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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문 Apr 04. 2023

뾰족한 나


나는 나 자신을 잘 모른다. 취업준비를 할 땐 더했다. 내가 무슨 사람인지 자기소개를 하기가 어찌나 어렵던지.


나는 밝은 사람이기도 하고 어두운 사람이기도 했다.

평균 이상 꼼꼼하지만, 평균이상 덤벙대는 사람이었다.

예의가 바른 사람이다가, 버릇없고 눈치 없는 사람이었다.

규정과 규율을 누구보다 중요시하면서도, 때론 반항에 앞장서는 사람이기도 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소심하게 말도 잘 못 꺼내는 사람이었다가, 대뜸 사람들 앞에서 웃기기를 시도하는 사람이었으며,

사람들을 돕는 것을 좋아할 만큼 이타적이기도 하면서, 때로 손해 보는 것을 못 참아할 정도로 이기적이기도 한 사람이었으며,

일에 미쳐있는 워커홀릭이다가도, 뺀질거리며 어떻게 더 누워있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으름뱅이였다.

MBTI 조차도 각 지표가 반반에 육박할 정도이니, 이렇다 저렇다 나를 정의하기가 정말 어려운 게 아닌가.


그렇다 보니 세상을 사는 방식도 그랬다. 모든 사람들과 적당히 친하고, 적이 없는 사람...


이런 내 모습은 사람들에게 그저 트집 잡히지 않는, 상처받지 않는 선택만을 해왔기에 나온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늘 상대방에게 맞춰주고, 대중이 싫어할 일은 하지 않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로, 그냥저냥 하게 살아온 내 모습이 아닐까.


요즘 보통의 사람들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선택장애’라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다들 남눈치 보느라 자신의 선호를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렇게 둥글둥글하게 살아서는 매력이 없지 않은가? 난 사실 조금 더 뾰족한 사람이 되고 싶다. 둥글둥글해서는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떠다니지 않을까?(음 그것도 나쁘진 않군...이라고 생각하는 지금조차도 우유부단한 나.) 사실 취업시장에서 원하는 사람도 조금은 뾰족한 사람이라, 난 더욱 뾰족함을 소원했는지도 모르겠다.


뾰족하게 되기로 결심한 이후로는, 내가 싫은 건 뭔지, 좋은 건 뭔지 꼭 하나 골라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사람들과 노는 것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좋아.

꼼꼼해야 하기보다는 덤벙거려도 빠르게 사는 것이 더 좋아.

예의가 바를 때보다 반항하고 눈치 없는 사람이고 싶다.

사람들 앞에선 소심하기보단 웃기는 사람이 되는 편이 좋겠다.

이타적이기보단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게으르기보단 워커홀릭으로 사는 사람이고 싶다.


그 외에도 계속 내가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는 중이다. 남들이 싫다고 해도, 남들이 불편해해도 좋은 내 모습은 뭔지를.


조금 불확실하더라도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를 뾰족하게 닦아 나가는 중이다. 언젠가 이 뾰족함으로 세상을 콕 찔러라도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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