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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Jun 04. 2022

말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반영한다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

내가 어떤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지, 어떤 표현을 어떤 상황에 반복적으로 사용하는지는 내 삶의 질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 -김이나


특정 언어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각자마다 고유한 느낌이 있다. "그냥 그러니까 그 사람이야." "OOO 답다" 같은 말로 누군가의 행동과 말을 특정 짓는다. 그냥, 모르겠는데 그냥, 그 사람 같다고 말이다.

최근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독서모임 그룹에 같이 속했던 지인이 내 브런치 글을 활용해, 어떤 단어를 자주 쓰는지 알아냈다. 파이썬, 자바(??) 같은 것이랑 거리가 먼 나는 그저 신기했다. 물건 정리, 생각 정리, 업무 정리는 정말 잘한다고 자부하는데 이상하게 숫자랑 프로그래밍 언어랑은 왜 이렇게 거리가 먼지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자주 썼다는 단어는 '자신' '독서' '글쓰기' '사람'이었다.


항상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자신'에 대해 생각했고, 영감을 줍줍하기 위해 잡식성으로 '독서'했고, 먹고살아야 하니까 기계처럼(?) '글'을 썼고, 사회성 안드로메다로 잘 보내는 성격 탓에 '사람'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철학자 하이데거가 말한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는 문장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쓴 단어가 나의 삶을 반영했고, 나의 존재를 규정짓고 있었다.


김이나 작사가가 쓴 <보통의 언어들>을 읽었다. 직업상 경영, 과학, 비즈니스, 자기계발서를 읽어야 하는 환경에 놓인지라, 감성을 챙기기 쉽지 않았다. 학구적인 책으로 인해 감성이 메말라가던 도중, <보통의 언어들>은 죽기 직전인 갬성을 다시 끌어올려줬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들었던 5가지 단어가 있었다.


1. 외롭다


"나의 외로움은 반드시 채워져야 하는 결핍이 아니다. 오히려 오롯이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이다."


어릴 때 외로움은 없어져야 할 감정이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자아가 뚜렷해질 즈음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관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외로움은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동반자처럼 지녀야 할 감정이고, 떨쳐내기보다 온전히 마주해야 할 요소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외로움을 대한 김이나의 관점에 공감했다.


2. 한계에 부딪히다


"땅 끝에 닿아본 사람만이 지도를 그려낼 수 있듯, 한계치에 닿아본 사람만이 스스로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각자마다 한계가 있다. 이걸 알지 못했던 나는 '도전'이라는 명목 아래 현실에 집중하지 못하고, 허황된 꿈을 꿨다. 세상을 구하겠다는 사명이 내게도 있는 줄 알았다. 여러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남을 도울 만큼 그릇이 넓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봉사 대신 내가 할 일에 집중하는 삶이 내가 가진 최대치의 역량이었다.


3. 창작하다


"새로운 걸 시작하고 싶은 의지, 힘든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근성, 새로운 기회가 오기까지 잠복하고 버티는 힘... 모두 결국 체력에서 나온다."


의지만으로 무엇이든 된다는 믿음에 갇힌 적 있었다. 건강 책을 읽으면서 멘탈! 의지! 는 강철 체력에서 나온다는 걸 알았다. 고난을 잘 극복하려면 일단 매일 1시간씩 걷기부터.... 치킨 그만 먹고......ㅋ


4. 쳇바퀴를 굴리다


"특별한 하루라는 것은 평범한 하루들 틈에서 반짝 존재할 때 비로소 특별하다. 매일이 특별할 수는 없다. 거대하게 굴러가는 쳇바퀴 속에 있어야지만 잠시 그곳을 벗어날 때의 짜릿함도 누릴 수 있다. 마치 월요일 없이 기다려지는 금요일이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20대 중반 사회초년생 시절 월요일이 미친 듯이 싫었다. 아니, 일요일 저녁부터 토할 것 같았다. 이 미칠듯한 생활은 언제 끝낼지 그냥 막막했다. 학교 다닌다고 아침마다 억지로 일어났던 걸 직장생활에서도 반복한다는 게 너무 싫었다. 그런데 철이 좀 들다 보니까, 매일 탱자탱자 놀면 빼박 백수가 될 게 뻔했다. 챗바퀴를 굴리고 있기 때문에 자기 절제를 할 수 있고, 돈을 벌면서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노는 게 제일 좋지만, 놀기만 하면 인생 똥망.....


5. 기특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존엄한 사람들은 일상 속 하찮은 순간들이 정갈한 이들이다."


조던 피터슨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침대부터 정리하라!' 처음에는 뭔 X소리인가 싶었다. 각종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바로 '사소한 습관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였다. 인생에서 큰 일을 하려면 주변 환경 정돈부터 깨끗이 하고, 허리를 꼿꼿이 하면서 걷고, 주위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등의 작은 일을 잘해야 한다. 이 문장을 읽으며 하찮은 일을 무심코 넘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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