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니스타 Sep 18. 2023

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나?

막막하고 두려울 땐 준비를 하면 된다


 의료미용업계(피부과,성형외과 등)에서 일한 지 올해 21년 차가 되었다. 피부미용과를 전공하고 피부과에서 피부관리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경력이 쌓이면서 알게 된 것 중에 하나는 비전이 없어서 장기근속하는 직원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피부과에서 일하면서 함께 일했던 동료, 선배들이 하나둘씩 조직을 떠났다. 첫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 중에 지금까지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한 두명 뿐이다.

'왜 병원에서 계속 일하는게 어려울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가 되면 경력이 쌓이고 승진을 하게 되어 좋은게 아닌가.

퇴사 이유가 궁금해졌다. 친했던 동료와 선배들은 대부분 결혼과 육아로 일을 그만 두는데 일과 결혼 생활을 병행하기에 병원은 좋은 근무 환경은 아니라서 복귀가 어렵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간접 경험을 통해 승진을 하는 과정에서도 기쁨이나 성취감 보다는 두려움과 위협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휩싸이기도 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곳이기 때문에 나이의 한계와 진급의 한계도 있었으며, 의사만 오너가 될 수 있는 구조로 인해 병원에서 비전을 가지고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년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정년 같은 건 없는 게 의료 조직었다.


이대로 주어진 일만 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도태 될 수 있겠다.


 20대 중반에 팀장 직급을 맡게 되었을 때, 승진의 기쁨 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는 건 '퇴사' 뿐이라는 생각에 불안감이 더 크게 다가왔고 '나는 퇴사 당하기(?)전에 퇴사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야겠다' 고 다짐했다.적극적 퇴사 준비가 필요했고, 더 나은 삶으로 가는 방향을 찾아야만 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경험을 살려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쇼호스트' 라는 직업을 찾았고 그 일을 하기 위해 아카데미를 다녀야 했다. 병원 일을 그만두기에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일과 학원을 병행하며 6개월 과정을 수료 했다. 동시에 학업을 더 하기 위해 대학 편입도 신청해놓은 상태였는데 이 시기에 나는 생존하기 위해 바쁘게 살았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쇼호스트 우수 졸업생으로 CJ인턴 기회가 생겼고 서류를 넣으려고 하던 찰나에 들어가고 싶던 대학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어렸을 때 부터 선택의 기로에 서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있는데 '엄마' 였다.

 인생멘토였던 엄마에게 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고민을 털어놓았다. 미래를 위해서는 학업을 하는 게 도움될 거라고 조언해주셨고, 공부는 타이밍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엄마의 말에 나도 동의했고, 학업을 하며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결심했다.

 편입해서 2년을 다니는 동안 학업에 집중하면서 '병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에 대해 고민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게 뭘까?
어떻게 해야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일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게 뭐였지?
내가 잘하는 실무가 뭐였지?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가 그 중 내가 잘하고 재미있어 하는 일이 '여드름 압출 관리'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피부과에 처음 입사했을 때 배우는 과정에서 체계적인 교육이 없었고 선배들 어깨 너머로 배워야 해서 적응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만약 선배가 되면 '잘 알려주는 선배' 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지금이 그 순간이지 않을까.

 여드름 압출을 하며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방식을 통해 공유하는 게 좋을지 고민했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알려주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알아야 했고 교육자료도 필요했다. 배울 곳이 많지 않았던 시기여서 원장님께도 도움 요청드렸고, 피부과 학회(의사만 참석 가능)에는 의료 스탭이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참여할 수 있게 기회를 주셨다. 의사 중심 강의라 어려워서 10% 밖에 알아듣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매년 참석했고, 모르는  원장님께 여쭤보며 조금씩 정보를 모아서 교육 자료로 만들었다.

그렇게 완성된 교육 자료로 원내 교육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고, 정기 실무 교육으로 자리잡다.


여드름의 정의, 발생 원인, 종류, 치료 방법, 주의사항, 패키지 기획 등



 사내에서  '여드름 압출 교육' 으로 시작해서 두피, 상담 교육 등 다양한 주제를 개발하고 교육하게 되었다.

원장님은 병원이 추가로 개원 할 때 마다 교육담당자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도 주셨고, 그 기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육' '강의' 라는 것에 재미를 느꼈고 점차 '교육하는 사람' 으로서 성장하게 되었다.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병원에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다면 나에게 이런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간 날 때마다 교육자료를 만들고 가르치기 위해 준비했던 시간들이 좋은 기회를 가져다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 부터 내가 하고 싶은 목표를 향해 필요한 것 들을 준비하는 태도를 일상에서 유지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다양한 기회들이 주어지지만 그 기회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준비된 사람' 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다니던 병원에 외부강사를 초빙해서 '서비스 교육' 을 받은 적이 있다.  교육을 들으며 학습의 기회가 되기도 했지만 마음 한 켠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강의를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정보와 우리 직업에 대해서 널리 알릴 수 있겠다'

어떻게 하면 서비스 강사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게 되었고, 강남에 위치한 아카데미에서 주말반으로 등록해서 병원 일을 병행하며 수강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20의 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에 투자를 많이 했던 시기였다.



병원에서 일을 하며 쇼호스트 학원, 대학 편입, 서비스 강사 자격증을 수료했다.



스티븐 잡스가 연설문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내가 준비한 모든 과정이 하나로 연결 되어 어떠한 결과물이 된다는 것에 믿음을 가지게 된다.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미래에 어떻게든 점들이 연결될 것임을 믿으세요





<서비스 강사 취득 후 아카데미 학원 전임 강사> 활동


 아카데미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표님에게 제안을 받고 바로 전임강사로 아카데미 학원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병원 실무자(피부관리사, 코디네이터, 간호조무사 등) 출신 강사가 없기에 병원 전문가로 과목을 맡아달라고 하셨다.

 강사는 초보인 나에게 엄청난 기회였고, 연봉은 적었지만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6년 다니던 병원을 퇴사하게 된다. 어떤 것이든 배움에 있어서는 병행하며 일을 지속했는데,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직장을 퇴사해야만 했다. 아카데미에 강사로 입사하고, 약 1년 정도 200회 넘는 강의를 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얻게 되었다. 이 때 수입이 워낙 적어서 그동안 벌어놓았던 적금을 깨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다짐했다. '지금 수입의 10배를 10년 안에 벌어야지!' 

 열심히 강사 활동을 했는데 아카데미 운영 이슈로 갑자기 강사의 절반이 퇴사를 했고, 나도 실업자가 되었다. 프리랜서로 강의 활동을 했는데 인지도도 없고, 브랜딩도 되어 있지 않아 한 달에 고작 70~100만원을 벌며 생활고를 겪게 되었다. '나는 아직 홀로서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제주도 피부과 총괄실장 겸 사내 강사> 활동 


 다시 병원에 들어가야 할 지, 다른 아카데미에 가야 할 지 고민중아는 강사의 추천으로 제주도에 위치한 피부과에서 인터뷰 제안을 받았다. 총괄실장 겸 서비스 교육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데 둘 다 가능하니까 만나보라는 것이다.

 '일단 만나보자' 라는 생각에 제주도에 인터뷰를 하러 갔는데, 인터뷰 하는 당일에 입사일이 확정 되었다.

원장님의 병원 운영 가치관과 나의 가치관이 일치했고, 인터뷰 하는 내내 대화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말이 잘 통하는 원장님이셨다. 물론 연고가 없는 제주도에서 혼자 살아야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서비스 강사 경력을 현장에서 제대로 풀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병원 일을 10년 넘게 해서 제주도 피부과에서 하는 일이 어려울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큰 규모의 병원과 제주도만의 분위기에 여러모로 적응하기 힘들었다. 든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근무하는 내내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포기하면 앞으로도 넌 아무일도 잘 해낼 수 없을거야' 라고 생각하며 미래에 내가 원하는 나를 만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버텼다.

 퇴근 후에 남는 시간은 책을 읽거나 교육 자료 준비하며 시간을 보냈다. 살면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시기였는데 그 때 강사의 공이 쌓인게 아닐까.


<네트워크 피부과 전 지점 신입 입문 교육 사내 강사> 활동

 

 제주에서 일하던 중 결혼을 하게 되어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제주도 피부과 원장님은 아쉬워하며 좋은 직장을 소개해주셨다. 친한 지인이 운영하는 네트워크 피부과입사하게 되었고, 제주도에서 일한 경험으로 총괄실장 겸 사내강사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전 지점 신입 입문 교육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고 사내 강사로 더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약 6년 정도 근무했고, 나의 직장생활 마지막 근무처이



 

 처음부터 강의를 하고자 했던 건 아니지만 '미래의 불안과 걱정' 이라는 것을 떨쳐내기 위해 새로운 직업을 알아보고 배우기를 반복하면서 시간이 흐를 수록 그 과정에서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내가 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고, 어떠한 과정으로 강사 활동을 지금까지 이어갈 수 있었는지 정리가 된다. 병의원에서 의료스탭으로 약 15년의 경험을 쌓고. 그 경험으로 교육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발판이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강의를 통해 의료업계에 비전을 제시하고 나눌 수 있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든다.

 현재는 다양한 병의원, 기업,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의료기관 종사자들과 소통하며 활발하게 활동 하고 있다.  병의원에서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이 된다면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방향성을 잡아나갈 수 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작가의 이전글 '읽기'만 했던 내가 '쓰기'시작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