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해피뉴이어~
오스나씨 내리세요.
잠을 잤던건지 안잤던 건지.. 자는둥 마는둥 여튼 졸린눈을 비비며 뱅기에서 내렸다. 새벽 5시반정도 되었으려나. 수속이나 기타등등은 그닥 얼마 걸리지 않아서. 환승해서 바로 다른 게이트로 가는 사람들은 줄이 엄청 길었지만 나야 뭐 스탑오버를 하기로 이미 결정한터라. 티켓도 이미 아테네에서 인천행까지 받아왔던터라, 짐도 인천에서 찾으면 된다고 했던지라,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아주그냥 당당하게 출구를 향해 걷는다.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 큰 공항은 아니다. 그래도 일단 얼마인가를 인출했다. 시내로 나가려면, 그리고 하루를 버티려면 돈이 필요하긴 하니까. 고액권으로 나와버리는 통에 넘나 당황해서 앞에 상점에서 딸기맛 호올스-_-도 사서 버스탑승을 위한 잔돈도 만들었다.
일단 버스를 탑니다.
아니 근데 사람들은 대부분 카드를 찍고 자리에 앉는다. 난 사실 카드를 살 생각이 없는데. 기사님이 타면 현금으로 낼 생각이다. 아니면 안내양언니가 이따가 타겠지 싶어서 일단은 대기한다. 그리고 좀 옛날 정보긴 했지만 모블로그에서 보니 80텡게(약 400원)이라고 하니 돈 달라하면 그만큼만 내면 되겠지.
근데 버스는 출발했는데 안내양언니도 없고 기사님도 아무 말도 없고.. 안되겠다 싶어서 앞으로 가서 아저씨 나 돈낼래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그냥 웃기만 하심.. 돈을 내밀어도 그냥 웃기만 하심.. 할 수 없이 포기하고 그냥 자리로 돌아감. 내가 길을 물어보는 줄 알았던 걸까.. 무작정 못알아듣는다시며.. "나는 운전해야해. 너는 어서 자리로 돌아가렴 귀여운 아이야^^" 모드였음. 당최 이번여행 몇번째 무임승차인지 잘 모르겠다. 카자흐스탄 관계자분들 이거 보시면 뭐라고 하지 마세요. 나중에 기회되면 30배 낼게요.
버스는 어떤 정류장에서는 꽤 오래 서있기도 하고.. 그렇게 가는데 창문 밖으로 24시간하는 KFC가 보였다. 사실 여기 알마티에서 목적지는 두 군데였다. 정보가 많지 않아서 외곽의 알마티호수나 이식호수 같은 곳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었고 그나마 찾은 곳이 목조로 만들어져서 특이하다던 젠코프성당이랑 박물관이 전부였다. 대충 뭐 그까이꺼 걸어다닐거다. 그렇게 돌아다니가 공항으로 돌아올때는 이 버스 찾아서 타고 복귀하면 되겠지.
오스나씨 내리세요2
어디서 내릴까 하다가 아직 해도 뜨기 전이라 넘나 캄캄해서 아무래도 도심에서 멀리 떨어지는건 좀 아닌것 같아서 지하철역 부근을 골랐다. 버스 노선을 정확하게 아는 건 아니어서 구글지도 켜놓고 대기하다가 그럭저럭 지하철역 부근에서 내리긴 했는데...
너무 캄캄하다..
흔한 상점도 없고...
아까 그 24시간하던 KFC비스무리한건 보이지도 않고..
그리고....
너무 춥다....
추워추워추워추워
진심 어디 좀 들어가있어야 할것 같은데 걸으면 걸을수록 그냥 주택가로 빠지는 것 같다. 사실 손이 너무 시려워서 주머니에서 손 빼기도 싫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추운 날씨에는 배터리가 미친듯이 엥꼬를 향해 달려가는 걸 러시아에서 터득했던터라 핸드폰은 그냥 핫팩과 함께 주머니속에 보관한다. 사실 어두워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게다가 캄캄하면 길치모드 제대로 발동하는 오스나씨입니다. 간간히 '24'라고 쓰여진 숫자가 보이긴 했는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응급센터; 머 요런곳이었고 ATM부스도 있긴 했는데 가보니 문이 잠겨있더라. 한마디로 갈 곳이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으스스한게 아쥬기냥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 싶었다. 다시 공항으로 돌아가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지도 안보고 뱅뱅도는 통에 아까 버스내렸던 곳은 어디인지 이제 감도 안온다. 아 정말 넘나 춥다.
그리고 헤매던 끝에 이런 건물을 발견했다. 쇼핑몰 같은데 멀리서 보니 스타벅스 표시가 보여서 다가가보기로 한다. 문도 열려져 있는 것 같고. 근데 다가가보니 굳게 닫혀있었고 .. 쇼핑몰 안으로라도 좀 들어가고 싶었는데 가드가 막았다. 10시에 문을 여니 그때 오란다. 말이 즈언혀어 안통해서 대충 느낌으로 이해하고 운영시간이 적혀있는 간판을 손으로 가리키길래 그거 보고 이해한거다 사실.. 아 개추운데 좀 들어가있으면 안되냐고 한번 빌어보려다가 그냥 알겠다고 하고 돌아선다. 그리고 옆 쪽으로 가보니 커피숍이 하나 있다. 불이 켜져있다. 사람도 들락달락 하는것 같다.. 하아.. 가서 몸좀 녹이자.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근데 여기 분위기가 좀 야시꼴랑하다. 들어서는 순간 이 추위에도 헐벗은 여자들이 보이고.. 그런 여자들에게 눈 풀린 남자들은 말을 못 붙여서 안달이다. 대놓고 쳐다보기도 한다.
대충 분위기를 보니 바로 앞에 나이트클럽이 있고... 거기서 밤새 흔드신 분들이 모이는 장소인것 같다. 식사 가격도 엄청 세고 외국인들도 오는 곳인지 메뉴판을 달라고 하니 영어지원이 되는 아이패드를 내밀었다. 분위기 한번 야시꼴랑했다. 눈이 풀린 남자는 나중에는 나한테까지 와서 말을 시켰다. 물론 못 알아듣는다고 바디랭기지로 꺼지라했음.
최대한 많은 시간을 때우기로 한다. 사실 밥을 먹어야 되나 싶기도 했는데 입맛이 1도 없고 그저 추위를 잊을 수 있다는 생각에 넘나 행복했던. 그리고 무슨 달걀부침하나에도 꽤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했던 관계로 구태여 먹고 싶지도 않았다. 이런 서양식 식단이 아닌 카자흐스탄 전통음식을 먹어야 하지 않겠나? 이미 카드결제가 된다고 해서 돈 걱정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까웠다.
공항에서 업어온 종이로 된 지도와 구글지도를 번갈아보며 가야될 곳을 체크했다. 아예 볼펜까지 꺼내서 번호도 매겼다. 아직 날이 밝기 전이라 이 도시 지리에 대해서는 정확히 이해한게 아니다. 찬찬히 살펴 봤다. 지하철 종점 근처에 무슨 호수도 있는 것 같으니 이식호수나 알마티호수는 아니더라도 한번 가보는게 어떨까 싶어서 일단 체크해둔다.
쟈쟈 이제부터 고강도 훈련시작이다.
어느 정도 몸이 녹고 이제 날도 많이 밝아져서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첫번째 목적지는 목조성당이다.
그렇게 눈을 뽀독뽀독 밟으면서 핫팩에 손을 맡기고 발은 점점 얼어감을 느끼며 터덜터덜 걸어서 도착을 하긴 했는데...
-_- 나는 여기까지 왜 걸어왔던 것일까? 이런 공사판을 보려고 했던 것일까? 목조성당이라면서요... 네네.. 맞긴 맞는것 같은데.. 그런것 같긴 한데.. 이건 아니잖아...
그래도 속상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부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사진촬영은 하지 못했다. 그 이유인즉슨 한창 미사를 보고 있었기 때문. 덕분에 2017년 12월 31일 기념 미사를 현지인들과 함께 한...건 아니고 나는 구경했으니 의미있다고 해둡시다.
추워추워추워추워추워추워
다시 걷는다. 이번에는 박물관을 목표로. 지도에서 볼때는 가까운 줄 알았는데 꽤 걸렸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나 이날 3만보 넘게 걸었더라. 날도 그렇게 추웠는데 그래 걸어다녔으니 칼로리는 정말 제대로 소비했었을것 같긴 하다. 지금 생각하면 좀 제대로 미친짓이었지만.
아 이제 화장실도 좀 가고 몸도 녹일수 있겠지? 입천장이 델정도로 뜨거운 커피도 한잔 먹고싶구나아....분명 파는 곳이 있을 것이야... 그렇게 부푼마음을 안고 박물관에 도착하긴 했으나....
카자흐언어는 이해할수없지만 통밥으로 대충 먼 얘기인지는 해석이 가능하고도 남는 벽보이다. 박물관 문은 잠겨있고 2017.. 25ㅡ31 이면 얘기 끝난거지. 연휴한번 오방 길구나..
추워추워추워추워추워추워추워
걸어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와서 밥먹을만한 곳을 찾았으나 황량한 도시에는 문을 연 상점 자체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헤매다가 무언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광장에도 가보았으나 황량한 것은 마찬가지. 부근에 식당가가 있긴 했는데 뭔가 접대를 위한 공간이었는지 가라오케를 구비해놓은 듯한 고급 레스토랑들만 보였다. 영업중이라는 표시를 보고 문을 잡아당겨봐도 잠겨있는 곳이 많았고 그리고 그나마 연곳은 스파게티집이고 뭐 이런식이라 나중에는 그냥 포기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식당에 가려고 했던 이유가 무엇보다 화장실 때문이었는데.. 근데 뭐 배고픔과 배변의 욕구따위는 추위와 힘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어서 그런 기분 느낌따위 발생하는 족족 1초만에 사라져 버렸지만.
지하철역 개찰구에 도착했는데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화장실도 안보이고 분명히 있을것만 같았던 버스카드 자판기도 보이지 않았다. 실제 카드가 있으면 따로 토큰을 안 사고 카드로 탑승이 가능했음에도 불구 카드 자판기는 보이지 않았다. 개찰구에 있는 직원에게 문의해봤지만 어디에 있냐고 물었지만 그냥 모른다고 하길래 그냥 1회용 토큰만 사고 승질만 부리고 돌아섰다. 토큰가격이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80텡게였던걸로 기억함.
분명 지도상으로는 근처에 호수가 있는걸로 나오는데 당최어디로 가야되는지 모르겠고... 정말이지 황량한 공사판과 벌판만 펼쳐져 있을뿐. 식당이라도 하나 있을 줄 알았는데 저 멀리 보이는건 무슨 슈퍼마켓인지 철물점인지만 보이고.. 한마디로 뭐가 아무것도 없는 외곽의 작은 동네였다는 이야기. 그리고 저 동네에서 92번 버스를 봤는데 이때부터 나는 이상한 생각을 한다. 공항가는 버스는, 내가 타고 왔던 버스는 93번일거라고. 여튼 뭐 두번이나 장난스런 비극을 겪은터라 세번째 비극도 그닥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음. 날도 추운데 헤메느니 그냥 다시 지하철로 돌아가는 걸로.
추워추워추워추워추워추워추워추워
아직 시간이 많이 이르기는 했지만 뭐 더 이상 볼것도 없고 이럴바엔 공항으로 그냥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을 슬슬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버스를 타는 곳을 찾아야 한다. 아까 새벽에 버스에서 봐두었던, 왠지 버스가 지나갈 것 같은 지하철역을 주변으로 내릴곳을 찍어놨다. 근데 그것도 나중에 알고보니 잘못내려가지고... 찍은곳보다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아 왜 여기가 처음 보는 곳일까? 아무리 밤과 낮이 다르다지만 정말 너무 다르네..하면서 또 엄청 헤맸다. 몸은 피곤하고 정말.. 다시 생각해도 이런 개고생을 왜 하고 돌아다녔나 싶네.
무슨 도시가 전쟁이라도 나서 피난간것마냥 죄다 닫혀있는 상태라 식당찾는 것은 이미 포기했고 이제는 분명 문을 열고도 남았을, 아까 새벽에 갔다가 문 열면 다시 오라던 쇼핑몰인 메가파크로 돌아갈 생각도 하긴했는데... 만사가 귀찮아져서 그냥 공항으로 돌아가기 위한 93번(원래는 92번)버스를 찾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물어보거나 지도를 본 것도 아니다. 무작정 걸어다녔다. 이 길이 아니면 저 길.. 하는 식으로..
지금 생각하면 뭐 이런 무대뽀가 다 있나 싶다. 아무리 도시가 작아도 그렇게 이렇게 운에 맞기는 짓거리를 하는 건 대체 무슨경우인지.. 피곤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택시를 탈 용기는 나지 않았고, 버스는 그냥 암꺼나 라도 타면 될꺼를 버스카드가 없다고 무서워서 못타고 그냥 걸어다니던 바보같은 여인네.
메가파크... 영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도를 아주 가끔 확인하긴 했는데 어느 순간 부터는 그것도 귀찮다. 지겹다. 다시 보기 짜증난다. 그러다보니 내가 갈 생각이 사라졌었던 메가파크 쇼핑몰 근처에 와 있었음을 깨달았고 이렇게 된 이상 가보기로 한다.
도착해서는 일단 화장실로 직진한다. 희안하게 잘 참고 다녔었는데 막상 화장실이 근처에 있으니 미친듯이 배변욕구가 샘솟더라. 그렇게 하나의 욕구를 해결하고 이제 쇼핑몰을 좀 둘러볼차례. 뭐 어차피 살건 없지만. 사람 꽤 많더라. 길거리에 없던 사람들 다 여기 몰려있나보다. 식당 주인장들도 죄다 본인 식당들은 문 닫고 여기 모여서 놀고 있나보다.
2층으로 올라가니 푸드코드가 있었다. 이제 드디어 밥다운 밥을 좀 먹는건가요... 글구 댄따 신기했던건 약 10여개가 되는 상점들 중에 3개인가 4개가 일식식당이었던 것. 초밥먹으라고 여기저기서 언니들이 호객행위도 하셨으나 카자흐스탄에서 제가 왜 스시를 먹겠습니까? 여기서 바다가 가까운것도 아니고. 뭐 날이 추우니 진짜진짜 넘나넘나 추우니 냉동차없이 일반 트럭으로도 운반이 가능하긴 하겠지만.
여튼 그래서 선택한 것은 양고기 산적(?) 이랑 밥. 닭고기 소고기 모듬 뭐 여러가지 있긴 했는데 원체 샤슬릭이 유명한 나라이니 양고기가 옳지. 그리고 모듬은 또 괜히 욕심부렸다가 다 못먹을라..
식사를 마치고는 이제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좀 생겼던것 같다.
공항으로 복귀는 해야겠고...
배가 좀 부르니 이제 몸도 좀 회복...은 개뿔 여전히 춥고 발바닥 아프고 어디 쓰러져서 자고싶은 마음뿐이다. 다시 버스찾아 삼만리를 하기 시작한다. 지도상으로 보니 공항으로 통하는 메인도로일것 같은 큰 도로가 있어서 그쪽을 향해 걸었다. 그래도 밥을 먹고 나니 정신이 좀 들었나봉가.. 이런 잔머리도 쓰시고. 근데 여전히 92번 버스만 보이고. 나는 그때까지도 내가 타야되는 버스는 93번일거라는 아주 큰 착각에 빠져있었다.
걷는 도중에 지나가는 버스들을 보니 안내양이 있는 버스도 좀 있던것 같고. 버스카드 없이 버스를 탈 수 없다는 왜 그런 착각을 하고있었는지.. 너무 바보 같다. 막판이 되어서야 기사에게 직접 낼 생각을 했다는게 아 정말.. 사고가 완전 정지되었었던것 같다. 게다가 혹자는 그 추위에 왜 3만보를 넘게 걸어다녔는지. 왜 택시를 타지 않았는지. 그런 의문을 가질수도 있다.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정말이지 그때의 나를 이해할 수가 없다. 대체 무슨 고집이었는지. 고통을 즐기는 변태스러운 감정이 샘솟았던 걸까?
답답해서 꺼내본 핸드폰. 언젠가 캡쳐를 해놨던 버스관련 블로그를 보니 선명하게 적혀있던 "92"번 버스에 관한 정보. 하.... 드디어 제자리를 찾는다.
아까 호수가 있을 거라던 지하철 종점에서도 봤던 그 92번 버스...
그는 항상 내 주변에 있었는데..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버스가 저기 옵니다.
기사님께 버스카드가 아닌 동전을 내미니 잘 받아주십니다.
아 진작 버스타지 뭐했나 대체 왜 이런 빙구짓을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마지막 여행지였던지라 모험이 하고싶었던 모냥입니다.
다시 알마티 공항
버스카드 자판기는 시내에서는 못봤다. 출발전에 이것만 샀어도.. 볼 거 없었어도 그냥 버스타고 돌아다니면서 놀았을건데...
순식간에 공항에 도착해버렸고 기억컨데 늦어봤자 한 4시정도 되었던 것 같다. 출발은 밤12시가 넘어야 할텐데.. 한 마디로 꽤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다는 이야기.
시간이 좀 아까워서, 혹시나 해서 접근하는 택시기사들에게 어디선가 구해서 보고있었던 알마티 지도를 내밀고는 "이식호수"에 갈수는 없겠느냐고 물었다. 의사소통이 거의 되지 않아서 나중에는 결국 인포메이션센터에 같이 갔다. 인포 데스크의 스무살의 여자아이는 통역을 잘 해주었지만 알마티는 관광객이 잘 찾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뭐가 없었다. 기타 다른 나라에서는 유명 관광지가 있는 경우 대절택시를 타고 갔다가 잠시 기사 대기시키고 다시 되돌아오는...그런 시스템이 되어 있는데.. 여기는 그런개념이 전혀 없었다. 사실 이런 경우 일반적인 가격이 이미 책정되어있고, 기사는 통상 더 비싸게 부르기 마련이고, 그런 나는 흥정을 통해 좀 후려쳐서 아 좀 사기당했네? 싶은 마음으로 초반에는 찜찜하지만 나중에는 까먹는.. 어찌보면 너무나도 익숙한 이런식의 방법을 여기 알마티에서는 써먹을 수가 없었다. 기사아저씨들은 미터택시라는 것만을 강조한다. 대략적인 금액을 제시하라고 해도 이런식으로 가본적이 없어서인지 금액제시를 못한다. 아니면 혹시 법에 걸려서 그런걸까 싶기도 하고. 미터택시를 무조건 하라는 정부의 조치가 있었던 건가 싶기도 하고. 여튼 그래도 한 30분은 실갱이를 하다가 결국엔 포기한다. 미터택시가 대체 얼마가 나올지 가늠이 되지 않는 관계로.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지만 어쩔수 없이 포기하고 그냥 공항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인포애한테는 무언가 주고 싶긴해서 하나 남은 핫팩과 이니스프리 핸드크림을 내밀었다. 솔직히 실갱이한다고 고생한건 택시기사들이긴 했는데. 거기도 미안해서 뭘 좀 드릴까 하다가 가방을 뒤지니 여행초반에 감기를 달고왔던 지라 예비로 챙겨왔었던 한국산 목캔디가 있어서 그것을 드렸다. 그 자리에서 바로 터푸하게 까먹으시는거 보고 기분이 좀 좋아졌다. 인포의 아이는 지금 생각해보면 왜 줬나 싶기도 하고. 여튼 번호를 따였다. "한국에 일자리 없냐?" 이런식으로 물으면서 나중에 올거라고 하길래 "그래 오면 연락해" 하면서 번호를 주긴 했다. 이메일주소도 줬다. 메일오면 뭐 답장하면 되겠지. 근데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은 없다.
공항은 그렇게 큰게 아니었고. 여튼 그래도 비교적 사람이 적은 이 벤치쪽 구역에서 누워 자버렸다. 이미 조 앞에 다른 승객도 하나 주무시는듯. 바로 앞에는 이슬람신자들을 위한 기도실이 있어서 사람들 자주 들락거리긴 했는데 그닥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그렇게 여섯시간 넘게 저 벤치와 한몸이 되어 시간을 보냈었다. 그리고 웃겼던게,
저 ATM들 뒤로 전기선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그리고 멀티탭에 빈구멍이 딱 한개가 있는데 나는 저기서 핸드폰 충전을 했다 :-) 그러면서 사진에서도 보이는 흰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이런 내가 신기했는지 주변 청년들은 눈여겨 보다가 내가 다시 벤치로 가서 드러누우니 본인들도 차례로 돌아가며 충전을 했다. 뱅기탈시간이 다가와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충전을 하려고 하니 그 뒤로도 나를 따라하는 사람들이 계속 밀려있어서 대기를 타야할정도. 하는 짓거리들이 좀 귀여웠음.
Happy New year!
비행기 탑승시간이 2018년 새벽 0시50분이었던지라. 우리모두는 대합실에서 새해를 맞았다. 물론 한국시간으로는 아니었지만. 여튼 누군가들은 샴페인을 터트리고 누군가들은 케잌도 먹고 흥겨운 분위기가 펼쳐졌다. 보니까 작은 대합실에는 방콕으로 가는 사람들과 한국으로 가는 사람들도 나뉘어져 있는 것 같았다. 서로 음식들도 돌려먹고 나는 가진게 초코렛뿐이었지만. 그러다 0시가 되는 순간 모두 다함께 카운트다운을 하고 서로 축하하기 시작했다. 공항밖 어디선가에서는 폭죽터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기도 했다. 진짜 넘나 소중했던 순간. 새해를 공항 대합실에서 맞다니. 사실 이런걸 기대하고 뭔가 2017년 오스나 여행의 해를 마감하기 위한 장소는 공항이 좋을것 같아서 일부러 일정을 이렇게 잡았던 것도 있다.
그리고 한가지 아찔했던 순간은 뱅기 탑승직전에 핸드폰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은 것. 미췬듯이 되돌아나가서 일단 아까 들렀던 화장실에 가보니 없어서 좀 포기하는 마음...그리고 억장이 내려앉는 심정으로 아까 대기하고 있던 자리에 가보니 앞자리에 계셨던 신사분께서 챙겨놓고 계셨다. 동영상 마지막에 나온다. 넘나 고마워서 땡큐를 연발하며 악수까지 청했다. 약정도 안 끝난 내 V20.. 하마터면 카자흐스탄에서 강제이별할 뻔했다.
이제는 정말 탑승. 짧지만 길었던 모든 여정이 마무리되는 순간. 언제나 한결같은 중국, 이번 2017년 여행지중에 가장 러블리했던 그리스. 그리고 다시 올 것만 같은, 와야만 하는 터키. 그리고 넘나 강렬하고 매서운 추억으로 남아있을 카자흐스탄도 모두모두 안녕. 이제 정말 다시 직딩의 신분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