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하얏트 <모두를 움직이는 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숱한 인생 계획을 세웠다. "10년 뒤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보면 이루어진다, 기도제목을 쓰고 매일 같은 시간에 기도하면 꿈이 이루어진다, 인생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면 무조건 이루어진다, 3년 5년 10년 단위의 계획을 세우면 이루어진다"는 등 정말 질릴 정도로 많은 로드맵을 그렸다. 토 나올 정도로 말이다. 이런 방법을 알려준 작가나 강사들은 이렇게 해야 꿈을 발견한다며 서로가 침을 튀기며 말했다. 본인이 이 자리에 서가까지 얼마나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는지, 꿈과 나름의 계획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그 방법'을 반드시 활용할 것을 '서로' 강조했다.
돌이켜보면 전형적인 '일반화의 오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마다 처한 맥락이 달라 꿈을 계획하는 방법이 통할 수도,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일부 강사들은 자기가 개발한 꿈 패키지를 돈 주고 사라며, 자세한 코칭을 받으려면 연간 정기권을 끊어야 한다는 압박 아닌 압박을 하기도 했다. 물론 그런 건 안 샀다. 돈도 없을뿐더러, 그런 데 돈을 투자해봤자 돌아오는 건 딱히 없을 것 같아서였다. 아마도 그들은 요즘 말하는 '팔이피플' 아니었을까 싶다. 꿈을 이루고 싶은 순수한 사람들에게 듣기 좋은 달콤한 말을 하며 돈을 버는 그런 부류 말이다.
당시 꿈을 찾느라 허우적댔던 나는 실컷 계획해놓고 하나도 이루지 못한 자신을 정말 많이 질책했다. 꿈도 못 이루는 멍청이라고, 나 같은 게 뭘 할 수 있겠냐며 가혹한 말을 내뱉였다. 너무 실망한 나머지, 꿈과 비전 따위는 내팽개치고 현실에 집중하며 내공을 쌓는 데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와중 오랜만에 '비전'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 역시 비전 세우기는 뜬금없고, 비현실적이고 막막하다는 걸 <모두를 움직이는 힘>을 보며 다시 한번 느꼈다. 책이 정의하는 '비전'은 다음과 같다.
"비전은 조직의 미래에 대한 확실하면서 실행 가능하며 매력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그림이다."
"비전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미래의 그림이다. 만약 당신의 비전이 당신을 살짝 겁먹게 할 정도로 크고 도전적이라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어릴 적 내 비전은 개발도상국에 예술학교 만들기였다. 그땐 그냥 학교 만들기가 끌렸다. 뭔가 매력적이고 멋있어 보였다. 재능은 있지만 돈이 없는 학생들이 내가 세운 학교에 가서 예술활동을 하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학교 이사장으로서 돈 많은 기업 위주로 강연하면서 후원식으로 자금 조달을 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땡전 한 푼 없는 일개 학원강사였다. 주변에 내 꿈에 동의할만한 사람도 없었고 모두가 비웃을 것 같아 두려워 이 비전을 속으로 삭혔다. 그리고 현생을 사느라 이 원대한 꿈은 서서히 잊혀갔다.
지금의 내 비전(보다는 소망)은 형태가 바뀌어 '효율적으로 행복하게 살도록 안내하기'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가진 것을 만족하지 못하고 비효율적으로 사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각자 나름대로 장점이 있는데,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고 엉뚱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게 솔직히 답답했다. 뱁새가 황새 따라 하다 가랑이 찢어지는 것처럼, 당장 바꿀 수 없는 문제에 몰두하느라 혼자서 '괴로움'을 짊어지는 게 안타까웠다. 그냥 그들에게 "제발 좀 이 방법을 써서 효율적으로 행복하게 살아보세요!"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들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비전 스크립트를 작성해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책은 "명확한 비전이 없으면 좋은 기회가 와도 잡지 못한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지금 딱히 어떠한 비전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대부분이 비전에 대해 평소 생각하지 않았을 거라 조심스레 추측한다. 먹고사니즘에 치여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는 데 익숙한 나머지 나와 회사의 비전을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골치 아픈 문제로 취급했을지도 모른다. <모두를 움직이는 힘>은 이것을 '저항'이라 부른다. 동료에게 실망을 줄까 봐, 괜히 말했다가 창피당할까 봐,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 자신에게' 실망할까 봐 선뜻 비전을 세우지 못한다. 책은 비전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
"삶에 상수는 많지 않은데, 저항은 상수 중 하나다. 마찰 저항이 없는 비전은 없다. 최고의 사람들도 어려움, 오판, 좌절, 실망 그리고 다른 모든 장애물에 직면한다. p.236"
하지만 우리는 언제까지나 끌려다니는 삶을 살 수 없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목적'을 발견해야 할 때가 찾아온다. 이때 평소 마음의 준비를 한 사람은 차분히 비전 수립을 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방황을 하다 아까운 시간을 낭비할지도 모른다. 두려워도, 막막해도 숨을 고르며 저항을 이겨내며 형태를 바꿔가며 비전을 세울 필요가 있다.
"난관에 부딪혔을 때, 저항에 직면했을 때, 해답은 난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그 너머의 것이 당신에게 왜 중요한지를 기억해야 한다. (...) 그 어떤 경우든, 우리는 우리의 비전을 고수해야만 한다. p.246"
<모두를 움직이는 힘>은 비전을 따라 살기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3가지 마인드셋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할 만큼 하고 포기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비전이 있는 누구나 퇴짜를 맞고 밥먹듯이 거절을 당한다. 지금 천문학적인 돈을 번 혁신가들도 처음에는 아싸 중 아싸였다. 하지만 그들은 비전을 따라 사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원대한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나아갔다. 방법을 바꿔보고,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런 '끈기' 덕분에 혁신가들은 자신의 비전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었다.
장애물은 비전에 대한 헌신을 시험하는 기회다. 우리 인생은 여러 과정에서 진정성을 발견하기 위해 장애물을 놓는다. 이것은 우리를 망하게 하려는 게 아닌 '성장'을 위함이다. 여기서 만약 우리가 비전을 향한 진정성을 잃는다면 세파에 휩쓸려,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지 못한 채 삶의 엑스트라가 될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면 절대 진정성을 잃어선 안 된다.
우리는 직관을 억누르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직관은 우리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데 필요한 길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비전을 발견하고, 여기에 맞춰 살고 싶다면 반드시 '용기'를 품어야 한다. 남을 설득하기 위한 헌신과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절대 안주하거나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할 그 '용기' 말이다.
나는 지금도 구체적인 비전을 잘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모르는 척할 수도 있겠다. 비전을 세우기 귀찮아서, 힘들어서, 손가락질받을까 봐 두려운 나머지 내면에 숨겨진 비전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비전을 발견하는 일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느라 고통스러워도 인생 목적을 발견하는 데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마치 미지의 땅을 찾아 여행하는 '탐험가'처럼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묻고 답하며 큰 그림을 하나씩 그려나갈 것이다.
그러니 살아갈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전이 안 보인다고 좌절하지 말자. 앞서 소개한 3가지 마인드를 기억해 현실에 굴복하고, 포기하고, 그냥 살아가기로 마음 먹지 말길 바란다. 온전한 하루를 사는 데 먼저 집중하며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자. '나 같은 건 해낼 수 없다' 같이 제약을 가하는 생각이 찾아올 때마다 '배우고, 조언을 구하면 해낼 수 있다' 라며 자유를 주는 진실을 자신에게 알려주자.
불가능이란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주어진 대로 세상을 사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나약한 인간이 만든 그럴싸한 표현에 불과하다.
- 에이미 레토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 중 많은 이가 자신들이 성공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는지 깨닫지 못한 채 포기한다.
- 토머스 에디슨
<참고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