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피 박물관 구석구석+아테네로 복귀
델피 박물관
야외 관람을 마치고 이제는 몸도 녹일 겸 박물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주변, 그리고 아주 먼 나라에서 아폴론에게 바쳤던 갖가지 수많은 보물들은 대부분 약탈당한 관계로, 남아있는 것은 그때에 비하면 정말 적을 것이지만 생각보다 볼거리가 충분히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들은 기원전에 만들어진 유물들. 하... 진짜 이 나라는.... 너무 부럽다... 뭔가 훅 지나쳐도 되는 그냥 그런 유물들이 아닌, 그 하나하나가 충분히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with 심카드를 활용한 녹색 검색기.
관람 시작
낙소스의 스핑크스
낙소스는 그리스의 섬이다. 아리아드네가 실타래로 미궁 속 미노타우루스를 처지하려는 테세우스를 돕고 나서 둘이 야반도주하다 결국 홀로 남게 된 바로 그 섬. 그 후 그녀에게 영생을 가져다주는 디오니소스랑 눈 맞는 바로 그 섬이다. 당시에는 금광과 은광을 가지고 있었어서 엄청 부자였다고 한다. 그러한 부를 바탕으로 건물도 세우고 이 스핑크스도 만들었다. 그리고 설치된 위치도 아폴론 신전 근처라 쨩 좋았다. 실제로 보면 지금 이 정도만 봐도 거대한데 원래는 12.5m가 되는 높은 대리석 위에 올라가 있었다는 거.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고개 빠졌을 듯. 사실 먼저 들른 아테네에서 이와 비슷한 스핑크스는 본 적이 있지만 요래요래 큰 것은 처음 본다.
델피에서는 기여도가 가장 큰 도시를 선정하여 신탁이용 우선권에 해당하는 '프로만테이아'라는 특권을 주었다고 한다. 낙소스가 여기에 선정되었고 이 스핑크스의 기단에는 '집정관 아무개, 시의회의장 개똥이 시절 동안 낙소스를 프로만테이아로 지정' 요런 식으로 새겨 놓았다고 한다. 허나 얕은 지식의 소유자 오스나씨는 당시에는 여기까지는 알지 못하여 확인은 못하고 돌아왔기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합니다.
댄서의 원주(from. 아테네)
아테네인들이 바친 기둥이다. 아폴론 신전의 정면에 놓여 있었다고 한다. 아래 조각 그리고 윗부분에 장식된 것은 '아칸서스'라는 식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상단에는 아마도 옴파로스의 돌이 담겨 있던 삼각대를 들고 있었을 것이라고.
근데 하도 아칸서스 거리길래 뭐가 했더니 쥐꼬리망촛과에 딸린 지중해에서 서식하던 여러해살이풀 어쩌고 저쩌고.. 다른 이름으로는 도깨비망초..라고 한다. 사진을 찾아보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에도 있다고 하는데 아 이 무슨 어이없는 식물 공부를 하고 있는 거냐 너는? 여튼 이 무늬는 그리스 로마시대 때 즐겨 쓰다가 이후 전 세계에서도 다 썼다고 한다. 대충 찾아보니 이슬람권은 물론 인도, 그리고 당나라에서도 썼다고 하네.
아폴론 신전에서 주워온 조각들
아폴론 신전은 만만치 않은 세월을 지나면서 여러 번 지어지고 부서지기를 반복했다. 초기 신전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대리석으로 만든 신전이 아닌, 나무로도 짓고 청동으로도 짓고 하다가 아까 보고 왔던 아폴론 신전은 여섯 번째 지어진 것을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기독교를 중시하던 로마 황제에 의해 신전은 마지막까지 개박살이 났고 그 여파로 뭔가 남아있긴 하지만 상태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먼저 있는 사진은 신전 동쪽 윗부분에 있었다는 조각들로 아폴론이 아테네를 방문했다가 델피로 귀환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마차는 모르겠고 일단 말들은 구별이 가능하니 그런갑다했다.
다음 사진은 신전 서쪽 윗부분에 있던 조각 중 하나로, 여신도들에게 둘러싸인 디오니소스를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 뜬금포 3조각 보고 이걸 어찌 추측하나 했지만 역시 그런갑다 했다. 형태를 알 수 있어서 그나마 좀 찍어온 저 여인네.. 인줄 알았더니 아무래도 정 가운데 위치한 것을 보니 여인네가 아닌 남정네가 디오니소스인 것 같다. 사실 델피가 아폴론의 도시라고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나도 그랬다), 겨울에는 넘나 추워서 디오니소스에게 잠시 집을 맡기고 잠시 피신해있는다고 했다. 뚜쉬. 그래서 신탁을 좀 받고 싶었으나 응답이 없었던 게로군.
시프노스 보물창고
다음은 시프노스네 보물창고다. 시프노스는 아테네와 크레타섬 사이에 있는 섬들 중 하나이다. 이 보물창고의 건축양식과 비스무리한거 파르테논 근처에서 본 기억이 있다.
여인네가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바로 그 형태. 에렉테이온 신전. 네네 바로 그 모양과 유사합니다. 근데 이게 그보다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양식을 카리아티드라고 하는데 어원은 스파르타 근처에 있던 '카리아이'라는 곳의 여자들..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녀들은 키도 크고 이쁜 데다가 체력도 쩔었다며, 요런 것들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건축양식이 생겼다고 하는 설, 페르시아 전쟁 때 그리스 연합군을 배반한 '카리아이'의 여인네들을 노예로 만든 후 무거운 짐을 이고 다니던 그녀들을 본 따 만들었다고 하는 설이 있다는 데 믿거나 말거나.
그리고 그 위에 있었던 조각들이다. 윗부분은 아폴론과 헤라클레스를 말리고 있는 제우스이다. 헤라클레스(=狂男)의 광기로 인해 한 젊은이가 절벽에서 떨어져서 목숨을 잃게 되고 그는 이로 인해 병을 얻는다. 낫기 위해 델피에 와서 신탁 좀 해달라 하는데 예언자(피티아)들이 거부했다. 그래서 열 뻗쳐서 삼각대(=옴파로스의 돌이 올라가 있었다는 그 삼각대)를 뺐어다가 자기도 신탁소를 차리겠다고 위협하고, 결국 아폴론도 "너 얌마 어디 감히 남의 동네 와서 난동 피우는 멍충이냐?"며 완전 열 받는다고 한 판 붙는다. 이 꼬라지를 본 제우스가 "이눔시키들 (배다른) 형제들끼리 싸우는 거 아니야!!" 하면서 번개를 던져서 싸움을 말리고. 저 조각은 바로 그 장면인거라능. 덧붙이면 제우스는 헤라클레스에게 리디아 여왕의 노예로, 여장까지 해가면서 "봉사해야 니 죄가 싯긴다.."라는 신탁을 내려주게 된다. 아빠는 왜 형만 이뻐해? 왜 차별해?
아래쪽 조각의 배경은 트로이 전쟁이다. 왼쪽에는 의자에 앉아서 응원하는 신들이 포진해있고 오른쪽 가운데에는 싸움 중인 애들이 있다. 트로이 편=원정왔던 에티오피아의 왕=멤논과 아킬레우스이다. 아 물론 아킬레우스가 이긴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의 아들 vs 테티스의 아들, 신의 아들 간의 싸움이었음.
중간에 깨알 같이 쓰러져 있는 애도 하나 표현해 놨는데 안틸로코스..라고 한다. 멤논은 아킬레우스랑 싸우기 전, 그리스 편인 네스트로..라는 사람과 일기토를 했다. 안틸로코스는 그 네스트로의 아들이며, 아버지가 수세에 밀리자 그를 구하고 대신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아킬레우스의 절친이었다. 그래서 아킬레우스가 멤논한테 복수하러 갔던 것 같고 그것이 조각에 표현되어 있는 듯하다.
클레오비스와 비톤 형제상
뭐야? 이거 이집트꺼야? 뜬금 이집트에서도 델피에 뭔가를 바친거야? 하고 있었는데 그냥 이집트의 영향을 받은, 아르고스에서 온 그리스 작품이다.
쿠로이는 소년이라는 뜻이다. 파르테논 박물관에서 배웠다. 요 소년 입상 꽤 유명하다. 뒷면도 상당히 사실적인데 사진은 안 찍었다. 넘나 민망쓰하게 탐스러운 궁뎅이가 조각되어 있다. 이 조각의 주인공은 클레오비스와 비톤 형제이다. 펠로폰네소스지방, 이제는 익숙한 지명인 아르고스에서 바쳐진 봉헌물이다. 이 형제는 아르고스에서 살았는데 어느 날 헤라 축제에 가야 하는, 헤라 신전의 여사제인 어무이를 위해 직접 달구지를 끌고 축제 현장까지 갔다고 한다. 원래는 소들이 끌었어야 하는 건데 하도 안 오길래 직접 끌고 갔다고 함. 그래서 헤라 신이 최고의 선물이라고 하면서 축복을 내렸는데 그건 바로 죽.음. 장난하십니까? 젊을 때 모습 그대로 죽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랍니다. 심지어 한 철학가는 인간 중의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얘네를 꼽았다는데.. 아니 직접 물어보긴 했냐능? 그리고 어무이는 그래서 남은 여생이 행복했답니까? 정말 이기적인 사람..아니 신 되시겠다.
소크라테스
델포이 신탁과도 관련 있는 소크라테스 아저씨 동상도 있다. 아 참고로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 한 말은 아니고 여기 델피에 있는 아폴로 신전 입구에 적혀있던 문구였다. 애초에는 '신한테 대항하지 말아라 이 인간 생물체야.'라는 의미였다는데 후에 철학가들이 이것저것 해석들을 덧붙여서 다른 뜻으로도 발전했다고 한다.
플루타르코스
박물관에서 이 분 이름도 보였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어릴 때 많이 들어본 분이다. 근데 이름이 참으로 헷갈리게 여기저기서 제멋대로 불린다. 어릴 때는 전부 다른 사람인 줄 알았지. 우야된동 영어 이름은 플루타크, 그리스 이름은 플루타르코스..랜다. 사실 내게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이 가장 익숙하지만 대체 이건 어디서 나온 이름인지 잘 모르겠다.
어릴 때는 몰랐지만 이 사람은 '로마'사람이고 '그리스'를 연구하는 작가이자 철학가였다. (근데 지금 그 책 진본은 어디 있는 걸까?) 그리고 그가 저술한 책의 제목은 '영웅전'이 아닌 '생애의 비교'이다. 그리스 영웅과 로마 영웅을 비교하면서 적어 내려갔다고 하는데 너무 어릴 때 봐서 기억은 잘 안 난다. 내친김에 지금 바로 주문해서 다시 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여기 이 분이 이름이 계속 언급되는 이유는 아폴론님하에게 심취하여 손수 신전에서 수석 사제로 근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제들은 신탁을 해석해주고 신탁의 순서를 정해주는 일을 했다.
안티노우스
하드리아누스는 아테네에서 관련된 무언가를 좀 봤었지. 도서관도 보고 개선문도 보고 그랬지. 우야된동 그는 역마살을 발휘하여 세계 순방을 즐겨했고, 터키에서 이 아이를 만난 다음 므흣한 관계를 맺고 이후 순방에도 동행하게 되었다. 그러다 이 아이는 나일강에 빠져서 죽는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꾸며진 것이고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 실제 하드리아누스는 성격도 괴팍하고 변덕이 쩔었다고 하는데 혹시 욱하는 마음에 본인이 던져버린 것은 아니겠지? 여튼 그가 죽고 나서는 넘나 슬픈 마음에 동상들을 세계 곳곳 여기저기에 만들게 했다고 한다. 그와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 여기저기에 뿌려놓고 싶었나 봉가.
희한하게 여기 설명은 영어가 쉬워서 술술 읽혔던 기억이 있다. 덕분에 다 읽고 나서 현실 "헐~~~"을 내뿜으며 좀 허무했었던 기억. 뭐냐? 델피랑 그닥 관련이 없는 로마 황제의 뜬금포 동성애 얘기라니.
금뎅이들
금과 상아로 만든 조각상이다. 사진은 아폴론(으로 추정되는)만 찍었는데 옆에는 그와 쌍둥이인 아르테미스로 추정되는 여자분도 계신다. 이 신상들은 서 있는 형태로 제작되었고 이런 금붙이들로 몸뗑이가 장식되었을 것이라 한다. 근데 이 아폴론은 좀 못생겼다. 실망이다.
청동마부상
이 청동 마부상. 거의 마지막에 있어서 하이라이트 정도 되려나? 사실 사진만 봐서는 이게 마부상인지 뭔지 알 길이 없지만 말 4마리와 같이 있었다고 함(아래 복원 사진 참고).
근데 얘(+고삐의 흔적+일부 잔해)만 남겨놓고 말들은 콘스탄티누스가 훔쳐가 버렸다. 엄하게 근데 이게 또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에 있는 게 아니라 현재는 베네치아에 있다더라. 십자군 전쟁 때 베네치아애들이 데려갔던 것. 뚜쉬 근데 이거 베네치아 산마르코 성당 박물관에 있다는데.. 나나 그 옆에 있는 종탑에는 올라갔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박물관에는 눈물을 머금고 가지 못했던 기억이.. 그렇게 지나쳤구나. 나중에 다시 갈 수 있을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돌고도는 유물의 인생사. 고향으로는 언제 올 수 있을까? 잘 지내시나요? 거긴 편하신가요?
이제 그만 정리
버스가 올 시간이 한두 시간여가 남아서 저녁을 먹기로 함. 이대로 버스를 타면 또 몇 시간을 가야 하니 미리 먹어두자하는 마음. 그리고 너무 돌아다녀서 이제 좀 앉고 싶다. 피곤하다.
구글지도를 이용해서 리뷰들을 보며 맛집을 간다고 갔는데 대참사가 났다. 사실 비가 꽤 오고 있어서 빗속으로 막가면서 힘들게 간 식당이었는데. 사실 내가 먹고 싶었던 것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정성이 엄청 많이 들어가 보이는 음식이긴 했지만 나와는 안 맞았다. 뷰가 쩌는 고급 식당이어서 그랬는지 음식 가격이 후덜덜했다. 결국 치즈에 잔뜩 버무려진 포크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양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개비쌌던 지라 아까워서 남기지는 못하고 그냥 꾸역꾸역 밀어넣었다.
아테네로 복귀
생각보다 음식이 늦게 나와서 시간이 간당간당할줄알고 미췬듯이 정류장으로 복귀했다. 비는 더 많이 오고.. 정류장 부근에 도착하니 비를 피할 수 있는 건물 밑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아까 오전에 나와 함께 델피에서 내렸던 사람에 비해 훨씬 많아 보였다. 비를 맞았더니 춥고 그래서 빨리 좀 탔으면 좋겠는데, 예정시간보다 30분을 넘겨 버스가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자리가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역시나 빨리빨리 움직이는 건 한쿡인들을 따라올 수가 없는 건지. 다른 동일버스 동행분들이 밍기적거려주셔서 거의 제일 먼저 버스에 올라탔고 꽤 좋은 자리를 잡았다. 뒤의 몇몇은 버스에 자리가 없어서 못 타기도 한 것 같고, 나중에 휴게소에서 내려서 화장실 갈 때 보니까 어떤 사람들은 그냥 바닥에 앉아서 가더라. 좌석이 지정되어 있는 버스였음에도 불구하고 뭐가 어떻게 되었던 건지 모르겠다. 아테네 직행 버스가 아니고 그 일대 지역에서 시내버스로도 이용되고 있던 터라, 자리에 앉는 것은 약간 복불복이었던 것 같은 느낌. 아테네에서 올 때 왕복표를 끊어 온 건 왠지 잘했던 것 같다. 이렇게 인기 있는 버스였을 줄은 몰랐다.
예상대로 아테네 시내로 들어서니 차가 밀리기 시작. 아까 휴게소에서 귀찮음에 머뭇거리다 굳건한 결의를 다지며 화장실에 튀어갔다 온 게 어찌나 다행이었는지.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버스터미널에 가기 전 지하철역에서 먼저 내려준다. 미췬듯이 뛰어내려 간다. 내 옆에 서 있던 언니(인지 동생인지 친구인지)가 왜 여기서 내리냐고 묻길래 여기는 쟈철역 근처라고 길 막히는 버스를 타느니 지하철을 타는 게 낫겠다고 말해줬다. 그 언니도 첨에는 같이 내릴 까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본인은 기차역까지 가서 내린다고 하고 작별 인사를 건넨다. 이 버스는 기차역도 지나가나 보다.
그리스의 Last 호텔
버스가 나를 내려준 역은 녹색 지하철역이라 땡큐다. 마지막 숙소는 녹색의 모나스티라키(Monastiraki) 근처이니 말이다. 사실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친한 후배 말로 그리스 해면이 그래 좋다 하여... 해면은 그리 무겁지도 않고 하니 좀 사가려고 상업지구 근처로 숙소를 잡은 것. 근데 그 해면 선물로 돌리려고 가져왔는데 상황이 안돼서 다 못 돌리고, 결국 나는 반도 못쓰고 아직 넘쳐난다는 게 함정. 혹시 필요하신 분 그냥 드림.
사실 델피에서 아테네로 복귀하면 그래도 해는 떠있을 것 같았는데.. 그래서 저녁때 해면 사러 가려고 했었는데 너무 큰 착각이었음. 버스 자체가 늦게 온 데다가 비 때문에 길도 많이 막혀서 도착했을 때는 꽤 늦은 시간이 되어 있었다.
완전 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숙소에 도착. 예약해둔 호텔에 체크인을 했는데 뭐 후기를 읽어보니 리셉션 사람들도 친절하고 괜찮은 것 같아서 그리스에서의 마지막 1박이니, 그냥 호사 좀 누리자 하고 싸구려 숙소를 안 갔건만.... 대참사가 일어났다.
이 방이 원래는 큰 방을 중간을 문으로 막아놓고 방을 두 개로 개조했던 건지 일단 직사각형 형태로 많이 좁았다. 뭐 그건 이해한다. 근데 그냥 그런 문으로 막아놔서인지 방음이 전~~~~~~혀 되지 않았다. 옆방 티비소리는 기본이고 중년부부 이야기하는, 알아먹을 수 없는 그리스어 하나하나가 다 들리고.. 무엇보다 당황했던 것은 이 추운 겨울에 창문을 열어놓은 저 사진을 보라. 문틈으로 담배냄새가 배어든다. 사실 뭐 여기가 요새 철저히 담배 피우는 것 자체가 혐오스러워진 한국도 아니니까 거리에서 피는 것 정도는 이해한다. 근데 나만의 공간인 방 안에서 이러는 건 진짜 참을 수가 없다. 숙면에 방해가 된다. 왠지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 든다. 결국 안 되겠어서 리셉션에 가서 항의를 하고 방을 바꿔달라 하는데 방이 없댄다. 대신 가서 항의는 해주겠다고 한다.
방에 다시 들어와 있으니 잠시 후에 누군가 가서 내 옆방에 노크하는 소리 그리고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근데 뭐... 별 효과가 없다. 화딱지가 나서 부킹닷컴 들어가서 이 호텔 다른 방 있나 봤더니 동일한 조건의 방은 아직도 남아있다. 이런 거지 같은 호텔을 봤나. 그냥 귀찮았던 게로 군. 확 마 이거 예약하고 내려가서 화면 보여주려다가 괜히 똥 자존심 부리다가 돈만 날릴 것 같아서 그건 참기로 한다.
성질이 나서 나도 본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그래야 더 소음으로 느낄 테니까)인 한국어로 된 노래를 크게 틀어보기도 하고 생난리를 쳤으나.... 피곤해서 잠들어 버렸다. 하기사 델피에서 그렇게 난리를 치고 돌아다녔으니. 지금 생각하면 좀 호들갑스러운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똥 후기는 남겨야지^^
내일은 드디어 그리스를 떠난다. 점점 직장인의 신분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