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채울 수 있다

탁진현 <가장 단순한 것의 힘>

by Lana H

이번 주는 별 스케줄이 없어 집에서 쉬었다. 원래 계획이라면 전시회를 가거나 혼자 근교 여행을 가려했으나 한 주 동안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바람에 꼼짝없이 집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24시간 동안 뭐하지?'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쓸 수 있을까?'라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며칠 전 친구가 <가장 단순한 것의 힘>을 꼭 읽어보라며 추천해서 얼떨결에 구입했지만, 책장에 꽂아두고 여태껏 쳐다보지도 않았다. 얼마나 좋길래 강력하게 추천했을까?라는 궁금증으로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가장 단순한 것의 힘은> 직장에서 슬럼프를 겪거나 그것을 이기지 못해 퇴사한 사람들에게 적합한 책이라 본다. 열정을 갖고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아 괴로운 사람들, 퇴사 후 어떻게 인생 설계를 해야 하는지 막막한 사람들이 읽기 좋은 책이다. 내용 또한 간단하고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자기계발서 보다는 에세이에 가깝다. 하지만 자신의 맥락에 맞춰 적용할 만한 내용이 많다.


기자 출신인 작가는 그토록 원하던 취재기자 직업을 갖게 되었지만 점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게 된다. 업무는 쌓여만 가고, 직장 상사들은 권고사직을 당하고 자신도 이런 상황에 처할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하루하루 버티듯이 살아간다. 우연히 작가는 미니멀리즘이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고, 핵심만 남기는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그 후 사무실 책상 정리, 집 정리, 불필요한 물건 줄이기, 인간관계 줄이기를 하며 인생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미니멀 라이프 관련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었고, 그것이 자신만의 실력이 되어 미니멀 라이프 강연까지 하게 된다.




한 주간 이 책을 읽으며 지난 직장에서 입던 옷, 소품을 버렸고, 사놓고 읽지 않은 책, 원서는 중고 책방에 팔기로 했다. 좁은 방에 이렇게나 많은 짐이 있었다는 게 놀라웠고 그동안 내가 소중한 월급을 얼마나 헛된 곳에 썼는지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예쁘다고 산 지난날에 후회가 밀려왔다.

일과 삶은 따로 있지 않다. 일을 잘하려면 일단 내 방에서부터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야 한다. 집에 있는 물건들을 손에 들고 찬찬히 살펴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물건이 현재의 내 삶을 행복하게 해 주는가? 혹시 이것들 때문에 정말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중략) 물건이 많은 집은 가뜩이나 복잡한 삶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또 다른 노동이 시작되는 곳이다. p.30

정리만 했을 뿐인데, 마음이 차분해지고 방이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또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있는 광고성 메일을 삭제하고 쓰지 않은 어플리케이션을 지웠다. 자연스레 디지털 기기를 보는 시간은 줄어들었고, 자신에게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지나치면 모자람보다 못한다는 말은 진실이다.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그 수가 많아져서 활용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가치가 없어지고 일까지 방해한다. 그래서 정보는 보관이 목적이 되면 안 된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당장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P.90

그러나 아직 인간관계는 정리가 다 되지 않았다. 카카오톡, 페이스북에 필요 없는 친구 목록을 삭제하고 단체 카톡방까지 정리했지만, 기존 친구관계는 잘 정리되지 않았다. 친구가 필요 없다는 건 절때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진정한 친구는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존재여야 한다. 서로를 보며 동기부여를 얻고 성숙해지는 관계가 진정한 친구다. 다만 만났을 때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허무한 감정만 든다면 그것은 가짜 친구 관계다.'

요즘 한 친구와 관계를 중단하려 한다. 20살 때부터 지금까지 친구관계를 맺었지만 이 친구는 전혀 발전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노력조차도 하지 않고 스스로 '인생 힘들다. 어떡하지?'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실천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격려도 하고 조언도 했지만 한 사람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갈수록 피로감이 쌓였고 나까지 악영향을 받을 것 같아 친구관계를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을 친구에게 말했지만 강력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감정적인 대처와 자신의 모습이 어떤 상태인지 전혀 알지 못한 듯 보였다. 그러나 이런 소모적인 관계는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끊어내야만 했다. 이같은 과정을 건너야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장 단순한 것의 힘>은 마음이 바쁜 사람이 읽기 딱 좋은 책이다. 자신은 열심히 하는데 어느 부분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비본질적인 것에 자신을 갈아 넣고 있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전부 다 할 수 없다. 본질을 찾기 위해 퇴사까지 할 필요는 없다. 대신 휴가때 모든 연락을 차단하고 단 하루만이라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어쩌면 그 시간이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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