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이 아닌 구조에서 답을 찾기
나는 20년간 10개의 회사에서 일했다.
그중 5곳은 스타트업이었고, 3번은 직접 창업을 했다.
돌이켜보면 내 커리어의 80%는 스타트업이었다.
5천억 이상의 매출을 만든 회사도 있었고,
월 매출 1억 원을 넘기기조차 버거웠던 회사도 있었다.
그 간극을 가까이에서 오래 보았다.
성공한 회사의 이유는 비교적 단순했다.
하지만 실패하거나 정체된 회사의 이유는 늘 복잡해 보였다.
왜 그럴까.
비즈니스와 마케팅은 회사마다, 단계마다, 상황마다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누군가의 성공사례를 그대로 가져오려고 한다.
문제는 그 성공이 우리 회사의 맥락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열심히 따라 해도 이상하게 우리에게는 잘 맞지 않는다.
많은 회사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우리 팀은 실행력이 부족해요.”
“아이디어는 많은데 결과가 안 나옵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실행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강하게. 그렇게 밀어붙이면 해결될 것 같았다.
그런데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회의는 많은데 정리되지 않고, 전략을 세웠다고 말하지만 우선순위는 흐릿하고,
사람을 바꾸면 나아질 거라 기대하지만 상황은 되풀이된다.
그때부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실패한 회사들 중 열심히 하지 않은 곳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더 지독하게 치열했다.
야근도 하고, 고민도 깊게 했다. 회의도 많이 했다.
그런데도 왜 멈춰 있었을까.
한참을 돌아서 도달한 결론은 단순했다.
문제는 실행이 아니라 구조였다.
정체된 조직을 조금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공통점이 하나 보인다.
생각을 정리하는 프레임이 없다.
매출이 안 나온다고 말하지만 그래서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정확한 문제는 무엇인지 선명하게 정의하지 못한다.
문제가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실행도 방향을 잃는다.
그때 나는 알게 됐다.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은 구조의 문제라는 걸.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는 말을 점점 하지 않게 되었다.
방법은 회사마다 다르고, 정답은 상황마다 달라진다.
대신 이런 질문을 오래 붙들게 됐다.
지금 이 조직의 문제는 어디서 시작됐는가?
목표는 실제 선택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무엇을 하지 않기로 합의되어 있는가?
우리는 사람을 탓하고 있지만 사실은 구조 문제는 아닌가?
이 질문들을 하나의 틀 위에 올려놓는 순간 이상하게도 실행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구조가 생기면 조직은 억지로 떠밀지 않아도 움직였다.
이 블로그에서는 단기 요령이나 트렌드 정리는 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내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것, 성장이 멈추는 구조,
문제가 정의되지 않는 순간,
전략과 우선순위가 흐려지는 지점에 대해 기록하려 한다.
정답을 주기보다는 생각이 흩어지지 않도록 틀을 그리는 일.
어쩌면 이 글들은 누군가에게 조언이 아니라
함께 고민해 보자는 제안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만약 지금
“열심히 하는데 왜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실행을 더 늘리기 전에 조금만 멈춰서 구조를 그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나 역시 그렇게 돌아왔다.
이 글은
그 과정을 기록하는 첫 페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