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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May 12. 2020

나의 연대기를 만들어보다

28년 인생을 돌아보다


누구나 각자만의 사연을 가지고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바쁜 현실과 다가오지 않을 막막한 미래에만 몰두한다.  오늘은 무얼 하지? 내일 이 서류가 제대로 제출이 될 수 있을까? 내가 돈을 못벌면 어떡하지 등.. 다양한 걱정거리를 안고 산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지난 발자취를 마음잡고 정리할 일은 거의 없다. 과거를 들추는 일은 행복하기도 하지만 잊고 싶은 아픔도 드러내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의 과거는 어땠을까?한번 날을 정해서 스스로 제목을 지어 나만의 연대기를 만들어 보았다.


본능따라 살았던 유년기

이때는 별 걱정없이 살았다. 부모님의 사이도 나쁘지 않았다. 배고플때 밥 먹고 어린이집 가는 게 일상이었다. 부산 시내에 있는 달동네 같은 곳에서 산 기억이 난다.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행복했다.

6살때 아버지 직장 때문에 부산 외곽으로 이사했고, 엄마는 보험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옛날에는 토요일에도 근무를 했기 때문에 우리 엄마가 토요일마다 나를 데리고 회사에 간 기억이 있다. 그 때 사무실 분위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엄마 회사 회의때 따라 들어가 앉아 있었다. 회사 어른들이 내게 사탕도 챙겨주시고 잘 대해줬다.

어렸기에 겪은 소소한 갈등 (동생 때림, 밥 제대로 안먹기, 동네 부잣집 정원 부수기 등)때문에 혼난적은 많았지만, 그래도 정신적인 고통은 없었다.

갈등과 정신적 고통의 시작

부모님이 직장을 그만두고 치킨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장사 초기에는 별 갈등이 없었다. 그러나 점점 장사가 되지 않기 시작했고, 부모님은 술에 의존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가정 분위기는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경제적인 문제로 부모님간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심지어 폭력으로까지 불거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 쯤 나도 폭력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이 때 사춘기도 같이 시작되는 시기라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부모님은 결국 치킨집을 폐업했다.

중학생때도 갈등은 멈추지 않았다. 집에 들어가면 항상 부모님이 싸우고 있었다. 모든게 싫었다. 동네가 시골이기 때문에 갈 곳도 없었다. 그나마 동네 교회에서 운영하는 공부방 덕분에 집에 늦게 들어갈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이 때 술로 인한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하기를 반복했다.

엄마는 아버지의 병원비와 나와 동생을 먹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집안형편은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중학교, 고등학교때 항상 가난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괴로움을 잊기 위해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엄마도 좋은 취미라고 생각하여 교회 반주자쌤의 레슨을 받게 해 주었다. 나는 피아노로 대학을 가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러나 집에서는 강력히 반대했다. 고등학생때 진로문제로 엄마와 갈등을 겪었다. 왜 돈이 많이 드는 음대에 가냐는 말을 하셨다. 하지만 철이 없던 나는 끝까지 음대를 가겠다 고집을 부렸다. 감사하게도 구청에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을 받았고, 그 돈으로 레슨비를 감당하며 음대 입시를 준비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수시에 지원한 학교에 다 떨어졌다. 결국 정시 끝자락에 겨우 지방사립대에 붙어 대학에 입학했다.



원하는 길을 선택했지만, 방황하는 젊은이

그토록 원하는 음대에 진학했다. 열심히 공부했다. 대학 동기들이 나보고 열심히 산다고 칭찬해주었다. 좋은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집에 손 벌리지 않고 대학을 다녔다.

대학2학년-4학년까지 합창단 반주를 시작했다. 악보를 잘 보지 못했지만 눈물겨운 노력 끝에 거의 외우다시피 합창곡을 하나하나 익히기 시작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대학생때 처음 장시간 비행기를 타봤다. 알바비를 모아 해외 인턴십 비용을 마련했다. 처음으로 한국 땅을 벗어나 보았다. 문화충격도 받았다.

그러나 대학 졸업 이후 내게 남은건 아름다운 추억과 졸업장 뿐이었다. 음악만으로 먹고 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피아노 학원 강사 월급으로는 도저히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웠다. 그래서 영어학원 강사일에 도전했다.약 4년간 내 전공과는 무관한 일을 했다. 영어 실력을 기르기 위해 강사 2년차까지는 매일 2-3시간씩 영어 기초 공부를 했다.

24살때 교육대학원을 들어갔지만, 대학원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1년간 휴학을 했다. 휴학을 하는 동안 밤 낮이 바뀐 생활을 했다. 이때 하필 연애까지 하게 되었다. 더 삶이 미궁속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연애를 끝내고 다시 대학원과 강사일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교생실습도 다녀보고 혼자서 해외여행도 해 봤다. 하지만 항상 부족한 실력과 갈피를 못잡는 인생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다. 인생의 방향을 재설정 하는 중

27살 독서, 서평, 데일리리포트 작성을 시작했다. 블로그에 내가 쓴 서평을 하나 둘 씩 올리기 시작했다. 빡독x를 통해 열심히 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나도 빡독x주최를 하기 시작했다.  씽큐베이션 독서모임을 만났다. 그 결과, 좋은 인간관계가 확장되기 시작했다. 독서를 통해 삶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나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이타적인 삶을 살고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28살 현재는 거듭난 나를 발견하기 위해 학원강사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독서와 공부중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느껴지지만 하루하루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런 와중 한달쓰기를 만났다. 글을 통해 유대감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인생이 변화할지 기대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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