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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Oct 16. 2021

조던 피터슨의 화려한 언변에 쫄 필요가 없는 이유

위고 메르시에 <대중은 멍청한가>

사람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활발히 활동하지 않지만, 웬만한 SNS 계정은 다 갖고 있다.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요즘 유행하는 것은 무엇인지 재미 삼아 찾는다. 때로는 이것 때문에 의도치 않게 시간을 낭비하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주작'에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방송이 알고 보니 다 짜고 친 고스톱이었거나, 진짜로 믿고 있던 개념이 가짜 전문가가 만든 이론이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과거와 달리 요즘 콘텐츠 이용자들은 방송에, 기사에 쉽게 현혹되지 않는다. 극단에 치우친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오히려 일부러 주작인 걸 알고, '그래, 어디 한 번 들어보자' 라며 기분 전환용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수많은 지식인이, 각종 매체가 '대중은 무식하다'라는 표현을 '그들의 언어'로 사용해 대중의 멍청함을 돌려서 표현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인이라면 잘 알고 있는 영화 <내부자들>의 대사가 있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반론을 제시하는 책이 있다. 바로 <대중은 멍청한가>이다. 이 책은 오히려 사회지도층, 지식인들이 기이한 사상을 가졌던 일이 흔했지, 과거부터 대중들은 그런 사상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대중의 멍청함에 대한 오해를 풀 것을 강조한다. 오히려 대중은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알며, 나름의 가치관을 갖고 특정 인물의 생각에 동의하는 똑똑함을 가졌다고 책은 언급한다. 관련된 구절을 살펴보자.(본문 p.394)


"우리는 남의 말을 쉽게 믿지 않는다. 새로운 생각에 저항하는 쪽으로 기우는 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우리를 설득하려면 오래전에 구축되어 조심스레 유지된 신뢰와, 명확히 입증된 전문 지식과 견실한 논증이 필요하다"


"과학과 미디어 등 정확하지만 반직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관들은 힘겨운 반발을 마주하면, 튼실하게 짜인 신뢰와 논증의 고리를 따라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며 그 메시지의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중은 멍청한가>는 예외적으로 우리가 과도한 신뢰를 갖고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이론을 믿을 때가 있다고 말한다. 원인은 바로 '카리스마를 지닌 권위자'이다. 사람들은 종종 권위자를 지나치게 떠받들고, 실제보다 더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조던 피터슨'을 비판하며, 저자는 그의 난해하고, 장식적인 문장을 쓰는 방식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피터슨 교수의 저서 <의미의 지도>의 일부를 인용하며 우리에게 이 문장의 뜻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미래의 끊임없는 초월성은 과거에 역사적으로 결정된 모든 시스템의 절대적인 충분성을 파괴하는 역할을 하고, 혁명적인 영웅이 개척한 길이 앞으로도 꾸준히 구원의 길이 되게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전문가, 권위자의 말이라면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쉽게 믿어버릴까? 책은 3가지 근거를 들며 우리가 빈약한 이론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이유를 설명한다.




첫째, 평판과 신뢰


우리는 과거의 성과와 그 사람이 우리에게 소중한 정보를 제공해준다고 판단할 때 전문가를 믿는다. 그래서 전문가가 틀린 주장을 펼쳐도 '그런가 보다' 라며 받아들인다. 특히 위협과 위험을 전해주는 사람일수록 더욱 유능하다고 짐작해, 의도와 달리 유언비어가 퍼져나가는 데 한몫을 한다.


"복잡한 이론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지도자들에게는 존경과 경의가 표해지고, 이런 공경 덕분에 다른 사상, 즉 지적으로 일관된 체계를 마련하려고 있는 전문가들이 빚어낸 사상은 쉽게 전파된다. p.337"


둘째, 낙수 효과


전문가의 주장을 적절히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주장이 새로울수록 진실인지, 거짓인지 밝히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소수의 전문가가 해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 집단에서 멀어질수록 단서는 '퀄리티'가 떨어진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조악한 단서'로 신빙성 있는 이론인지 판단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는 이것을 악용해 대학의 권위, 자격증 등을 내세워 자신의 '조잡한 이론'을 내세워 대중에게 설득시킨다.


"사이비 과학자들은 자격증을 그럴듯하게 이용하고, 올바른 개념을 주장해 얻은 받사 학위와 대학 인증서를 과장되게 선전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조악한 단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여하튼 조악한 단서는 합리적인 흐름을 반영한다. p.341"



셋째, 권위자 효과


난해한 표현으로 자신의 이론을 전파하는 전문가들은 '모호함'을 강점으로 이용한다. 사람들은 그들의 터무니없는 진술을 해석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 행위가 '지적인 활동'이며, '가치 있는 활동'이라 생각한다. 특히 그들을 추종하는 '제자'들은 그들의 이론을 신성시하고, '우매한' 일반인은 감히 다가갈 수 없도록 우상화시켜, 말장난과 문장을 뒤튼 글을 매우 경건한 태도로 해석하는 것을 차별화된 행동으로 여겼다.


"대가의 말씀에 깊이 숨겨진 진실을 밝힌 것이라는 폭넓은 추정이 확립되면, 반대 의견을 인정하는 행위는 지적인 실패로, 더 나아가 배척받아 마땅한 반역 행위로 비추어진다. (...) 그들의 모호함은 평론가들의 매서운 눈에서 그들을 지켜준다. p.345"




결국, 우리는 전문가의 화려한 언변에 쫄 필요가 없다. 정말 실력 있는 전문가는 중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쉽고, 명확하고, 간결한 언어로 이론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강원국 작가는 "잘 쓴 글이란 술술 읽히는 글이다", 유시민 작가는"훌륭한 글은 뜻을 잘 전달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 말하며 실력자일수록 쉽게 설명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니 기죽지 말자. 전문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90%는 전문가가 잘못한 것이라 보면 된다. 나머지 10%는 정말 우리가 배경지식이 부족해 못 알아듣는 경우라 생각하면 된다. <대중은 멍청한가>는 다음 문장을 이용해 '비판적 사고'를 가지며, 귄위를 맹신하지 않는 대중이 되길 강조한다.


어떤 주장이 복잡한 단어들을 뒤죽박죽 뒤섞어 놓은 것처럼 보이고, 맥락에서도 이해가 되지 않고,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정말 그렇게 뒤죽박죽 뒤섞어 놓은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권위자의 능력과 지혜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우리는 추종자들로부터 권위자를 들먹이는 이점을 빼앗고, 권위자에게서 추종자를 등에 업으려는 이점을 박탈할 수 있다. p.349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20657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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