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드디어 그리스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갈 길이 멀다. 일단 지인들에게 뿌릴 선물들을 좀 사주시고 이스탄불 구시가지까지 이동해야 한다. 사실 이스탄불에서의 시간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서 일찍 출발하려고 했지만... 뱅기시간이 애매하거나 너무 비싸서 결국 오후 뱅기를 끊었다. 일단 조식을 달리는 것부터 출발하자.
기념품 구매 타임
숙소는 아테네 도보투어 때 봐둔 여러 상점이 있던 모나스트라키 근처였던지라.. 몇 바퀴를 돌아서 목표 달성은 좀 한것 같긴하다. 그 유명하다는 해면을 하나씩 뿌릴것을 대비하여 뭉텡이로 한 20개는 넘게 산것 같고..
그리고 나는 대항해시대2 에서 내가 플레이 했던 것처럼 나는 현재 아테네이고 이제는 이스탄불에 가야하니 무역이익을 내기 위해 그리스의 특산품인 미술품=조각상을 사야한다는 의무감에 가게 몇군데를 헤맸다. 뭐 결국 원하는 아폴론 조각상을 사긴 했다.
사실 후반기에는 좀 지쳐서 대충 암꺼나 사지 이 뭐하는 짓거리인가 싶기도 했지만. 사실 길거리에서 2유로짜리도 팔긴했는데 얼굴 옆에 오돌토돌한 돌기가 다다다다다 나 있는 거 보고는 포기했음. 저 환공포증 있습니다. 그런거 못봅니다. 우야된동 첨에 점원언니가 얘기했던거랑 가격이 좀 다르긴 했지만 포장까지 한터라 그리고 여기저기 귀찮게 끌고다녔던지라 그냥 대충 사준다. 갑자기 생각나서 동기에게 줄 소주잔도 하나..사려다 그가 부부임을 깨닫고 두 개 샀다. 여행갈때마다 모으곤 하는 스노우볼은 진즉 여기저기서 사놨던 터라 오늘은 패스.
Last 식사
남들에 비하면 참으로 많이 소소하지만 내 딴에는 정말 빡센 쇼핑을 마치고는 이제 배도 고프고 좀 쉬어야겠어서 그리스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기로 한다. 길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는데 요새 우리나라에서는 이래 먹었다가는 미세먼지를 함께 흡입해야하겠지? 어찌보면 이런 분위기, 길거리에서 밥먹는 이런 자유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돌아와서 그렇게도 그리스가 그리운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점원들도 친절하고 해서 즐거운 식사를 마쳤다.
점원 아이에게 "신타그마 광장?" 하니까 방향을 일러준다. 아쥬아쥬 자세하게. 사실 레스토랑에서 나와서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그것만 중요하긴 했는데. 나머지는 듣는둥 마는둥. 미안. 가볼게.
공항버스 정류장
신타그마 광장에 도착했는데 버스를 어디서 타야하는 건지 감이 안왔다. 처음에 아테네 입성할 때 버스에서 내린 곳 근처인것 같은데 헷갈린다. 그러다 버스가 한대 지나가고, 버스 앞에 선명한 airport라는 글씨가 보여서 눈으로 쫓는다. 앗. 타는 곳은 저쪽이군. 그대로 횡단보도 두어개를 건너서 버스타는 곳으로 갔다.
다시 공항
버스는 뭐 오래걸리지 않아서 금방왔던 것 같고. 아테네 공항 도착이다. 이제는 넘나 익숙한. 아테네 공항은 한국에서 들어올 때, 로도스섬 갈 때, 로도스에서 올때, 지금 그리스를 빠져 나갈때.. 총 4번째 오는군.
사실 며칠 전 배낭을 맡길 때는 오늘 아침 9시 정도에는 돌아올 줄 알았으므로 길어봤자 36시간치의 요금을 내게 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초과되었다. 그래도 편하게 다녔으니 후회하지 않아요. 짐을 맡기기 전 메인배낭과 미니배낭으로의 분리작업이 시행되었던 바로 그 장소에서, 이번에도 다시 배낭을 풀어헤치고 짐을 다시 쌌다. 개별 포장되어있던 해면들은 이미 버스에서 봉지와 내용물을 다 분리한 상태였음. 그렇게 쓰레기는 버리고 꾸역꾸역 배낭으로 산것들을 다 밀어넣어봤다. 사실 아까 버스에서 생각할때는 따로 봉다리를 하나 더 덜렁덜덩 들고 타야하나 싶기도 했었는데 무사히 앞가방과 뒷가방으로 잘 나눠서 제자리를 찾았다. [메인배낭+미니배낭+해면 등등 여러가지 기념품 봉다리] -> [메인배낭+미니배낭]으로 변하는 순간! 아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정말 짐싸기의 달인이 된 것 같다.
무엇보다 터키 도착하는 순간 인터넷도 끊길거고, 꼴랑 이틀 남짓 있을건데 터키에서는 구태여 심카드는 안살거고, 이스탄불 공항도 와이파이가 안된다는 것을 익히 아는지라 미리 정보를 찾아놓기로 한다. 근데 혹시나 해서 보니 내가 타는 비행기가 아주 당연히 아타튀르크 공항으로 가는 줄 알았더만.. 그래서 그냥 지하철 타면 되는갑다 싶었는데.. 사비하공항으로 간다 맙소사... 이스탄불에는 공항이 두 개 있는데 서로 정 반대에 있다.
북쪽에 있는 아타튀르크 공항이 지하철이 바로 연결되니 더 편리하다고 하고 대부분의 항공기가 그 쪽으로 들어가는지라 그에 대한 정보는 많은데.. 임박해서 정보를 찾으려니 갑자기 마음이 답답해져 온다. 공항버스가 있긴 한것 같다. 없을리가 없지. 버스는 탁심광장에서 내린다고 한다. 뭐 대충 여기까지만 찾아놓고 시간이 되어 탑승한다.
잘있어 그리스야 + 마무리 발언
그리스는 예상 밖이었다. 사실 나는 사진, 책, TV 등지에서 자주 보이는 유럽보다는 그 외의 지역을 더 선호하는 편인지라 그다지 큰 기대는 없었었다. 그리스도 유럽이고 원체 유명하고 하니 어차피 다 봤던 것들, 실물로 확인하는 수준의 여행일 것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그리스는 넓다. 아테네와 이름있는 섬들을 제외하면 내 스타일의 곳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더라. 그리고 은근 주변에 가본 사람들이 별로 없더라. 바로 옆 나라인 이탈리아 경험자들이 넘쳐나는 것에 비해.
언젠가부터 주변인들이 여행지를 추천하라고 하면 언젠가부터 그리스를 꼽는다. 직업 특성상 주변에는 안정되고 평화로운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자들이 대부분인지라, 그들에게 느닷없이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나 멕시코 같은 특이한 동네를 추천할수는 없지 않겠니? 물론 올림피아나 스파르타까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아테네의 경우에는 적당한 여행정보도 있고, 적당한 역사적 배경도 있고 그러면서 남들이 좀 가보지 않은 특별한 공간이 풍기는 매력이 넘치는 공간인 관계로. 추가적으로 사람들 바글바글하고 넘나 더운 여름보다는 겨울을 추천하는 바이다. 섬과 섬을 이동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겨울이 분명 비수기라 힘들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로도스 섬만해도 당시 들었던 얘기로는 여름철에는 택시기사들이 공항과 시티를 쉴새없이 왕복한다고 하더라. 그나마도 못 구해서 난리라고 하더라. 반면 내가 갔었던 겨울에는 시티에서 택시 자체를 거의 본적이 없다.
추가적인 마무리멘트는 정말 여행이 끝나는 그 순간에 하기로 하고, 이제 부록으로 터키에서의 1박2일과 카자흐스탄 번개같은 경유편만 적고 이번 매거진은 이제 그만쓰는 걸로.
그럼 안녕히계세요.
다음에 볼땐 이스탄불에서.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