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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로도스님, 안녕히 계세요..

다시 만날 그날 까지 그럼 이만..흐흐흑...

by 오스나씨

잠시 구시가지 방황

텅빈 구시가지의 평범한 거리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다시 구시가지로 들어왔다. 어제 왠만한것들은 거의 다 봐놨기 때문에 구태여 관광을 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수중에 유로가 너무 많이 남아서 이걸 어찌할까 하던참에 로도스섬이 금세공으로 유명하다고 했으니 되면 장신구나 하나 구매해볼까 하였으나... 26일까지 연휴라더만 그와는 관계없이 그냥 섬자체가 비수기였기때문에 그랬나... 27일이 되어도 주요 상점들은 문들을 열지 않았었다. 그나마 레스토랑이나 소소한 가게들은 간혹 연 곳도 보이긴 했다. 불현듯 여름의 북적북적한 로도스섬을 상상해보았지만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내가 묵었던 4일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한가롭고 평화로운 도시였고 무언가 사람이 많아서 기다려야만 했던 경험은 그 치킨 기로스르를 위해 현지인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던 때가 다였던것 같다. 사실 그래서 더욱더 소중했던 4일이었다. 한국에서의 북적북적함과 시간에 채여서 여유롭지 못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금 한국은 연말. 한창 무언가를 향해 미친듯이 달려가느라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겠지? 내년의 나의 모습은 그런 그들사이에 아무렇지 않은 듯 껴있을테지... 그래서 더더욱 이 시간이 소중했다.



20171227_140852_HDR.jpg?type=w580 다시 바닷가로


잠시 바닷가에서 방황

20171227_141859.jpg?type=w580 다시 만난 과거 로도스 거상이 있던 자리. 하늘이 너무 예쁘다.


20171227_141921.jpg?type=w580 항구를 따라 걷는다.


20171227_143101.jpg?type=w580 이대로 숙소로 가기에는 아쉽다.


20171227_144526.jpg?type=w580 해변에 앉아 며칠전 조식에 나왔던, 애껴놨던 귤을 까먹는다. 씨 있어서 불편-_-;


글구 보니 아직 못한게 있다. 로도스에서 일본 애니 '로도스도 전기'의 메인테마인 '기적의 바다'를 듣는 것. 사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로도스랑 이 로도스는 다른 것이었지만. 뭐 당연한거 아니냐? 그렇게 믿은 너님이 좀 희안한 것 같습니다만. 여튼 들어야 하니 검색을 한다. 무려 동영상으로 봐야해서 큰 데이터 손실이 우려되었으나 계속 듣는다. 야미노요조라가~~ (P.S 오스나씨 일본어 모릅니다). 원래 해외 나오는 순간 왠만하면 한국과는 연락 차단하는 오스나씨입니다만 동생한테 여기 로도스라고 카톡도 보냈습니다.


그렇게 계속 뻘 짓 + 멍 때리기를 하고 있던 자리를 털고 메인배낭을 회수하기 위해 로도스 우리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리셉션에 놓여있던 배낭을 다시 들쳐메고 약속한 대로 대문열쇠는 데스크 위에 잘 올려 놓고 나왔다. 이제는 공항으로 이동해야겠다 생각했다. 사실 버스 출발시간은 이미 알았지만... 비수기, 휴일과 겹치면 이게 또 뭐가 어케 될지 모르는 불안한 마음에.. 조금, 아니 많이 여유있게 정류장으로 나가봤다. 며칠 전 봐두었던 곳이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티켓을 끊는 것도 영어지원이 되어서 그닥 어렵지 않았다. 근데 이렇게 표까지 끊고 나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가는 것은 뭔가 아쉽다. 사실 바로 버스가 와 있는 것도 보였는데 안 타고 몸을 휙 돌려 유턴을 했다.



밥은 먹고 갑시다.

결국 메인배낭을 메고 있어서 함께 줄을 설 로도스 시민들께 좀 미안하긴 했지만, 그 상태 그대로 정류장 근처의 내 인생 기로스집으로 다시 되돌아 갔다. 지난번과 똑같이 치킨 기로스를 시켰는데 왠지 점원이 나를 알아보는 듯하다. 진짜 신기하긴 했을 듯. "오늘은 배낭까지 멘거 보니 이제 돌아가는 길인것 같은데? 아이고 가기전에 한번 더 먹고 싶었쎄요? 어제 먹어봤더니 맛있었나? 이게 동양인의 입맛에도 맛나보군. 신기한 동양인일세.. " 따위의 생각을 하지 않았으려나. 이번에는 묻지도 않고 take away를 아주 당연히 해준다.


어딜 가서 먹어야 하나. 배낭을 메고 있어서 해변이 있는 멀리까지 다시 가기는 좀 귀찮다. 어차피 버스타러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그냥 부근을 돌다가 근처에 작은 공원을 찾았다. 벤치에 앉아서 배낭을 아무렇게나 던지고 포장을 열어서 늦은 점심식사를 한다. 근데 어디서 알고왔는지 고양이 한마리가 내 앞으로, 아주 잘 보이는 위치로 자리를 잡는다. 이 녀석 한 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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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뚫어져라 쳐다보는거 아님?


처음에는 이러다가 내 치킨 기로스 다 뺐길것 같아서 안 주다가 드디어 몇 번 주니까 완전 너무 낼름 훌 잘 받아먹는다. 모로코였던가 거기 고양이들은 빵 떼주니까 안먹고 고기줘야 먹었던게 생각이 나서, 얘도 기로스안에 들어있는 감자는 당연히 안 먹겠지 싶어서 안 줬는데, 실수로 떨어뜨린 것도 잘 먹는다. 그렇게 너 작은 조각 한 입, 나 큰 조각 세 입하면서 같이 먹었다. 조금 친해졌다 싶었는지 떼어주는 텀이 좀 길어지면 지 발로 내 발을 자꾸 걷어찼던 요망한 녀석. 두세번 그렇게 발길질을 당했다. 같이 먹어서 너무나 즐거운 식사시간.


20171227_153958_HDR.jpg?type=w580 다 먹고 나니까 멀찌감치 떨어지더니 아양을 부리신다. 얻어먹은 값을 하는건지ㅋㅋ


이제 내게 볼일은 없다 이거냐능!



이제 진짜 안녕 로도스

정류장으로 복귀했다. 사실 이렇게 급하게 버스를 탈 마음은 없었는데 정류장 부근에 가니 아재들이 배낭을 멘 나를 발견해서인지 "에어포트! 에어포트!" 이러면서 소리를 치신다. 아호 아직도 너무 빠른데. 내가 타기를 기사님께서 무려 기다려주시기까지 해서 안 탈 수가 없었다는 슬픈 이야기.


20171227_154702.jpg?type=w580 버스탔다. 근데 뚜쉬 역방향이다


역방향으로 탔더니 한바탕 햇빛과의 사투를 벌여야 한다. 아 되게 덥네 하면서 버스야 제발 좀 늦게 도착해라.. 를 빌고 있었는데 시내버스와도 같은 공항버스는 여기저기서 사람을 태우고 내리고 하더니 역시나 느어어어어무 빨리 공항에 도착해 버렸다. 조사결과 로도스공항 PP라운지는 성수기에만 운영한다고 했는데.. 일찍 도착할 필요는 없었는데 진심.



20171227_161526.jpg?type=w580 그냥 여기서 커피나 한잔 하십시다.



20171227_161517.jpg?type=w580 배낭님과 프레도카푸치노 위드 설탕이빠시


꽤나 밖이라 쌀쌀하긴 했지만 자리를 옮기기는 귀찮아서 그냥 그 자리에서 로도스 우리집의 느린 와이파이를 이용해 무려 장장 3일동안 다운받았던 모 드라마 시청을 했다. 아 근데 실망이다.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 점점 괴리감이 생기고 있다. 전문직 여성들의 사투를 그린 드라마인줄 알았더니 역시나 내용 전개와 결말이 다 드러난 전형적인, 결국 우연과 우연이 가미된 비현실적인 연애질이 중심이 되는 한국드라마를 향해 가고 계신다. 에이 실망이다. 다신 보지 말아야 겠다.

얼추 시간이 다 되어서 공항 안으로 들어왔다. 국내선이라 뭐 수속에 시간도 그닥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앉아있을꺼 그냥 안에 있자하는 생각이 들어서 대합실에 앉아서 이번에는 썰전을 보고있었다.


예상했던대로 로도스에서 린도스에 갔을 때 만났던 호주-한국인 부부를 다시 만났다. 사실 이후의 일정은 이미 들었던 관계로 우리가 같은 비행기를 탄 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우리 셋은 이제까지 했던 수다들중에 가장 많은 양의 수다를 떨면서 탑승할 비행기를 기다렸다. 나와 똑같이 그 다음 루트는 아테네를 거쳐 이스탄불이라고 하셨었다. 근데 나는 하루 더 머물고 출발, 그분들은 대충 몇 시간만 자고 바로 새벽에 떠난다고 하신다.


20171227_183251.jpg?type=w580 뱅기탄다. 좌석은 거의 뒤로 지정해놔서 일부러 뒤쪽 출입구로 탔음


20171227_192902.jpg?type=w580 나름 간식도 주는 에게안 항공


비행기는 이륙하고, 그렇게 드디어 로도스와 이별을 한다. 예상치 않았던 따뜻한 사람(앤드 고양이)의 정을 느낄 수 있었던, 늘 혼자있어 외로웠던 오스나씨의 여행과는 조금은 다른 소중한 추억으로 저장되는 순간. 무엇보다 고대 세계불가사의의 흔적이 있고,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는 세계문화유산을 포함한 많은 유적들, 넘나 예쁜 바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없어 조금은 전세낸 듯한 느낌으로 그리스의 섬에서 혼자 보내는 크리스마스라니!! 정말 성공적이다. 2017년도의 크리스마스는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은 느낌. 돌아와서 검색하고 뭐하고 하는 중에 만난 로도스의 시끌벅쩍한 관광지스러운 사진들은 어찌나 적응이 안 되던지. 저기는 내가 알던 로도스가 아냐!




아테네 착륙, 그리고 인사

나는 짐을 들고 탔으므로 비행기에서 내려서는 바로 밖으로 나갈 수도 있었으나 부부와 작별인사를 하지 못해서 잠시 기다렸다. 왠지 그분들은 짐이 굉장히 많을것 같았고.. 그걸 찾으실것 같았기에. 근데 똑같이 짐이 없으셨다. 아테네에 숙소를 잡아놓고 거기에 두고 오셨다고 한다.


아주머니께 연락처 교환에 대해 이야기하니 그런 것은 하지 말자고 하신다. 어차피 받아봤자 다시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며 그런거 의미없지 않냐면서 한국말로 말씀하신다. 나는 근데 왠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의지가 많이 되었기에.. 그 분들의 현재 주거지는 호주이지만 혹시 한국에 놀러오시거나 했을 때 다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럼 되게 반가울 것 같았어서 당시에는 좀 많이 섭섭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통성명은 한다. 사실 기억이 안나지만. 아마 그분도 마찬가지겠지. 방금 들은 이름을 되새기듯, "오스나씨, 이렇게 혼자서도 꿋꿋하게 여행하는 것이 참 멋있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계속 멋있게 사세요."라고 하시는데 왠지 깊은 감동을 받아 섭섭했던 마음은 다 풀려버렸다.



내일을 위한 준비

그렇게 작별인사를 하고 나는 공항 짐 보관소에 갑니다. 내일은 델피에 갈 것이고 내일모레 이시간쯤에는 이스탄불행 뱅기를 타야하기 위해 아테네 공항으로 다시 돌아와야하므로 메인배낭은 두고 가는걸로. 찾아뒀던 대로 국내선 터미널 1번게이트 부근 건물 끝에 짐을 맡기는 곳이 있다. 계산은 나중에 복귀할 때 짐을 찾으면서 하면된다.


미니배낭에 하루 치 짐만 넣고 시티로 나가기로 한다. 숙소는 이미 잡아놨다. 나는 내일 델포이(델피)에 갈생각이었으므로 아크로폴리스나 신타그마가 아닌 시외버스터미널이 가까운 빅토리아역 부근으로 잡아놨다. 원래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공항버스타면 어차피 또 신타그마에 내려서 지하철을 타야할테니 그냥 첨부터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아놔 근데.... 막상 내려가니 기절할 지경이다... 피곤해 죽겠는데... 넘나 얼렁 가서 드러눕고 싶은데 지하철 배차간격이 너무 길다..


20171227_203817.jpg?type=w580 현재 시각 8시40분.. 뚜쉬 30분넘게 기다려야한다..



이제 자자

녹색의 빅토리아역 부근은 딱봐도 우범지대 스타일이라 무섭긴했는데 뭔가 광장같은 곳에 경찰들도 많이 서있는 것 같고.. 경찰아저씨 옆에서 GPS를 켜고 내가 가야할 방향을 체크했다. 잡아놓은 숙소는 지하철역 코앞이다. 근처에서 물 만 한통 사고 미친 듯이 튀어 들어가서 다행히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20171227_221731.jpg?type=w580 그렇게 도착한 저렴이 숙소


숙소는 뭐 후기에서도 익히봐놨던터라 각오는 하고 갔던터라.. 화장실의 하수구 냄새는 물론 이불에서도 왠지 찜찜한 냄새가 났지만 어차피 새벽에 델피가니까 잠만자면 되는거라 그닥 불만은 없었다. 한 4인실은 되보였는데 사람이 없어서 그냥 나 혼자썼다. 뜨거운 물은 잘 나왔지만 방이 커서 난방이 제대로 안 되어서 좀 추웠다. 히터나오는 바로 밑ㅡ2층 침대 위에서 자면 좀 나았을수도 있는데 왠지 먼지를 다 흡입할 것같은 기분. 그냥 조금 추운 채로 자는 것을 택했다. 리셉션가이는 엄청 친절했다. 지도를 펼치더니 근처 맛집까지 다 표시해줘서 감동.. 하지만 저는 못 갈것 같습니다. 내일 새벽에 여기를 떠나거든요.


내일은 드디어 델피!! 미래 신랑감에 대한 신탁을 받으러 가겠소!!

당일치기하려면 새벽 6시에는 나가야하니 일찍...아니 벌써 11시네.. 일찍도 아니네...바로 자기로 합니다.




전체_원본_숫자_다시아테네.jpg 현재 오스나씨의 위치 : 돌고돌아 다시 아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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