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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May 12. 2020

삶에 변화를 일으킨 세 가지 전환점


내가 겪은 수많은 사건들 중에서 변화를 일으킨 세 가지 전환점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시골 촌동네에서 살았던 어린시절 이야기를 해야 하나.. 음악을 선택한 학창시절을 이야기 해야하나.. 실패한 소개팅과 연애들을 이야기 해야하나... 이야기 보따리가 너무 많아서 세 가지 스토리를 고르기가 조금 어려웠다.


현재의 나를 만들어준 이야기들은 어떤게 있을까?


대학 졸업 후 영어강사로 일하다

강사로 일하게 된 계기는 없었다. 음악 공부만 한 대학생은 졸업 후 실직자가 되었다. 음악 하나만 보고 달려온 지난 4년이 허무했다. 장학금도 받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누구보다도 뒤쳐지지 않게 학부생활을 했지만, 돌아온 건 졸업장 한 장 뿐이었다. 그 당시 집에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아 컴활을 배워봤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어서 수업 내용이 머리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컴퓨터 강사님께서 나에게 동기부여를 주겠다고 이런 저런 좋은 말들을 했지만, 무슨 말을 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자격증 시험을 쳐야 했는데, 치지 않았다. 아무런 동기부여를 받지 못했다.

어느 날 엄마가 나에게 문자로 영어강사 구인 하고 있다고, "면접보러 가 봐라" 라고 하셨다. 아! 대학때 주말마다 영어학원에 가서 공부하고, 영문과 수업도 몇 개 들어봤으니 영어강사는 한 번 도전해볼만 한 일이었다. 다행히 영어강사로 일할 기회를 잡게 되고, 4년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일했다. 이때 영어공부 하고 싶은 거 실컷 다 했다. 만약 음악학원 강사거나 다른 직종에서 일했더라면, 그토록 직장인들이 노래를 부르는 영어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때 공부한 영어 덕분에 영어 뉴스, 콘텐츠, 강의는 한국어 자막을 달지 않고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오히려 한글 자막을 달면 영어 뉘앙스랑 달라서 불-편할 지경이 되었다. 100%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자막없이 보거나 영어 자막을 달아서 보는게 마음이 편하다. 또한 영어로 구글 검색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영어로 자료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아직 모르는 단어도 많고 더 공부해야 할 부분은 많지만 그래도 영어강사 덕분에 이만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독서와 서평쓰기 시작

2019년 5월은 내가 진짜 공부하는 사람으로 거듭난 날이다. 어릴때 위인전 전집을 10번 정도 재독할 정도로 독서를 좋아했다. 중학교때도 다독가 상을 받을 정도로 책읽기를 좋아했었다. 만화, 로맨스 소설, 일반 소설, 에세이 같은 책을 주로 읽었다. 자기계발이나 공부 관련 책은 싫어했다. 이야기가 있는 책을 좋아했다. 고등학생때는 상실의 시대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국어 선생님이 이런 책은 읽기 쉽지 않는데, 나보고 성숙한 책을 읽는다 말씀하셨다. 하지만 입시와 야간자율학습 때문에 독서할 기회는 점점 없어졌다. 독서와 거의 담을 쌓고 살았다. 학교 선생님들도 대학!대학!대학!만 강조하던 터라 자율학습 시간에 독서하면 혼났다.

대학생때 이전의 습관을 따라 도서관에 가서 몇 가지 책을 읽어봤지만 머리에 남는 것은 없었다. 근거 없는 자기계발, 현실과 동떨어진 인문학에 빠져 인생을 노력없이 주문만 외우면 된다는 헛된 생각에 빠졌었다. 미래에 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하고 그림이나 사진을 붙여놓으면 다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고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살아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마침 신박사님, 고작가님의 영상을 보게 되었고 눈팅만 하는 사람에서 학습하고 실천하며 책 읽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졸꾸러기)

당시 대학원 과제로 블로그에 글쓰기가 있었는데, 책에 관련된 서평을 써 보기로 했다. 마침 신박사님이 블로그 하나 파서 반드시 서평을 써야 한다 강조하시길래 한 번 해 봤다. 서평쓰는건 쉽지 않았다.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름대로 내용을 다시 정리해야 하고, 주목을 끌 만한 글 제목도 지어야 했다. 서평으로 시작한 게시물들이 한 두개씩 쌓이다 보니 현재는 총 166개의 글이 만들어졌다. 블로그 방문자도 현재 6500명이 넘는다. 독서와 서평쓰기 덕분에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현재도 다양한 사람들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혼자 해외여행을 가다

작년 여름에 혼자 해외여행을 갔다. 베트남 달랏이라는 도시에서 5일 정도 머물렀다. 여행을 가기 전 주위 지인들에게 "달랏으로 간다"라고 이야기 했는데, 다들 어디인지 몰랐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 도시는 직항편이 없어 베트남 호치민에서 경유하여 달랏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야 했다. 처음 혼자 가는 여행이라고 항공사도 베트남 항공으로 선택했지만, 호치민에서 기상악화로 인해 비행기가 결항되었다. 아니, 혼자 여행가는게 처음인 이때 왜 하필 나에게 이런 멘탈붕괴의 순간이 오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날씨가 잠잠해지길 기다리며... 다음 항공편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8시간..12시간.. 호치민에서 기다렸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결국 나와 목적지가 같은 중년의 골프회원들과 힘을 합쳐 관광버스를 타고 달랏까지 가기로 결심했다. 비행기로는 30분이지만, 버스로는 6시간이 걸린다 했다. 또 한번 멘탈붕괴를 맞게 되었다. 분명 중간에 들르는 휴게소는 한국보다 엉망일테고, 가는 길도 썩 좋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행히 현지 유심을 사서 버스를 타는 동안 유투브를 보며 시간을 때웠다.

갖은 고초로 도착한 달랏은 아름다웠다. 숙소를 찾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숙소 주인도 친절했고 음식도 내 입맛에 잘 맞았다. 가장 좋았던 건 해발 1500m 고산지대라 하나도 덥지 않았다. 긴팔을 입고 다닐 정도로 날씨가 서늘했다. 혼자서 달랏 도시 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구경도 했다.






이 세가지 덕분에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힘을 얻었다. 누군가의 도움에 의존하는 게 아닌,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이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누군가에게 의지만 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전환점으로 인해 강해졌고,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는 어른으로 한 뼘 더 성장했고, 친구들에게 유익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변했다.

이 사건들은 나를 어른다운 어른으로 만들어 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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