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제법 대충 사는 인간이었구나.
이렇게나 무책임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2년의 공백기. 그동안 나, 참 많이 변했다.
누굴 도와주려 먼저 나서지도 않고, 자주 무책임해지고, 게을러졌다.
좀 못난 모습이지만, 그런 내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 번아웃이 오고 내 탓을 하는 것보다 편하고 좋다. 이렇게 못난 어른이 되었다.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여야 하며, 나 스스로도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어야 하며, 그 둘을 모두 챙기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꼿꼿이 서있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나는 좋은 어른이 되기를 포기한 걸까?
순수했던 어린 시절과 달리, 나는 좋은 어른이 되기보다도 나 자신이 편하고 좋기를 원하게 되었다. 한 보 더 이기적으로 변해졌다.
되고 싶지 않았던 어른이지만, 지금은 이것이 나를 지키는 일이라고 합리화를 한다.
조금 못난 어른이 되는 편이, 한 사람 몫을 못하는 어른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 사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이렇게 변해가는 내 모습이 조금 모자라보이고, 이전의 에너지와 순수함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미 더럽혀진 물을 여과시켜 내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다시 상처받을 결심을 해야 하는 큰 일이다.
굳이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순수해지고 싶은 욕심도 어이가 없지,
순수해서 힘들었던 것이 있어서 이렇게 변해놓고, 순수할 때의 그 이익만을 취하고 싶은 욕심일 터다.
좋은 것만 취할 수는 없다.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
완전히 못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팽팽하게 당기는 힘. 가끔씩 치우치더라도 균형을 지향하는 데에 의미를 둔다.
그렇게 아등바등 지내고 있다. 더는 같은 이유로 아프지 않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