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2 놀이 + 돌마바흐체궁전 + 터키뱌뱌
고등어 케밥을 찾아서..
에미뇌뉴 트램역에 내렸더니 사람들이 개많았다. 교통의 요지정도 되는건가. 우야된동 이 역 근처에는 신시가지로 건너 갈수있는 갈라타 다리가 있음. 그리고 다리 밑에 어딘가에서 고등어케밥을 먹을수 있다고 했음. 일단 다리 밑으로 가보자.
분명 고등어냄새는 나는데 포장마차가 있을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다리 밑으로 레스토랑이 수십개가 있는데 스윽 둘러보면서 지나치는데 점원들이 메뉴를 펼쳐보이며 호객행위를 하신다. 에미뇌뉴역 근처의 입구로 내려가서 끝까지 갔다가 다시 다리 위로 올라가서 이번에는 건너편 쪽으로도 가봤는데 예상하고 왔던 고등어케밥 "포장마차"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내가 잘 못찾은건가? 근처를 배회해 보았지만 그리고 페리에서도 다가가 보았지만 포장마차 비스무리한건 군밤이랑 옥수수 파는것 밖에 안 보였다.
결국 처음 아까 갔던 다리 초입 근처, 레스토랑이 줄지어져있던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배고프니 조금 승질이 나서, 아까 먹었던 개맛없던 옥수수가 생각이 나서 더 승질이 나서, 자꾸 말시키지 말라는 뜻에서 또 승질이 나서 호객행위들은 죄다 씹으면서 걸어가는 중이었다. 그러다 한 아저씨가 메뉴를 보여주고 또 설명을 하길래 너무 답답해서.. 나는 이런 음식이 아니라 케밥을 먹을것이라는 의미로, "샌드위치! 인 더 미들 피쉬!!" 어쩌고 저쩌고 바디랭기지와 텔레파시를 섞어 말하니 올타쿠나!!하는 감탄사를 외치시더니 어서어서 싯다운 싯다운 한다. 응? 너님이 고등어케밥을 가져다 줄수 있다고? 그럴리가? 여기는 포장마차가 아니잖아. 그냥 고급식당아닌가? 반신반의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진짜 아냐고?? 정말 아냐고?? 하니 자기가 안다고 걱정말라고 걱정말라고.
와놔 왜 해외만 나오면 언젠가부터 생선이 이렇게 땡기는지. 특히 우리나라와 먼 곳일수록 더더욱. 남미에서도 생선찾아 삼만리 했던게 생각이 나는군. 아무래도 일본과 멀어서 방사능에 오염이 안 되었을것만같은 그런 생각때문인가. 어차피 그 바다가 그 바다고 그 물고기가 그 물고기일테지만 그래도 그냥 많이 먹어야 할것 같은 의무감이랄까나~~~ 우야된동 결론은 하나 더 먹고 싶을정도로 맛있었다. 하나 더 먹을껄. 좀 후회스럽다. 아니다. 뭐 이따가 집에가서 해먹으면 되잖아여 오스나씨. 여긴 한국입니다.
예상치 않았던 평화로운 오후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꽤 오랫동안 떠들었다. 옆에 삐끼들도 놀러와서 서넛이 모여서 함께 떠들었다. 정말이지 편안하던 시간. 왜 나는 이슬람애들이 편할까? 전생에 우즈벡에 있는 히바왕국의 공주였기때문에 그런가? 전생의 내 민족들을 알아보는 것인가?
근처에 있던 어떤 삐끼청년이 자기 이름을 소개하는데 왠지 어딘가의 블로그에서 본 이름인것도 같았는데 아직도 정체를 모르겠다. 어떤 블로그에서 그 사람네 집에서 케밥 맛있게 먹었다고 올렸던것 같았는데.. 그저 동명이인이겠거니.
우리 식당 삐끼청년은 알고 보니 보기와는 다르게 나보다 한살 어리고, "우리는 퍼펙트한 커플이 될거야." 라는 소리도 웃으면서 받아주고 했더니 차도 한잔 가따줬다. 그리고 알고보니 우리 식당 삐끼청년은 참으로 능력자였다. 나랑 수다를 떨면서도 맡은 바 주어진 업무는 다하신다. 다른 식당 삐끼들에 비해 현저히 손님을 낚는 성공률이 높았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거기 앉아있어서 그랬던것 같다.. 내 앞 뒤 가게들은 텅텅 비어있었거든. 나래도 누군가 앉아있는 식당에 가겠다.
아까 그 우리식당 삐끼청년 친구네 가게에도 간다고 약속했는데 시간도 없고.. 가면 또 빈둥거릴것 같아서 자리를 뜬다. 그 우리식당 삐끼청년 친구가 자꾸 우리식당 삐끼청년 믿지 말라고 하도 그래서 맘상했는지 우리식당 삐끼청년은 내가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도 저지하지 않고 가던길을 가게 냅뒀다. 그리고 구글지도를 보고 아무 항구나 찍어서 여기 페리타고 어케가냐 물어봤는데 아무 소리도 못한다. 뭐지? 페리 안타고 다니는 것인가.. 왜 모르냐아.. 자꾸 택시타랜다.. 택시는 싫소.. 대항해시대에 택시가 웬말인가!! 나는 페리를 타야 하오... 이만 총총
대항해시대2 놀이 성공
그리고 드디어 페리를 탔다. 에미뇌뉴까지 다시 걸어가서 탔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항구를 향해 가는지 이런건 처음에는 신경쓰다가 나중에는 관심없었다. 지도보고 지명 맞춰보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도착해서 대기중인 것들을 타고 계속 돌아다녔다. GPS켜서 여기가 어딘지 정도만 확인하고 개추움에도 불구 나는 바다위에 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이제 내려서 로도스섬에서 만났던 터키부부가 알려준 돌마바흐체궁전에 가보기로 한다. 저 정도면 걸어서 갈 만도 하고 그냥 억지로 끼워맞추는 거지만 여기를 오기 위해 나는 그 페리들을 탔었나보다. 허허.
돌마바흐체 궁전 도착
그리고 드디어 도착. 요 궁전은 서구화 땜시 국운이 기울어 가던 오스만제국의 부흥을 꾀했던 압둘 메지드 1세가 건설한 궁전이랜다. 외관은 다를지 몰라도 관람하는 내내 청남대가 생각이 났다. 비가 쪼매 올랑말랑 하는데 네버마인드. 저는 실내에 있을거니까여. 무엇보다 여기 정말 잘 왔다고 느낀것은 입장료가 60리라였는데 국제학생증으로 5리라에 입장한다. 이거 진짜 너무 싼거아님? 알고 온게 아니라 예상치 못했기에 더더욱 넘나 좋았음. 참고로 오스나씨는 2017년에 잠시 대학원생 신분을 겸하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무려 30을 훌쩍 넘은 나이였음에도 불구 ISIC 국제"학생"증을 만들어서 여행에 임했다고 합니다.
궁전내부구경
예전에 타지마할 들어갈때 발바닥에 둘렀던 봉다리를 여기에서도 신발에 두르게 한다. 그럴만도 한게 카펫도 비싸보이고 이 궁전자체가 여기저기서 특히 유럽에 한딱가리하는 장인들의 무언가를 마구 가따놓은 곳이라 그럴수밖에 없는듯. 한마디로 우리나라 덕수궁 석조전 같은 곳이려나. 즈언혀어 이슬람스럽지 않은 서양식 건물이다. 심지어 난방도 라디에이터로 한다고 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쓰다가 지금은 중앙난방형식으로 바꿨다고. 아니 근데 이런걸 나는 왜 기억하고 있는거냐?
사실 여긴 대부분 사진촬영이 금지되었던 곳이라.. 넘나 이쁘고 사랑스러운 곳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관계자들 진짜 엄청 무서웠다.
그림도 많다. 주로 전투를 그린것들이 많다. 특히 철천지 왠수-0-인 그리스와의 전투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내가 젤 관심이 가서 꽤 보고 있던 그림은 바로 요거.
이제 슬슬 나갑시다. 다 본 것 같구려. 오디오가이드가 설명을 되게 잘해줘서 좋았다. 아야소피아꺼는 업데이트좀 해야겠던데 여기꺼는 최신식이다. 나름 장치가 되어있어서 번호를 누르지 않고 그 근처에 가면 오디오가이드 님하가 설명을 시작하셨음. 덕분에 지금 이렇게 오래 되었어도 기억이 난다.
이제 터키는 마무리모드로
돌아오는 길은 근처 트램역까지 걸어가서 편하게 앉아서 왔으나... 배낭 찾고 공항가는 길은 참으로 험난하였다. 비는 오고 딱 퇴근시간이고. 비도 생각보다 많이 와서 추적추적 맞고 다녔는데 배낭은 커버가 있어서 괜찮았지만 옷이 방수가 되는 옷이 아니라 그대로 홀딱 젖어버렸다. 스파르타에서 비 맞고 다닐때 입고다녔던 바로 그 옷이다. 어째 이거만 입으면 비가 오는 것 같다?
정말이지 9호선 급행을 방불케하는 사람들. 그래도 터키 남성들의 배려로 자리가 남아서 다른이들보다 비교적 빨리 앉긴했다. 자리가 하나 생기니 좀 미안할정도로 앉으라고 권하는데 아마도 내가 메고 있던 배낭이 자꾸 사람들한테 피해를 입혀서 그랬던것도 같고 비에 맞은꼴이 불쌍해서 그랬을지도. 사람들도 가뜩이나 많은데 배낭을 둘 공간따위는 있을리가 없다. 무릎에 배낭을 앉히니 앞이 하나도 안보였다. 그렇게 트램 종점까지 가서 무사히 지하철에도 탑승. 지하철은 그래도 트램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근데 하나 문제가 생겼다. 공항을 몇정거장 남기고 지하철이 자꾸만 섰다.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져오고 이대로 멈추면 나는 어찌가야하나. 아까 남은 돈 탈탈털어서 비 맞는 와중에도 터키에서 유명하다는 핸드크림과 장미수를 구매했던지라 택시비도 없는 상황. 기장님하는 불을 켰다껐다를 반복하며 억지로 억지로 한정거장 한정거장을 진행했다. 최대한 공항까지만 가라..싶은 마음에 하철아 달려라를 외치고 있었건만 결국 지하철은 멈춰버렸다. 그나마 다행인건 철로 위에서 선게 아니고 어떤 역에서 섰다.
드디어 이스탄불 사비하 공항이 아닌 아라튀르크 공항
도착 못하나 싶었는데 공항에는 무사히 시간 넉넉하게 도착. 근데 이상한게 발목을 잡는다. 내가 타려던 비행기는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거쳐서 인천으로 가는 에어아스타나. 근데 보니까 알마티에서 여기저기로 환승하는 승객들이 많은듯 한데 그 중에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도 있는것 같다. 체크인하려고 줄을 서있는데 나의 여정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고 있는 공항관계자가 내 여권을 가져가더니 한참을 안 준다. 그리고 알고보니 내 앞쪽에 있던 한 터키인 부부가 나와 같은 여정이라고 한다. 한국에 왜 가느냐고 물으니 이미 여러번 가본 경험이 있고, 한국인 친구가 부산에 있는데 아버지가 아프셔서 가는 길이라고. 그리고 알마티에서 16시간 경유는 너무나 끔찍하다고 투덜거린다. 공항밖에 나갈거냐고 물으니 왜 나가냐고 공항에 있을거랜다. 이번에는 남편이 굉장히 심각하고 짜증나는 표정으로 "거기는 위험해." 라고 한다. 응? 내가 모르는 사실이 있나? 내가 보기엔 걸핏하면 폭탄터지고 IS랑 쌈질하는 터키가 더 위험해 보이는데. 그래서 뭐가 무섭냐고 물으니 "아 말해뭐해. 말할 가치도 없어. 그냥 무섭지."라고 한다. 흠-_-?? 뭐 그런다고 해서 안나갈 내가 아니지만. 생각해보니 터키인들이라 비자가 필요해서 그런걸까? 아니면 러시아계애들이랑 사이가 안 좋은건가? 모르겠드아.
그리고 갑자기 앞에 있던 어떤 여자애가 한국말로 "언니! 언니!" 거린다. 자기는 우즈벡 사람이라고 하면서 우즈벡에도 놀러오라고 한다. 뭐 그래서 이미 다녀왔다고 해주고는 혹시 고려인인가 싶어서 고려인이냐고 했더니 말조심하라는 듯이 조용히 하란다. 고려인이라는게 알려지면 좀 그런건가? 떠듬떠듬 한국말을 하는데 알고 보니 애가 아닌 애가 있는 애기엄마네. 애기랑 화상통화 하는 것 보고 알았다. 터키에서 일하는 우즈베키스탄 사람인것 같다. 굉장히 친근하게 굴었는데.. 그리고 아까 그 터키인 부부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나는 pp라운지에 가야하므로 몰래 슬며시 사라진다.
무려 라운지에서 샤워도 했다. 하는길이 무척 험난하긴 했지만. 부스는 3개인데 그나마 하나는 고장나있고. 앞사람이 싯고 나오면 구석구석 청소까지 하는통에 시간이 엄청 걸리는 듯 했다. 슬리퍼 신고 정말 엄청 많이 기다렸다. 언넝 싯고 좀 쉬고 싶은데 차례는 쉽게 오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어서 그냥 샤워실 앞에서 대기하며 청소아줌마랑 신경전을 벌이고 앞에 들어갔던 인도 여자인지 너무 안나와서 신경질부리고 여튼 생쇼를 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무개념.. 뒤로 사람들 그리 많은데 안에서 뭐하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바닥은 이미 물바다였지만 아즈매가 청소 하려는것도 그냥 대따고 나 그냥 싯는다고 뿌리치고 그냥 싯고 나왔다.
게이트에서 탑승하려는데 좀 실갱이가 있었다. 아까 그 친근하게 굴던 우즈벡여자애가 짐때문에 고생하는 듯 했다. 원래는 추가요금내고 짐을 부쳤어야 했는데, 그걸 피하기 위해 엄청 많은 짐을 들고타려다 저지당하는 것 같았다. 항공사 직원이 와서 짐을 하나하나 특별히 체크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자 여자애가 나한테 '언니~ 짐 좀~'하는데 단호히 거절했다. 항공사 직원이 무섭게 쳐다보고 있기도 했고 이상한거 옮겨달라고 하는건 아닌가 하는... 갑자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어서. 둘은 실갱이 하는것 같더니 결국 또 다른 우즈벡인인지 여튼 누군가가 짐을 대신 들고 타준다고 했다. 그녀 짐에는 과자도 보이고 이것저것 뭐가 많았다. 생각해보니 해피뉴이어라 휴가라 집에 가는 거였나봉가. 단호하게 거절해서 미안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그 이후로 그 여자애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음.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내려서 돌아다니려면 무조건 자야된다. 의무감에 일부러 잠에 빠져들기로 했다. 기내식도 안 먹을거다. "기내식 먹을때도 깨우지 말라, 두 낫 디스털브."가 적힌 에어아스타나 제공 안대를 쓰고 잠에 들었다. 어차피 라운지에서 이것저것 먹었고 자야되는 밤인데 무슨 밥이냐. 근데 옆자리 비어서 좋아했는데 이게 3개짜리 좌석이라 복도쪽에 앉아있던 여자가 두자리 차지하고 자는통에 개짜증이 났다. 적어도 내 자리까지 넘어오는건 좀 아니지 않나. 신경질도 많이 부리고 거칠게 치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니 아까 그 터키부부였던것 같기도 하네. 내 사람 아니면 원래 얼굴 기억 잘 안해서리. 에이 몰라.
다시 볼때는 카자흐스탄에서. 짧았던 터키는 이제 안녕.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