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카이로우완1: 갖가지 문화가 융합된 대모스크

20190908 카이로우완 대모스크

by 오스나씨

갖가지 문화가 융합된 카이로우완 대모스크

러블리한 다르바지즈 호텔. 조식도 준다고 하니 어차피 눈도 빨리 떠졌고 하여 1층으로 내려가본다. 아재와 굿모닝 인사를 하고 안내한 자리로 가서 앉으니 한상 차려주신다.


이게 끝입니까?


피 또는 티, 빵 그리고 빵, 잼 4가지, 달걀 하나 끝. 흙흙. 그래도 나름 정성들여 차려주신 것이니 남김없이 다 먹기로....라기보다 개뿔 양이 적으니 그냥 다 먹을 수 밖에 없지. 소세지라도 하나 주지ㅠ 고기쟁이인 오스나씨는 다 먹긴 했지만 뭔가 배에 허함을 느낍니다.


밍기적 대지 말고 후딱 출발하기로 하자. 오늘은 카이로완에 가야한다. 카이로완은 수스에서 루아지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다. 우야된동 돌아오는 막차는 분명히 존재할 터이니 괜히 늦게가서 그거 놓치고 삽질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준비하고 호텔을 나섰다. 호텔 골목을 빠져나와서 오른쪽으로 꺾는다. 물론 지도는 확인하고 나왔다. 메디나를 벗어나 큰 길쪽으로 나왔다. 카이로우안에 가기 위해서는 루아지 터미널로 가야한다. 아주 조금 무리해서 걸어가던지 아님 그냥 택시를 타버리던지 하는 마음이 반반. 일단 터미널 방향쪽인 남쪽으로 걸어가본다. 사실 튀니지에 와서 아직 택시 경험은 없다. 원래 기본적으로 택시들은 미터를 켜고 다니지만 외국인들을 상대로 미터없다고 하며 사기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사실 사기당하는 금액도 여기 한국 물가로 환산하면 그렇게 큰 돈은 아니긴 하다. 그래도 기분은 그게 아니지. 희안하게 한국에 있을 때 외쿡에서 택시타는 일을 상상하면 그 무엇보다 기사와 단둘이 있는 어색한 상황을 가장 걱정하곤 했는데 막상 현지에 오면 그런것은 싹 사라져버리는 것이 신기해. 현지화가 되어버리는 건지. 그저 그런 걱정보다는 호구가 되어 바가지 쓰는 그런 상황이 격하게 싫다는 느낌뿐.


그래서 일단은 계속 걷는다. 얼마간 걷고나서 구글지도를 꺼내 GPS를 켜본다. 역시나.. 이상한 길로 가고 있다. 아니 분명 지도를 보며 루트를 예습하고 온 거 아님? 예습에 의미가 있음?없음? 아호 아까 저기서 좌회전 했었어야 하는데 너무 와버렸네. 다시 되돌아가야한다. 하.. 귀찮다. 결국 택시를 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카이로우안에 도착해서 안 걸어다닐 것도 아니고 분명 반나절 이상은 걸어다닐텐데 벌써 이렇게 힘뺄 필요는 없다는 생각.


이후에도 몇 번 택시를 타지만 그날만큼 쉽게 잡은 것은 처음이었던것 같다. 그 경험 덕분에 이후의 튀니지 생활에서도 쉽게 택시를 생각할 수 있었지. 사실 튀니지에서는 현지인들도 택시를 많이 탄다. 정말 없어서 못 타는 수준. 운이 완전 좋지 않은 한은 원하는 때에 바로 택시잡는 것은 많이 힘들었던게 현실.


그렇게 택시로 손쉽게 루아지 터미널에 도착. 미터를 잘 켜고 와서 1디나르 정도에 끝. 500원도 안되는 돈이다. 그리고 특시 수스에서는 느낌상 루아지를 탈 정도의 외국인들이라면 그 나라 시스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고 느낀 모양인지 이후 사기치려는 낌새는 거의 보이지 않았던. 뭐 긴 불어나 아랍어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루아지"하면 잘 데려다 준다. 사실 걷다보니 유사한 터미널이 더 있는 것 같긴 했는데.. 노란 봉고들이 모여있는 곳도 봤었고. 회사가 다른것인가 그건 잘 모르겠다. 여하튼 내가 도착한 곳은 이곳. 다른이들도 다 이용했던 곳이라 블로그 사진에서 이미 많이 봤다.


https://goo.gl/maps/LToVb9Txs5ajXWRb9


루아지터미널 외부. 일단 소심한 마음에 내부에서는 못 찍었어. 나중에 찍자.


혹자들은 수스의 루아지 터미널 만큼 체계적인 곳이 없다고 했는데 실제로 꽤 그런것 같아 보이기는 한다. 일단 규모가 무진장 크고 티켓 부스도 내가 파악한 것으로는 3군데가 되는 듯 하다. 배워왔던 대로 입구에서 두리번 대고 있으니 아재들이 접근해서 어딜 가느냐고 묻고 "카이로우안!" 하니까 가장 구석에 있는 티켓부스로 데려가서 표를 사게 한다. 티켓파는 아재한테 "카이로우안! 원 티켓!" 하니까 그렇게 발을을 하면 안된다며 "카이롸롸롸롸롸(혀를 엄청나게 굴리며)우안"하며 발음 교정을 시도하신다. 몇 번 따라하니까 옳치옳치하는 느낌. 네네 앞으로는 카이롸우완이라고 발음하겠어요.


메인도로를 기준으로 첫번째 부스는 튀니스와 나빌 등 북쪽으로 가는 구간, 그리고 두번째 부스는 엘젬 등 남쪽으로 가는 구간, 그리고 세번째 부스는 카이로완 등 서쪽으로 가는 구간으로 구분되어 운영중인 듯 하다(어디까지나 내 추측). 세번째 부스의 경우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바로 표를 샀고 다시 아재에게 이끌려 실제 내가 타야하는 루아지쪽으로 갔다.


루아지(louage, 프랑스어로 임대)는 튀니지만의 교통시스템이다. 왠만한 인근도시의 이동은 이 루아지가 책임지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나는 이 시스템이 굉장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좌석지정이 특별히 없고 그냥 봉고에 승객이 다 차면 출발하는 시스템이라 철저하게 최대 효율을 발휘하며 운영이 가능하다. 물론 승객이 차기 전에는 출발하지 않으므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하세월일수도 있지만 급한사람은 택시를 타야하는 거겠지. 그리고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운영되므로 아예 봉고가 차지 않을 것 같으면 그 노선을 운영을 안하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수스에서 루아지를 통해 방문하는 카이로우완과 엘젬, 두 구간을 왕복하는 루아지가 성수기에는 간혹 운영되기도 한다는데 내가 갔던 비수기(9월인데 겨우..)에도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 이런식임.


아 물론 튀니지에 고속버스도 있긴 하다. 수도인 튀니스 등 큰 도시로 갈때 타는 경우가 많지만 출발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압박감을 저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 지라... 일단 현재로써는 그냥 루아지를 탈 것 같습니다. 버스 정류장 찾기 귀찮.. 어딘지 모르.. 사실 한국에서 검색했다가 실패해서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 않음. 아 그리고 말 나온김에 다 쓰면 기차도 있긴 함. 헌데 지연이 잦고 자리도 지정석이 아닌 그냥 대충 남으면 앉자 식이라는 얘기를 봐서 구태여 타고 싶지는 않았음. 원래 버스보다 기차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출도착 시간이 정확하다는 것일진대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이제 잡소리 그만하고 좀 가자.


봉고에 올라타서 한장. 수스-카이로우안 4.9디나르.


다행스럽게도 육중한 아재들이 아닌 얄쌍한 여인네들 둘과 같은 줄에 탔던 까닭에 자리는 넓었다. 자리에 앉아있으니 땀이 비오듯 흐르기 시작한다.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던 터라 애초에 탈 때부터 창가자리를 사수했던 오스나씨. 내가 타니 빈자리는 1~2개 정도 남는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탈 때까지 십여분간 정차. 드디어 출발. 시내를 벗어나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하니 바람이 꽤 들어와서 시원하다. 에어컨을 틀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있었던. 이미 흐른 땀으로 인해 찐덕거리기는 하지만 충분히 시원하다. 혹시나 하여.. 루아지에 탑승하실 예민한 공주님들께서는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풀 메이크업은 어차피 루아지를 타고 가는 동안 땀과 모래먼지에 뒤덮일 것이라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냄새도 날 수 있습니다. 좌석도 그리 편안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가다가 멈춰도 뭐라고 말 못할 정도로 낡은 차를 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카이로우완은 이슬람의 세계 4대성지 중 하나라고 한다(나머지는 메카, 메디나, 예루살렘). 사실 이 4대성지의 위치에 대해서는 딱 떨어지는 공식이 없어 의견이 좀 분분하긴 하다. 일단 카이로우안에 이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이 에티오피아에 있는 하라르..라고 한다. 다만 검색어 순위로는 카이로우안이 훨씬 상위에 있는 것 같긴하니.. 그냥 카이로우안이 4대 성지 중 하나라고 치기로 하자. 뭐 그리고 내가 손수 경험한 곳이니 몰표를 드리겠다. 추가적으로 '메카에 가지 못해도 카이로우안을 7번 순례하면 구원 받을 수 있다'라는 속담도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카이로완도 충분히 의미있는 지점임에는 분명함.


수스 루아지터미널에서 카이로우안 까지는 약 56km. 중간에 고속도로 비스무리한 것을 타긴 하지만 시내를 거쳐야 하므로 약 1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카이로우안 루아지 터미널 종점까지 갈 필요는 없다. 가는 길에 모스크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대충 짐작이 갔다. 지도를 보고있으니 모스크 근처인것 같아 기사아재에게 '모스크?!" 하며 내리겠다는 의사표현을 했다. '오! 그래 모스크!' 하며 의사소통이 성공했다는 듯 유쾌하게 응답하며 선뜻 차를 세워준다.


https://goo.gl/maps/fUpyXgmCh6YCdgLg7



루아지에서 내린 곳 건너편에 카이로우안 대모스크가 있다(작은 모스크도 있으니 유의). 나를 따라내린 사람은 없었다. 확실히 비수기가 맞나보다. 같은 차를 타고 온 사람들은 어디 가는 길들이었을까 궁금하다. 주변에 도착하니 역시나 사람들은 별로 없다. 간간히 관광버스가 조금 보였을 뿐.



꽤 넓은 광장을 가로질러 모스크 구역으로 간다.



반가워 세계문화유산 표시



상당히 여러군데에 무언가가 많은 것 같다. 다 갈수 있을까?



모스크 입장 전 앞길. 밖에서 보면 여기가 모스크인지 성인지 모를 각




표를 끊고 내부로 들어간다. 역시나 모스크라 그냥은 못 들어가는 분위기. 긴바지를 입고 갔었기에 옷은 특별히 필요 없고 꼬릿한 스카프 하나만 받아서 뒤집어 쓴다. 대충 머리에 슥슥 두르고 아재한테 내 머리통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한국말로 "이렇게?"하니까 끄덕끄덕 한다. 오키. 입장할게.






입장할게 & 통합입장권



그레이트 모스크는 마호메트가 죽은 지 38년 후에 건축된 꽤 오래된 건물이다. 또 특별난 점은 이 일대 북아프리카, 즉 마그레브 지역에 세워진 최초의 예배당이었다는 점. 672년에 소규모로 지어졌다가 800년대에 Brand-new 그레이트 모스크를 새로 지으라는 에미르 지야다트 알라 1세의 명령에 따라 기존의 것은 철거하고 다시 지어졌다.


특히 이 모스크에서 유명한걸로 치면 1등을 먹을 수 밖에 없는 기도실의 기둥들. 비잔틴 고대유적과 기독교 수용이전의 로마유적에서 대부분 가져왔고 일부는 이탈리아나 이집트에서도 수입했다. 그 과정에서 카르타고 유적(지에 있었던 로마유적이 아닌 돌덩이)들도 실려왔다. 총 414개라니 한번 세어보고는 싶지만 무슬림이 아닌 나는 그저 밖에서 바라볼 뿐이다. 그나마도 단체관광객들이 한참을 독점하고 그들이 대동한 가이드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통에 엄청 기다린 후에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비켜 비키라구!!! 쫌!!



분명 영어 가이드인것 같은데 당최 나는 알아먹을 수 없는 영어이다. 그들이 자리를 뜰 때까지 주변을 계속 어슬렁 거린다. 주요 관람포인트는 입구 근처에 있는 미나렛. 메인기도실 내부. 기도실 앞 그리고 양 옆으로 퍼져있는 회랑의 기둥들. 가운데 광장부근의 과거 배수구와 해시계 등등이 되시겠다.



기도실 앞


기도실 앞에도 기둥들이 엄청 많다. 뭔가 부자연스러우면서 자연스러운 그것들. 효율적인 모스크의 건설을 위해 그들은 새로 만드는 것 대신 정복지에서 공수해오는 방법을 선택했다. 저 기둥들 정말 튼튼하긴 한가보다. 천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렇게 보존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래서 정말 로마로마 이집트이집트 하는가보다 싶기도 하고. 바닥도 뭔가 비싸보이는 재질이다.



드디어 기도실 내부. 오른쪽에 있다는 민바르는 보이지 않아...


뭔가 기둥들 덕분인지 그리스나 로마 어드메에 있었던 신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딘가에서 봤던 성당같은 느낌도 들고. 근데 사실 뭐 기독교나 이슬람이나 그 뿌리는 같으니 뭐. 같은 땅에 오늘은 이 세력이 내일은 또 다른 세력이 지배했던터라 문화가 뭐 섞이고 섞여서 다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니었겠냐능. 그런 것을 구태여 무슨문명 무슨문명 나누고 있는 문제출제를 위한 교과서적인 작태는 예전부터 맘에 들지 않았던 오스나씨. 여튼 사진으로는 그냥 한장만 남겨서 전체가 다 보이지는 않는다. 414개의 기둥들 중 일부일뿐. 사실 이 메인 기도실은 남자들이 들어가는 구역이다. 기도실은 철저히 칸막이로 남녀구분이 되어있다.


터키편에서 퍼왔다ㅋㅋ 성소피아 성당 민바르

그리고 내부에 무슬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14세기) 민바르가 있는데 본인은 공부를 덜하고 가서 그냥 놓치고 돌아왔다. 어딘가 저기 내부에 있었을 텐데 자세히는 보지 못했더라도 분명 흔적이라도 봤을 법 하니 무의식을 끌어내는 최면요법이라도 받아야 할판. 아 민바르가 뭐냐면-예전에는 앞에서 보고도 뭐하는 물건인지 그 명칭조차도 몰라서 찾지 못했는데-이맘(기독교로 따지면 신부나 목사)이 올라가서 설교를 하는 제단 같은 것으로 계단으로 되어있다. 과거 마호메트가 설교를 할 때 3층으로 된 제단에 올라갔던 것이 시초이며, 가장 높은 층은 신만이 설 수 있는 곳이라 올라가면 불경스러운 짓이라고 한다(여튼 모냥새는 터키에서 찍어왔던 사진 참고). 계단 옆쪽으로 아름다운(-_-)문양들이 새겨져 있어서 예술적 가치가 높은터라 소중하게 여기는 듯 하고 특히 여기 카이로완 모스크의 민바르의 경우 세계최초의 고대 아라비아문자로 된 쿠란이 새겨져 있댄다. 어차피 나는 봐도 읽을 수는 없었을 테지만 지식의 부재로 그냥 무심코 지나쳐 온 것은 조금 아깝기는 하네.



기도실 내부2 헐ㅋㅋㅋ저기 민바르 보이네? ㅋㅋㅋㅋㅋㅋ



저 샹들리에는 과거에는 도자기에 오일을 넣어서 만들었다는데 현재는 복원된 상태이고 실제 과거에 썼던 등 하나는 어디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뜬금포 베네치아양식. 나중에 만들어진 걸까?


계속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데 분명 어딘가 기둥에 붙어있다던 해시계를 찾을 수가 없다. 해당 화면을 찾아 주변에 있는 마침 지나가던 아재에게 보여줬다. 사실 정체는 모른다. 그냥 관광객이었는지 거기서 일을 하던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기도하러 온 사람이었는지. 헌데 갑자기 광장 중앙을 가리킨다. 응? 나는 기둥에 붙어 있는 해시계를 말한 것이었는데? 내가 갸우뚱하니 아예 데리고 간다. 아까 지나쳤던 제단같은 곳이다. 아저씨는 올라가보라는 제스쳐를 취한다.



계단에 올라가보니



20190908_110123.jpg 진짜 해시계가 있네ㅋㅋㅋ 기도시간을 알렸다는 해시계



사실 이거 못보고 갈뻔했음ㅋㅋ 아저씨가 말을 안했으면 쌔삥한 계단에 구태여 오를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우야된동 어떻게 시계를 보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해시계를 보긴 봤다. 그리고 아저씨가 내려오는 나를 보며 대화를 시도한다. 혹시 영어를 할수 있냐며 묻는다. "어 리틀 빗" 하니까 비잔틴 기둥을 보여주겠다며 어딘가로 또 데리고 간다. 멀지는 않다. 기도실 근처다.



착한사람 눈에만 보이는 무언가


자세히 보니 십자가가 보인다. 여러 블로그에서는 보지 못했었기에 더 신기하다. 모스크에 십자가라니 참 ㅋㅋㅋㅋ 동서양의 조화.. 아니 남북의 조화를 보여주는 여실한 건축의 증거물이랄까나ㅋㅋㅋㅋ 그래도 깨알같이 뒤로 안보이게 잘 숨겨놨다. 나중에 알라한테 혼날까봐 그랬는지.


진심으로 화들짝 놀라는 리액션을 보여주니 아저씨도 '거참 먼나라에서 여기까지, 그것도 모스크에까지 온 아가씨가 참 기특하군.' 이라는 텔레파시를 받았다. 흠.. 근데 갑자기 아랍인 비하발언을 하신다. 아라빅들은 이런거 만들지도 못하니까 이렇게 어디서 가져왔다니깐?ㅋㅋㅋ 바보들이야ㅋㅋㅋ 하면서 웃는다. 흠.. 솔까 그냥 효율적인 방법을 택한거 아닌가. 아랍의 건축물들. 특히 타일들 참 아름다운것들이 많은데 말입니다. 여튼 지나가던 관광객이신가? 아님 베르베르인인가? 끝까지 정체는 모르겠다.



그리고 마당에는 이런 것들이 더 있다.


하수구가 아닌 배수구 이뿌게 만들어놨다.


물이 귀한 지역이다보니 비가 올 때마다 위의 하수구..가 아닌 배수구를 통해 물을 받고, 뭔가 통로를 따라서 우물(아래사진)로 이동시켜 이 저장된 물을 필요할 때마다 길어 먹을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물을 긷던 우물. 테두리 패인자국은 밧줄때문에 저래된거..ㄷㄷㄷ



이제 광장을 가로질러 미나렛쪽으로 다가간다. 여기에도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있다. 미나렛 꼭대기에는 감히 올라가질 못하니 깔끔하게 포기하시고요.


굳게닫힌 문으로 가까이 다가가보면




이런 로마시대의 석재가 나온다


혹자들은 모스크를 지었던 인부들이 문자를 몰라서 이렇게 돌 하나는 뒤집어서 쌓은거라고들 한다. 물론 맞는 말일수도 있지만.. 뭐 그냥 아무 생각없이 쌓았거나, 알긴 알았는데 위까지 돌뎅이 다 올렸는데 다시 해체하고 쌓기 귀찮아서, 혹은 구태여 알라와 관련없는 의미없는 문자이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이렇게 쌓았을 수도 있는 것. 역사가 다 그런거지 후대의 우리들은 그냥 추측만 할 뿐. 그나저나 뭐라고 써 있는 것인지 궁금하긴 하다. 구글 번역기에 뭐라고 돌려야 하는거지요?




이제 왠만큼 다 보았으니 모스크는 이만 나서기로 한다. 나가자마자 왼쪽으로 꺾어서 가려는데 한 청년이 붙잡는다. 내가 가진 통합권으로는 여러군데를 갈 수 있다고 하면서 길을 안내해주겠다는 느낌. 백퍼 이런애들한테는 수고료를 줘야하거나 어딘가 상점으로 끌려가 강매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일단 내비둔다. 청년은 말을 줄줄이 이어간다. 이 동네에는 3민족이 공존하고 있다고. 아라빅, 베르베르, 그리고 베두인. 본인은 베르베르인이라고 한다.


실제 이 동네는 베르베르인의 세력이 한때 강했던 지역이다. 특히 유명한 사람은 Dihya(디야?)라는 여왕. 5년간 베르베르를 통치하는데 그 과정에서 당시 일대에서 no.1 세력이었던 우마야드 왕조랑 싸워서도 이겼다고 한다. 이후 다시 쳐들어온 아랍세력에 내가 내일 방문하는 엘젬 원형경기장 혹은 부근의 우물가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함. 추가적인 정보로는 그녀가 유대인 혹은 유대교로 개종한 베르베르인... 흠 이건 그건 많이 중요한 것은 아닌듯 하고. 우야된동 뭐가 많이 안 남아있으니.. 혹은 남아있었어도 그닥 관심들이 없어서 이에 대한 연구들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와중에 그런 존재가 있었다는 것 자체를 내가 안다는 건 정말 유명한 사람이긴 했나봉가.


베르베르 청년을 따라서 골목으로 미친듯이 따라간다. 저쪽으로 보라면서 어떤 건물을 가리켰고 그것이 내 통합권의 이것이라고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근데 문을 닫았다 뭐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다. 다음 코스는 여기야 여기야 하면서 알려주긴 하는데 나 어차피 내가 갈 곳은 구글 지도에 표시를 해와서 말이지. 여기에 한정없이 머무를 수가 없어서 말이야. 그러면서 몇 마디 던져준다. 작년 이맘때 모로코에 갔었노라고. 당시 베르베르인들과 사하라 사막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고, 요르단에서는 베두인의 캠프에서 또 즐거운 한때를 보냈노라고. 사실 베르베르와 베두인의 차이는 잘 모르겠으나 (다음 문장부터는 읽지 않아도 좋습니다) 과거 히바왕국의 공주시절 무언가 관련이 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왠지 그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날 즐겁게 했던 악사들이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오스나씨.


역시나 카페트 가게로 끌고 간다. 멋진 모스크에 대한 멋진 전망을 구경할 수 있어. 함께 가볼래? 한다. 내려오는 길에는 이것저것 물건들을 구경시켜주겠지. 또. 하아.. 할튼 어떤 카페트 가게로 데려가 옥상쯤으로 안내한다. 모스크 사진을 찍을 지점을 말해주고 내 핸드폰을 받아들고는 독사진도 몇 장 찍어준다. 나도 같이 찍지 않을래? 하면서 그의 사진도 핸드폰에 저장했다.


대모스크 전경입니다


사실 이 각도의 모스크 사진은 많은 블로그에서 이미 봤다. 아마도 같은 장소에 계속 데려가는 것이 아닐 까 싶다. 옥상이 이 건물 여기밖에 없나?


카이로우안에 꽤 유명했던 저택인데 이제는 카펫가게로 쓰이는 곳이 있다고 하던데 바로 여기인가? 흠.. 정확치는 않아서 잘 모르겠다. 사실 베르베르 청년이 "여기 원래 오래된 집이었어. 저길 봐." 하며 손가락으로 아래쪽의 창문을 가리키길래 창살 사이로 들여다보니 샹들리에와 가구들이 보이긴 했었다. 흠... 정말 순식간에 옥상을 내려와야 했어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뿐게 있어서. 담으면 그림이 좀 될 것 같아서 한장 박고 내려온, 사막에서 주워온 돌덩이. 로즈(장미)스톤이라나 뭐라나.

챠란


옥상 관람(?)을 마치고 역시나 카펫가게로 들어옴. 사실 카이로우완은 수제 카펫트로 유명한 도시이긴 하다. 들어가자마자 튀니지 전통과자(안에 대추야자가 들어간 어제 수스 수크에서 사먹었던 바로 그것)를 하나 내밀길래 받아들었다. 사실 목이 엄청 마른데 말야. 그래도 주니까 하나 정도는 먹어줄게 ㅠㅠ


드디어 때가 왔다. 이것저것 죄다 펼쳐놓고 영업을 하시는 베르베르 청년. 많은 이들이 짐이 무거워져서 힘들다고 거절했던 경험이 있었던 모양인지 "이거봐! 이렇게 접으면 정말 작아져! 그리고 이렇게 가벼워!" 하면서 영업을 시작한다. 라이타를 꺼내서 카펫에 불을 붙여보기도 한다. 이건 낙타털이야 만져봐. 이건 만지면 색이 변해. "See!" "See!" "See!" "See!"를 반복하지만 오스나씨는 애초에 살 생각이 없었던지라. 얘기하면 분명 싸게 살 수도 있었을 것 같지만 내가 저걸 사서 뭐할건데? ㅠ. ㅠ


진심 미안하게 생각하고 얘기하니 그는 더 이상 붙잡지 않는다. 좋은 여행하라며 쿨하게 악수하고 보내준다. 베르베르 청년, 한국 배낭여행객들은 상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것이야. 기본적으로 튀니지에 개인여행으로 배낭메고 오는 아이들은 그닥 풍요로운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아니거든(나만 그런가?). 한국에서야 어떨지 몰라도 택시비 몇 백원에 바들바들 떨면서 그냥 지하철타고 버스타다가 결국 포기하고 택시 타고서는 사기당했다고 울분을 토하는 아이들이란다.


좋아.

이제 다음 목적지로 갈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