통을 관통하면 리바트가 있다는 것을 아까 지도에서 확인했다.
이미 이런 시장통 모로코에서 겪은 경험이 있는지라 전열을 가다듬고 내공이 조금은 쌓였다는 강한 자신감을 되새기며 전투에 임했...지만 멘탈이 또 부서진다. "챠이나?! 챠이나?!" "냐오?(니하오)" "냐오?" 거리는것은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안된다. 드디어 튀니지 생활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칭챙총 소리도 들었다. 아아아 싫다. "나는 중국인이 아니야! 라고 소리치면 안된다. 그럼 아마도 "곤니찌와?!"라고 할테니까. 다시 "나는 일본인이 아니야!" 라고 소리치면 안된다. 그럼 또 다른 말로 나를 붙잡으려 할 것이다. 좀 재수없어보여도 무시하고 지나가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을 이미 숱한 경험에서 깨달은 터였다.
여튼 일단 목적지가 있으니 굴하지 말고 직진. 근데 이게 직진이 맞는 것이냐? 왜키 구불구불... 직선이 아닌 사선인데 나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는거겠지? 긴가민가하면서 혹시 이대로 가면 막다른길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계속 안고 그래도 마음속에서 정한 북쪽을 향해 돌진한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사람들이 많아진다. 이제 앞으로 전진하기도 힘이 든다.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좁은 길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지도를 보거나 혹은 사진을 찍는 것은 양방향 통행객들에게 진로방해가 된다. 여튼 덕분에 사진이 없다ㅋㅋㅋㅋ 플러스로 괜히 파는 물건들 사진찍었다가 '어서 들어와. 이거 싸게줄게. 너한테만 스페샬 프라이스! 이거 찍었으니까 사야지.' 등등의 고정적인 멘트를 들으며 그들의 영업장으로 들어가는 상황은 왠만하면 피하고 싶다. 거절에 약한 오스나씨라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리고 어차피 내 목적은 수크구경이 아닌 유적탐험이므로. 일단은 목표에 집중하도록 하자.
뚜쉬 드디어 시장통을 빠져나왔다. 아... 건물이 보인다. 근데... 어째 아까 옥상에서 보던 그 건축물이 아닌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너무 빨리 도착해버린것 같기도 하다.. 분명 그렇게 멀어보였는데? 저기는 또 어떻게 가나...하면서 상당히 두려웠던 기억도 나는데...
글고보니 모 블로그에서는 어딘지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뭔가를 보러갈때 좀 빡센 언덕길을 올랐다고 하던데.. 맞아.. 저 건축물은 높은 것에 있는게 확실해.. 흠... 근데 나는 오는 내내 언덕을 오르지 않았습니다만... 그냥 시장통을 관통했을 뿐입니다만... 어찌된일인지 모르겠지만 여튼 도착했으니 다가가보자.
뭐야ㅋㅋㅋ 여기 리바트 맞네. 그럼 옥상에서 봤던 그 건물은 뭐지? 모스크인가? 뭐인가? 하다가 결국 딸기와 토론한 끝에 박물관을 품은 성채임을 깨닫는데는는 조금 더 걸렸다. 뭐 나중에 가겠지?(라고 하고 장담은 못한다고 한다) 일단은 리바트에 집중하자.
https://goo.gl/maps/LxyAgwgBLDaVCLpP6
사실 이미 모나스티르에서 한번 경험이 있었던지라 익숙한 리바트. 구조는 비슷하다. 과거 잦은 침략과 멸망과 정복 등등으로 인해 파괴되어버린 과거 유적들의 부재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것이 이 리바트이다. 여기는 이슬람의 방어시설겸 종교시설로써 비잔틴 함대를 막기위해 지어졌다. 821년 에미르 지야다트 알라 I세(Emir Ziyadat Allah I)가 감시탑과 미나렛(minaret)의 이중 역할을 하는 탑이 있는 정방형 요새를 완성한다.
일단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으니 하이라이트인 요탑에 올라가는 것이 먼저. 모나스티르에서 올라갔던 높이랑 크게 다르지는 않다. 공포를 자아냈던 튀니지 국기는 안 걸려있고나.
근데 여기서 대참사가 하나 나버린다. 탑 꼭대기 중간에 걸터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거기 올라가서 앉아보겠다고 낑낑대다가 핸드폰을 깔고 앉아버렸다. 사진을 막 찍던 도중이었던지라 케이스가 닫혀있을리는 만무. 폰 액정은 그대로 아스팔트인지 시멘트인지와 깊은 터치를 했다. 그 위에는 0.05톤이 넘는 나의 육중한 무게가 있어 터치는 더 강렬해졌고 급기야 '빠쟈쟉'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서 그만두었어야 했는데 결국 제대로 자리를 잡고나서 핸드폰 상태를 살펴보니 액정에 금이 가있다. 내 LG V20.. 무슨 군대에도 납품된다고 하는 강한 액정을 자랑하는 폰인데... 글구 완전 재수없게도 하필이면 필름이 딱 붙지 않은 아랫부분에 자극을 받았던지라 일말의 보호구도 없이 순수한 그대로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안타까운 운명이여...
여튼 뭐 비록 액정은 맛탱이가 갔지만 관광은 계속해야겠지? 하아.. 금 간게 위로 번지지 않을까 조금 걱정은 되지만 어쩔수 없다. 지금 여기서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최대한 조심히 써야할 것 같다.
모나스티르에서 그랬던 것처럼 위아래로 여기저기 누비고 다녔다. 몇몇 계단은 너무 가파르고 난간이 없어서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했다. 내가 여기서 구르는 상상을 하니 너무 무섭다. 지난겨울 포켓몬고 하다가 집앞 지하철역앞에서 무참히 앞으로 고꾸라진후 생긴 왼쪽 새끼손가락의 통증은 아직도 여전하다. 또 그런 불상사가 생기면 안된다. 나는 이제 늙었다. 몸 사리자. 그렇게 뽈뽈 돌아다니다가 슬슬 지겨워져서 리바트 구경은 이만 종료. 이제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다.
리바트 밖은 모스크이다. 어차피 주요시설은 무슬림이 아닌 나의 경우 들어가는 힘들것이어서 구태여 들어갈 생각은 않고 근처를 지나친다. 때마침 기도시간이었는지 종소리가 들리고 요란하다.
리바트가 있는 곳은 메디나의 북쪽 경계쯤인 것 같다. 거주환경, 생활환경은 메디나 안쪽에 비해 안 좋아보인다. 아무래도 메디나 안쪽에서 장사를 하려면 뭔가 임대료가 더 들거나 하겠지. 왠지 메디나 안쪽이 관광객들을 위한 상점들이 즐비했다면 바깥쪽으로 펼쳐진 시장들은 현지인들을 위한 곳이었던 것 같다. 식료품과 생필품들을 많이 팔고 있었지만 감히 하나 집어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수크 내부보다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더 따갑다. 별 수없이 차악인 수크 안으로 다시 들어가려는데 입구가 어딘지 모르겠다. 그렇게 뱅뱅뱅 돌다가 어찌어찌 수크 안으로 들어서긴 했다. 남쪽을 향해가면 호텔과 가까워 지겠지. 조금 걱정되는 것은 저녁식사를 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 글구보니 점심은 먹었나? 아까 모나스티르에서 출발하기 직전에 아점먹은게 다인것 같은데. 다시 그 수크를 관통할 것이니 뭔가 있겠지.
수크로 접어드니 또 밀려드는 짜증. 니하오 챠이나는 여전하고 뚫어져라 보는 느낌이 너무 격하게 싫게 느껴진다. 날도 조금 어두워져서 선글라스까지 벗었더니 나의 정체가 여실히 드러나는 상황. 시선을 피하기 힘들어진다. 더 심하게 쳐다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와중에 무언가 먹을만한 것을 찾아보지만 만만한건 없다. 허름한 식당인지 카페들이 간간히 보이긴 했지만 상태가 그닥 좋지가 않아서 들어갈 용기는 나지 않는다. 그나마 아까 가는길에 봤었던 튀니지 전통과자가게(?)가 보여서 들어갔다. 아까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어서 뭔가 인기있는 곳 같았는데 다시 와보니 사람들이 별로 없다.
뭔가 저울에 재서 그램으로 파는 것은 확실하고, 이걸 어찌해야 하나 보니 쌓여있는 박스들이 보인다. 점원에게 "이거 어떻게 사야함?" 하면서 텔레파시를 보내니까 박스 하나와 집게를 손에 든다. 나는 쌓여있는 과자들로 다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원!" "원!" "원!"을 외친다. 골고루 하나씩 담아달라는 소리. 그렇게 무사히 식량조달 완료. 사실 이 달달구리 한 것만으로는 밥으로서의 역할을 많이 못하지 싶어 그렇게 계속 둘러보았으나 뭐가 없다. 이제 그만 돌아가기로 하자.
헌데 이후 돌아가는 길은 더 멘붕이다. 시장통에서 꺾어들어가야 호텔이 나올 것 같은데 일단 왼쪽인지 오른쪽인지도 헷갈리고 구글맵에는 분명 길이 있다고 나와있는데 막다른 길인것 같고. 그렇게 헤매다 보니 방향감각이 또 죄다 헝클어졌다. 피곤이 밀려온 얼굴이 찡그려진다. 그 부근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 했는지 모른다. 메디나의 반대쪽 끝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기를 몇번. 내가 왔다갔다함을 눈치 챈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래도 수스 사람들은 참 아직은 순진하다고 해야하나.. 모로코 페스나 마라케시였다면 왠지 금새 누군가가 붙어가지고 호텔까지 데려다주고 수고비를 받아 챙겼을 것 같은 느낌.
뭐 여튼 그러다가 발견한 상점 같은 곳에서 작은 물과 사과쥬스도 하나 샀다. 봉다리를 달랑달랑 들고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호텔을 찾아 나선다. 지도한번 보고 GPS로 위치 확인하고 "가다가 오른쪽 가다가 오른쪽 가다가 왼쪽 가다가 왼쪽" 이런식으로 입으로 중얼거리며 길 찾기를 계속했다. 그러다 아까부터 계속 길이 아닌 것 같아서 몇 번이나 지나쳤던 골목 부근에 다시 멈춰선다. 큰 차가 길을 가로막고 있기도 했고 앞에서 얼핏 보니 길의 끝이 뚫려있는 것이 아니어서 계속 지나쳤었는데.
아휴 그래 뭐가 있던지 한번 가보자. 가보니.... 왼쪽으로 뚫린 길이 있다. 하.. 여기가 맞았구나.. 아주 조금은 익숙한 길이 나온다.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는 대형 빈.. 그래 저거 나올 때 봤다. 고양이가 저기서 자고 있었는데.. 아.. 저기 모래더미.. 그래.. 호텔 옆건물 공사하는데 사용할 듯한 저 모래더미도 봤던 거다.. 여기가 맞구나! ㅠ. ㅠ
호텔 앞이다. 아까 아재가 알려준 2633 그리고 # 을 누르고 안으로 들어온다. 2층에 있는 내 방으로 올라간다. 문을 연다. 크로스백을 던지고 들고있던 과자와 사과쥬스 등등을 쇼파에 내려놓고 침대위에 그대로 쓰러진다. 잠시간 그렇게 진정을 하고 작정한 듯 사과쥬스를 들고 결연하게 옥상으로 올라간다.
쇼파의자에 앉아 사과쥬스를 마시려고 했...는데 빨대가 없다. 아놔. 다시 2층에 있는 주방으로 내려가 가위로 종이를 좀 잘라서 다시 올라온다. 그렇게 시원하지도 맛있지도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반샷+반샷을 때렸다. 열 받았을때 술먹는 사람들의 기분이 이런걸까?
그렇게 딸기와 와이파이를 이용해 페이스톡도 하고 상쾌하게 싯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방은 넘나 쾌적하고 좋다. 에어컨도 충분하다. 아까 사온 그 튀니지 과자는 겉에 꿀인지 설탕물인지가 발라져서 너무 달아서 많이는 못 먹겠다. 안에는 요망한 향이 나는 무언가가 들어가있었는데 검색결과 대추야자임을 알게되었다. 내 입에는 좀 안 맞는것 같다. 배가 조금 고플것도 같지만 내일 조식이 있으니 그때까지만 참고 자기로 하자.
내일은 카이로우완에 가봐야지. 처음으로 루아지를 타보겠군. 터미널까지는 걸어가야하나? 호갱이 되어 택시를 타야할까? 아 모르겠다. 내일 생각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