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데이비스 <전념>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장르불문 고민상담에 단골로 등장하는 질문이다. 자신의 삶을 타인에게 묻는다. 내가 찾지 못하는 정답을 나보다 똑똑하고, 돈 많은 누군가가 해결해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그들에게 '사는 방식'을 물어도 만족할만한 답을 얻는 건 극히 드물다.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오직 자신만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요소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사실을 깨닫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여전히 사람들은 인생의 여러 선택지에 방황하며,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고 괴로워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간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흔들리며' 사는 걸까?
피트 데이비스 저서 <전념>은 우리가 '액체 근대'를 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대인들은 어느 한 가지 정체성, 장소, 공동체에 스스로 묶어두기를 원치 않으며, 그래서 마치 액체처럼 어떠한 형태의 미래에도 맞춰서 적응할 수 있는 유동적 상태에 머무른다. 사람만 그런 것도 아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 역시 액체와 같은 상태를 유지한다. p.19
현대인은 '너무 많은 기회'속에 살고 있다. 평생 직장은 사라지는 중이고, 직업 형태는 다양해졌으며, 트렌드를 따르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불안 가운데 놓여 있다. 그래서인지, 어느 한 곳에 '애착'을 갖고 정착하는 것을 어색해한다. 괜히 정 붙였다가 고인물 되는 건 아닌지, 혼자 뒤처지는 건 아닌지, 빨리 변하는 세상에 나만 안주하는 건 아닌지 등 회의감을 느낀다. <전념>은 "마음을 온전하게 쏟아부을 수 있는 대상"이 있을 때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더 많이, 더 빨리 가질 때 행복할 거라 믿는 현대의 가치와 정반대다.
<전념>은 온전함을 실천하는 사람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한다.
전념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와 삶을 불안해하지 않는다.p.39
전념하는 사람들은 많은 기회가 널려있어도 그것이 나에게도 적용될 거라는 기대를 내려놓는다.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주어진 자원을 적절히 활용해 장점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한다.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날마다 성장하는 '과정 자체'를 의미있게 여긴다. 사소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현재 주어진 일을 꾸준히 하는 데 모든 자원을 투입한다. <전념>은 이러한 태도를 '사명 의식'이 있다고 표현한다.
사명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한계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에 사로잡히지도 않으며,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이해한다. p.168
이들은 남의 뒤꽁무니를 좇지 않는다.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이것을 실현시킬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비교에 사로잡히지 않고, 사소한 실패 때문에 좌절하지 않는다. 자신이 세운 거대한 '비전'을 향해 작은 걸음을 내딛는 데 최선을 다한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조화로운 자기 발전을 추구하며 헌신적인 자세로 '몰입'한다. <전념>은 이들을 '목적의식'이 있다고 말한다.
목적의식이 있는 사람은 상황에 끌려가기보다 먼저 나서서 상황을 주도한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외적 가치보다 내적 가치에 집중한다. 세상을 소비하기만 하는 소비자가 아닌, 세상과의 관계 속에 있는 생산자가 된다. p.170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과하게' 의식하는 한국인 특성상 명확한 목적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다. 괜히 알렸다가 망신만 당할까 두렵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당장 먹고사는 일도 막막해 죽겠는데 사명이고 목적 따위까지 생각하기란 머리가 아프다. 그러나 얄궂게도 자신만의 '목적'을 발견하지 못하면 앞으로 머리 아픈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불필요하게 시간과 돈 낭비를 하고, 심리적으로 고통받는 일을 자주 겪을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답 없는 삶에서 제대로 된 방향을 찾을 수 있을까?
실제로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다가올 상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상해본다. 특히 진로, 이직 문제로 고민할 때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게 좋다. "할 일 목록 중에서 내가 항상 제일 먼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무엇인가?"
선택은 생각보다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나름 객관적으로 분석해도, 결국 우리는 설명하기 힘든 느낌에 이끌려 결정을 내린다. 선택 직전 '내 마음'이 그것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평온하게 느끼는지, 아니면 불편하고, 불안하고, 어딘가 멀어진다고 느껴지는지 고민해야 한다.
존경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나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생각과 태도를 알면, 어려운 결정을 마주할 때 그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수집해보자. 인터뷰, 책, 관련 기사, SNS를 뒤져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려운 선택일수록 '장단점 목록'을 꼼꼼히 작성해야 한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유가 무엇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유혹이 차단된 장소에서 하는 것이 매우 좋다. 블레즈 파스칼은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를 "인간의 모든 문제는 방에서 홀로 조용히 앉아있는 능력의 부재에서 나온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작곡가 조 퍼그는 "내가 무엇을 선택했는지 입을 다물면, 나를 선택한 무언가의 소리가 들릴 것이다."라고 말하며, 조용한 장소에서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강조한다.
대책 없어 보이지만, 우리는 행동으로 옮기고 난 후에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안다" 속담처럼 일단 해보고 생각하자. 이것이 바로 목적의식이 있던 사람들이 망설임 없이 자기 길을 꾸준히 걸어갔던 비밀이다. 이들은 내가 모르는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 않았다. 환경운동가 킴벌리 와서만은 이렇게 말한다. "목표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오늘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그것만 생각했다."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걷던 사람들은 '목적'과 '한 걸음'에 집중했다.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 되도록 만드는 데 '전념'했다. 날마다 선택에 최선을 다했고 '단 한 가지'의 정답을 얻기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본능과 신념과 머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불확실한 미래라도 먼저 '작은 행동'으로 옮기며 완벽한 미래를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렸다. <전념>은 여전히 나아갈 방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격려를 보낸다.
우리의 삶은 저마다 의미가 있고 목적이 있다. 자신의 사명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의 목적을 좇을 때 우리는 처음에 우리에게 말을 걸었던 깊은 내부의 목소리에 가까이 머물 수 있다. 후회에 대한 두려움의 반대편에는 '목적의식'이라는 귀한 선물이 준비되어있다. p.169
사명과 목적을 찾고, 흔들림 없이 단단한 멘탈로 사는 건 어렵다. '액체 근대'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며 '전념'하는 우리를 유혹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 좋은 것이 있다고, 더 유익한 것이 있다며 우리의 몰입을 방해하고, 불안감을 가져다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해야 한다.
세상은 올곧은 태도로 '전념'했던 사람들이 바꿨다는 사실을.
전념하는 우리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참고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