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많은 나에게 보내는 편지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준다면 어떤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릴지 생각해봤다.
오늘이 쌓여서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모여 한 달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 그리고 일 년이 흐른다.
내가 겪은 오늘의 일은 어제의 사건이 되고,
오늘 느낀 감정은 어제의 기억이 된다.
그래서, 오늘에게 붙여주는 이름은 '괜찮아'로 하련다.
무엇이던 먼저 걱정하고 발동동 예민한 내가 오늘의 하루는 그래도 괜찮아,
내일이면 또 다른 괜찮은 하루가 올 수 있도록
2021년이 끝나가고 쌀쌀한 공기로 가득 채워진 새로운 장소, 새로운 환경에서 열심히 적응 중인 내가 가끔 텅 빈 껍데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절대 넓지 않은 자취방이 오늘따라 왜이렇게 커보이는지.
작은 자취방의 쓸쓸한 온도가 문을 연 순간 냄새로 느껴지면 우울이 파도처럼 무섭게 다가와 껍데기뿐인 가벼운 나를 삼켜 데려가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나, 그래도 괜찮아.
괜찮은 오늘의 하루가 있었고 내일의 나는 더 괜찮아질 것을 준비하며
소중한 사람이 준 부드러운 핸드크림을 괜스레 손등에 듬뿍 발라보기도 하고
그동안 써왔던 일기를 들쳐보며 어렸을 때의 나를 회상하기도 한다.
그러면 오늘처럼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가 선물처럼 등장하기도 하고, 깔깔 웃다가 가게에 반사된 거울로 내 모습을 볼 수도 있지.
맛있는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눌 수도 있고
며칠 못봤다고 벌써 그리운 가족들과 전화로 미주알 고주알 수다를 떨며 오늘 하루의 나를 얘기할 수도 있지.
익숙한 향기가 남은 푹신한 이불에 파묻혀 할 일은 잠시 미루어두고 잘 수도 있어
오늘에게 붙여준 이름이 더 따뜻하게 다가오는 밤에 걱정 많은 나에게 보내는 편지도 이만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