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이 쓰는 시

by 봄봄


해외생활을 참 오래 꿈꿔왔었다.

외국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웠었다.

그렇게 동경하던 삶을 지금 내가 살고 있는데,

이 낯선 나라에서 익숙한 듯 트램을 타고 출근하는 나는 문득문득 내 모습이 낯설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그런 질문을 해볼 새도 없이 한국에서 바쁘게 달려왔었다.

그리고 이 곳에 와서 또 적응하기 위해 쉼없이 달렸다.

남편에게 온전히 의지하는 와이프들의 모습을 보면서,

난 그리되지 않으리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짐이 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계속 달렸다.

내가 나이고 싶기도 했지만,

내가 오로지 그에게만 기대면,

어느 순간 그가 질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일방적인 관계만큼 건강하지 못한 것은 없으니까-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내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오해를 샀고,

정확히 말할 줄 몰라 얼버무렸고,

무시를 당한다는 생각이 들어도 웃었다.

자존심을 버려야 산다고 했다.

그러려고 애썼다.



외국에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

아플때 죽을 끓여주거나, 나를 나보다 더 챙겨주는 엄마도 없었고,

틱틱거리는 것 같지만 어떤 속얘기도 다 할 수 있는 내 동생도 없었고,

오랜 시간 곁을 지켜주던,

무슨 얘기를 해도 배꼽을 잡던 친구도 없었다.



장거리 연애가 너무 힘들었다.

한번 보려면 회사 눈치를 애써 무시하고 비행기를 12시간은 타야하는 현실이 싫었다.

이 사람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린 결혼했고,

나는 지금 이 먼 땅에서 벌써 3년을 넘게 살았다.


어떨 땐 살만하고,

어떨 땐 지친다.

내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누르고 산다는 걸,

어느 순간부턴가 느끼고 있다.

괜찮다, 괜찮다,

생각하며 지낸 시간동안,

사실 나는 괜찮지 않았던 적이 더 많았었으니까.


겉보기엔 많이 적응했다.

이젠 내 의사도 곧잘 표현하고,

일도 하고 있고,

한식을 해먹는 이런저런 방법도 터득했고,

사시사철 이 곳에서 어떤 행사가 있는지도 알고,

이 나라 사람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기도 한다.


그런데 한번씩 누르고 있던 어떤 것이 터질 때가 있다.


자유롭고 싶어서 떠나왔는데,

나는 정말 이 곳에서 자유로운지 모르겠다.


회사동료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내가 무얼 하고 싶은지 모른다고 했다.

그런 질문조차 할 수 없던 곳에서,

이젠 질문을 할수 있는 곳으로 왔으니,

너는 행복한 것이 아니냐고 한다.

잘 모르겠다.


그런데 한가지는, 이제 확실하다.

더이상 누르고 살고싶지 않다.

나답게 살고싶다.

내가 행복한 걸 하고싶다.

사랑받지 못할까봐, 다른사람이 이렇게 생각할까봐,

어쩌면 나중에 도움을 받아야할지도 모르니까,

하는 수많은 '어쩌면'을 이제 생각하지 않고 살고 싶다.

한 순간이라도 그렇게 살고 싶다.


어쩌면 내가 타국에 있어서가 아니라,

인생의 어떤 순간에도 항상 하게 되는 질문을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는 지금 더 세게 하고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매번 가슴을 두드리는 질문들을,

이제는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려 한다.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방법을 찾아보겠다.

행복해지는 방법, 솔직해지는 방법.


어디선가 그랬다.

행복은 코너를 돌면 갑자기 마주치는 귀여운 강아지 같은 것이라서,

예상치못한 순간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라,

목적할 수 없고, 그를 목적으로 하면 허무해진다고-


하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누구인지 진실하게 마주한 후 그에 대한 대답을 하며 살아간다면-

적어도 충실할 수는 있지 않을까.

이유없는 답답함은 없지 않을까.


그래서 시도해보려한다.

자유로워지기 위한 나만의 작은 혁명-

괜찮은 척 하지 말자.

싫은 건 확실히 거절하자.

내 마음이 동하는 건 적극적으로 시도해보자.

남의 영역도 지키주되, 내 영역도 사수하자.

어떤 이에게 내가 해주지 못하고 떠나보냈던,

그래서 맘에 사무쳤던 어떤 것을 나에게는 허용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길지 짧을지 어떨지 모르는 인생을,

걱정만 하다 보내는 바보짓은 이제 그만-

나를 좀더 존중해보려한다.

그리고 나를 한계짓지 않으려한다.

쉽지 않겠지만,

마음먹지 않으면 변화의 가능성은 0이니,

마음먹은 이 순간, 이미 플러스를 향한 걸음이 시작되었다고,

그렇게 생각해보려한다.

가보자, 다시 한번.













이전 16화2주간의 한국행, 그리고 그 후